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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들어차는 베란다 문 앞쪽에 앉아, 서늘한 유리벽에 등을 기대고 얼마전에 사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첫장에는 눈으로 가득찬 작은 마을이 있었다. 선선하게 틀어 둔 에어컨 덕분에 신이 난 고양이 두 마리가 주위를 어슬렁 거렸다. 다리를 스치는 보드라운 털에 간지러워 슬며시 밀어내려고 뻗은 손끝에 닿는 체온이 좋아 마음을 바꿔 쓰다듬으면서 책을 마저 읽는다. 밝은 공기들 사이로 떠다니는 먼지 따위는 상관이 없다는 듯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 서늘했던 등은 어느새 데워져있었고, 적당히 페이지를 넘긴 책을 덮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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