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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Birthday To My J

_e 2010. 7. 30. 00:43
지난밤에는 꿈을 꿨다. 새로 이사를 했는데 섬에 있는 집이었다. 왠일인지 집안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낸 나는 요란한 소리에 밖을 내다보고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걸 깨달았다. J씨는 폭풍때문에 배도 비행기도 뜨지 않아 퇴근은 했지만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고 전화를 했다. 아, 이게 무슨 꿈이야 대체. 한달 동안 시간이 되는대로 틈틈히 서울일주를 하며 집을 보러 다녔다. 평소에는 생각도 못했던 동네까지 가서 언덕(이라고 쓰고 체감경사 45도의 산이라고 읽는다)을 오르기도 했고, 의외로 헤매지도 않고 척척 잘도 찾아가기도 했다. 아마 그 덕분일거다. 오늘, 아니 이제 시간이 지났으니 어제는 회사 창립기념일 행사도 빼먹고 드디어 집 계약을 했다. 이제는 서울 일주도 끝. 준비도 절반 넘게 끝.

전광석화로 진행 된 결혼 준비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엄마는 같이 도와주지 못하는걸 안타까워하고 미안해 했지만, 오히려 둘만이 아닌 누군가 옆에서 이야기를 하고 조정하려 들었다면 더 스트레스를 받았을거다. 엑셀파일까지 작성하면서 준비를 하는 둘이지만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싸움도 있었다. 이제는 싸울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하지만 꽤 잘하고 있다.

J씨와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들로 보아하니, 나의 깊은 곳에 있는 상처라던지 결함이 조금씩 튀어나와도 거기에 감정적으로 공감하거나 대처해 어쩔 줄 몰라하지 않을 것 같았다. 서로에게 밑바닥까지 보여주면 끝장이라고 생각하는 둘인지라 바닥까지는 보여주지 않아도, 오랫동안 살면서 부득이하게 보이는 것들에 대해 - 혹은 지나온 것들에 대해 너의 불행에 나는 공감하니 너의 그 마음을 뜯어 고쳐주겠다며 호들갑을 떨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 그것이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별거 아닌거였다. 마음속에 손을 넣어 휘휘 젓기보다는 그것도 너의 일부분이니 괜찮다 상관없다 말만하는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할 사람이 필요했다. 내가 아플때 같이 아파해주는 것보다 그 아픔 또한 상관이 없다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사람. 아픔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 이렇게 쓰고 나니 J씨가 나를 어떤 이유로 여기고 있는지 살짝 궁금해지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을테고.

그런 J씨의 생일이다. 선물은 언제나 필요한 것으로 하자며 실용성을 택해오던 우리였는데, 요새들어 내가 급속도로 담백해진 탓인지, 언제나처럼의 장난인지 자꾸만 서프라이즈를 요구한다. 글쎄, 과연 어떤 서프라이즈가 좋을지 도통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머리를 굴려봐야겠다. 하지만 머릿속에 들어있는건 역시 지금 당장 필요한 것들의 목록 뿐이라 - 나를 이렇게 만든건 당신이란 말이다.

생일 축하해요, J씨. 덕분에 정말 잘 살고 있습니다. 당신도 내 덕분에 잘 살고 있기를 바래요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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