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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the rainy season

_e 2010. 8. 6. 09:38
무덥고 습한 날들중에 간간히 소나기가 들어찬다. 두통약이 속을 다 갉아먹었다며 구멍이나고 피가 난 위 안쪽을 보여주면서 의사는 한달간 우유와 커피와 두통약을 금지시켰다. 편두통은 장마철이면 더 심해져 곤란할 지경인데, 하필이면 지금이라니. 평소 같으면 무시하고 먹었을 두통약이건만, 확실히 더 아픈쪽에 기우는 것 같다. 조금 더 아파지면 결국 먹어치우기는 하겠지만. 스콜처럼 쏟아지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비는 꼭 열대우림의 우기에 앉아있는 것 같아 물기를 머금고 눅눅하다. 그렇다고 우울하다는건 아니다. 오히려 드라이한 감성과 건조하고 단순한, 하지만 평온하기 그지없는 일상이다. 신기하게도, 울증이 가라앉고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 순간부터 글쓰기가 멈췄다. 역시 글의 원천은 불행이고 우울이었던가. 가끔 글을 쓰기 위해 우울에 나를 빠뜨리거나 죄를 지어야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맙소사. 

뉴욕과 호주로 보낼 편지를 쓰고 사진을 몇장 넣어 봉했다. 점심때 쯤, 두툼한 봉투를 두개 들고 우체국에 가서 무게를 재고 두고 오는 길에 - 기억으로는 몇일 전 새로 나왔을 기념 우표를 살펴 사들고 와야겠다. 길게 쓴다는 부담만 없으면 짤막한 편지를 부치는 일은 단단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주물러주는 유희가 된다. 그것도 안 바쁠 때 이야기긴 하지만. 일단 오늘은 일. 역시 사람은 마감이 찾아와야 일을 좀 열심히 하는거 같고 =[ 이따 집에 도착하면 비가 한번 더 왔으면 좋겠다. 홍차를 차게 우려내서 한잔 마셔야지. 맛있는 딸기 초콜릿을 발견했다. 한 두개정도는 먹을만할거다. 어제 산 책이랑 조금 쉬어야겠다. 그러니 비가 오면 좋겠다.

오늘의 BGM은 마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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