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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청소

_e 2014. 2. 10. 14:27

타일 사이사이를 힘주어 문지르고, 건식이라 물도 잘 안 빠지는 건너편도 죄다 물을 끼얹고 쓸어 내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냈다. 쉬지 않고 손을 움직이면서 눈물도 콧물도 주룩주룩. 남김없이 깨끗하게 닦겠다고 안경을 쓰고 쪼그려 앉아 고개를 한참 숙이고 다시 들면 접싯물 마냥 안경에 고인 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다시 걸린 감기에 컹컹대고 기침을 하면 왕왕하고 귀가 울리는 욕실에서, 청소를 하고 울다 다시 청소를 마치고 세수까지 싹 다 하고 나오니 벌써 두 시간이 훌쩍 지나있는 시간. 오랜만에 울어 개운한 마음과 한참을 울어 멍한 머리와 열이 올라 무거운 몸으로 금방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는 하루를 꼬박 앓았다. 그치지 않는 기침과 내리지 않는 열에 약을 먹겠다고 꾸역꾸역 밥을 먹고, 약을 먹고, 잠이 들고 땀에 흠뻑 젖어 잠을 깨면 하루가 지난다. 하루를 하릴없이 보내고 나서는 계속되는 기침에 제일 안쪽의 옷이 땀에 은근 젖을 정도로 옷을 껴입고, TV를 틀어놓고 보는 둥 마는 둥 이불을 덮고는 바느질을 했다. 이불 한 쪽을 누르고 있는 하얀 고양이, 그리고 그 옆에 조금 더 커다란 또 하얀 고양이. 몇 시간 동안 손이 아프게 바느질을 하고 나니 벌써 자야 할 시간.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불러들이며 눈을 감고 머릿속을 비운다. 작은 것에도 마음을 다치고 별것 아닌 것에도 눈물이 쏟아질 만큼 지쳐있을 때면 그동안 빼곡히 들인 것들 내보내 줘야 수시로 먹먹해지는 걸 막을 수 있으니까. 자잘하게 난 생채기들이 채 아물지 못하고 부어오르면 목구멍 안쪽이 부어오르듯 숨이 막혀 가끔은 이렇게 짜내고 토하고 앓고는 괜찮아진다. 그제야 겨우 괜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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