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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지만 골목길 사이 사이로 한적한 대학로에서 근 사년 반 정도를 지냈다. 반년이 조금 안되는 날 동안 지내던 종암동 이모네가 아닌, 사람들은 잘 모르는 대학로의 작은 골목길 작은 월세방에서 서울에서 맞는 첫번째 생일을 지냈더랬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이면 노래가 들렸다. 동아리 사람들로 추정되는 한무리의 사람들은 골목길에 있는 술집 중 하나에 모여 있는 듯 했다. 어느 날에는 이문세 아저씨의 노래를 들었고, 어느 날에는 화음을 넣은 피구왕 통키와 아기공룡 둘리를 들었다. 작은 방에 비해 크던 창문 밖으로는 가로등 불빛에서 살짝 벗어나 구석에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모여있던 적이 많았다. 아이들이 없는 날들 중에는 헤어짐을 고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두번째로 이사한 집은 조금 더 넓어져 식구를 하나 더 들였고, 더이상 넣을 수 없게 벽에 가득한 책장에 버릴 책을 구별해 버려야 한다는걸 알면서도 정리를 못해 미련과 함께 먼지가 쌓였다. 근처에 사는 삼색의 고양이는 새끼를 낳았다. 그 새끼는 다시 엄마가 되어 턱시도와 삼색 아가 네마리를 낳았다. 아가들은 가끔 베란다 창밖에서 집 안을 들여다 보았다.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하던 날들 부터 하나 둘 안보이던 아가들은 턱시도 아가만 남았고, 가끔씩 챙겨주는 사료를 사람이 안볼때만 먹었던 엄마와 아가는, 이사를 얼마 안두고 몇일 전부터 빌라 현관 앞에 쪼그려 앉아 사료를 뿌려 주면 꼭 손 닿지 않을 만큼만 가까이 다가와 허겁지겁 사료를 먹었다. 마지막 날에는 엄마와 아가가 사료 샘플 한봉지를 다 먹을때까지 기다리던 의젓한 아빠도 함께였다.
금요일의 이사를 앞두고 주초에 비가 온다는 이야기에 다행이다 했고, 틀려버린 일기예보에 다시 금요일에 비가 온다는 이야기에 포장이사라 다행이다 했다. 이미 정해진 것에 이리저리 마음 쓰면 무엇하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무섭게 쏟아지는 비에 어찌해야하나 싶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짐을 옮길 때 잦아들던 비는 짐을 다 싣고 차가 출발 할 무렵에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치즈와 크림은 서로 다른 케이지에 넣어두다 너무 서글프게 울어 좁지만 참으라며 한 곳에 넣어두니 우는 것을 그쳤고, 텅빈 집안을 싹 쓸어내고 신발장에 카드키와 열쇠를 넣어두고 나오는 길에는 그동안 고생했다 수고했다 스스로를 칭찬했다.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큰 것이라 여기며 울기도 많이 울었고, 길을 지나다 뭐 그리 재미있었는지 배를 잡고 웃었던 때도 많았다. 지나갈 것 같지 않은 스물 셋, 넷, 다섯, 여섯 그리고 일곱의 절반이 혜화역 3번 출구, 4번 출구 근방에서 빨리도 지나갔더라.
새로 이사한 집에는 창이 크다. 내리 삼일을 꼬박 정리를 하는데 사용하던 중의 둘째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난 덕분에 흔하지 않았던 낮잠을 청했다. 날이 흐렸지만 자그마하게 들어오는 해를 이불과 함께 덮어 한두시간 자는 동안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동네의 풍경이 그대로 들려와 아 이제 정말 '집'에서 살게 되었구나 잠결에 생각하기도 했다. 새로 산 베개는 높아보여도 베면 푹신하니 푹 꺼져 딱 좋을 만큼만 낮고, 새로 산 침대에는 수납 공간이 딱 알맞게 혹은 조금 넘치도록 넉넉하다. 베란다에는 크림치즈의 화장실을 내어두어 이제 방에 수북하게 들어차던 모래가 거실에서 끝 날 예정이고, 살면서 정리하면 된다는 아빠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쌓아두면 죄다 마음의 짐이라 대부분의 정리가 끝이 났다.
이미 자정을 넘겨 주말이 끝난 시간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일러스트 파일을 열어 청첩장을 수정하고, 봉투 작업을 해 파일을 업로드 하고 스티커까지 주문을 마치고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준비할 것들을 체크한 뒤 누웠다. 잠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여겼는데 깊게 잠들지 못했던 이틀밤으로는 충분치 못했는지 한참을 뒤척였다. 많은 비가 끝나고 난 아침은 가을이 다가오는지 서늘해 가디건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이제 큰 산 하나 또 넘었으니 한숨 돌릴 수 있겠지 싶은 지하철은 조금 일찍 나선 덕분인지 한산했다.
이렇게,
여름의 끝은 소소하고 분주하게 지나가고 있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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