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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방심

_e 2014. 1. 29. 14:08

방심했다. 난생 처음 늘어난 인대라 남들은 다 낫는데 오래 걸린다 했지만, 넘어지고 구르는데에 일가견이 있던 내 몸은 이것 역시 아무것도 아닌 듯 이겨 낼 줄 알았다. 아플 땐 의사 선생님 말 잘 듣는 송쏠랭은 약도 빠짐없이 먹고, 물리치료도 열심히 받고, 피멍이 들게 인대에 주사도 맞고, 보호대도 열심히 하고 다녔지만 - 아픈게 가시고 걸을만 하자마자 모든 걸 다 잊음. 보호대를 안하고 몇 일이 지나 다시 욱씬거리기 시작한 발목에 병원을 찾으니 아침에 하고 갈까 말까 고민하던 보호대를 다시 내어 발목에 매어준다. 방심했다 방심했어. 설 지내려면 버스도 오백만년 타야하는데 이게 무슨 고생이람.

올해는 열흘에 한번은 책을 읽자고 다짐했고, 전자도서관을 열심히 활용하여 읽고 있다. 책이야 종이책이 제 맛이지만 먼길 오고가는 중에 가방에 가득 들어찬 목베개와 무릎 담요로 충분하다. 나름 목표치에 근접해 권수를 채워가는 중. 읽는 속도가 나름 빠른 편이라 한번 읽기 시작하면 금새 한권 끝내면서 왜 그렇게 시작이 어려운지. 설거지도 그렇고 책 읽기도 그렇고, 이게 다 게으름 탓이지만. 아, 목표에 옵션을 하나 더 추가했다. 한국 작가 책 많이 읽을 것. 번역이 아닌 원문 그대로의 날 것들을 씹어 보고 싶달까. 마음에 드는 작가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

균형은 언제나 중요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넘어지지 않게. 예민하고 날선 마음은 중심선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멱살을 잡고 끌어 당기듯 휙 하고 기울어지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균형이 잘 맞아 기울어짐이 없을때면 한켠으로는 불안하다. 아무런 이벤트가 없는 생활에 과연 만족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균형을 맞춘 무난한 생활 중에는 기울어지지 않은 삶에는 두려움을 느끼고, 조금만 흔들어도 기울어지는 스스로를 알아 기울어지는 것에도 두려움을 느끼다니 흔하다면 흔한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아마 양치하고 오면 잊을 테지만.


당장 내일 모레가 설 인데,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고립 되어 외부와 단절 되어 지내는 곳이라 더 그런 모양이다. 그래도 막상 내일 아침에 5시에 일어나지 않고, 6시에 집에서 나오지 않으면 빨간 글씨로구나 하겠지.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 한해 마저 잘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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