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는 것, 발끝에 채이는 돌처럼 가끔은 아프다가도 자주는 아무렇지 않은 - 그런 식으로 잔존하는 것들 조차도 지나가고 마모되어 둥글어 진다는 흔한 이야기. 소모되는 시간의 양이야 각자 다르겠지만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것이 삶에 있어 가장 큰 위로였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혹은 그것만이 위로일지도. 점심에 티타임까지 마치고 아빠랑 엄마랑 동생을 배웅하고 돌아온 거실에서 낮잠이 들었다. 올 여름은 컨디션이 그닥 좋지 않은지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타서 거실에 에어컨을 저녁에 틀어놓으면 밤에는 선풍기조차 안 틀고 여전히 솜 이불을 덮고 자야 적당한 온도였던지라 요 몇일 더위를 많이 타는 j씨를 거실로 내보냈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나란히 누워서 한숨 잠을 청했다. 여름에는 낮이 길어 낮잠도..
1. 셔틀버스 타러가는 길, 휴가 때 무얼하는지 물으시길래 별 것 없다 했더니 당장 월/화 휴가 캔슬. 9월에 j씨와 함께 여행이나 가라신다. 좋은데 미묘한 이 기분은 너무 갑작스럽기 때문이지. 그래서 월/화 대비 미친 듯이 일한 오늘이었고, 모두에게 수요일에 뵙자며 인사도 했지만 월요일에 출근. 여름은 열심히 일만 할 팔자인가보다. 아, 프로젝트도 연장 됐다. 5월 중순까지. 벌써 한달이 넘게 지났다며 놀라워했는데, 아직 열달은 남은 것에 또 놀라웠다. 2. 김사랑 단콘 공지가 떴는데 양일이다. 마음이야 이틀 다 가고 싶지만, 이미 그민페 티켓을 끊어놨으니 하루만 선택하기로 했다. 하나는 올림픽홀, 하나는 상상마당. 강을 건널 수 없는 병에 걸린 관계로 올림픽홀의 공연이 어쿠스틱(!!!)임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면 싫은 사람 티 안내고 지낼 수 있어야 할텐데 나이를 먹을 수록 싫은 사람은 가까이 지내는 것 조차 싫다. 어릴적에 싫어도 좋은 척 다 하고 지낸 반동인지 그냥 성격이 이상해지는 건지는 모르겠다. 까지 쓰고 반나절이 지나니 마음이 좀 수그러들었다. 사실 시간이 지나서 그런건지, 하루종일 카페를 3번이나 가서 커피에 자몽에이드에 얼그레이까지 먹어서 마음이 흡족해진건지는 좀 헷갈리지만 - 아마 시간이 지나 더 괜찮아 진 걸 테니 마음이 삐뚤어지거나 안 좋을때는 어디다 풀어놓고 싶어도 몇시간에서 몇 일 정도는 참아보는게 낫다. 그래서 글 쓸 때 조심해야 하는 것들이 몇 개 있다. 새벽, 분노, 우울과 사랑. 하지만 저런 것들이 가득 들어찰 때야말로 글이 쏟아져내린다. 그것이 글 쓰기의 딜레마.
왜죠, 왜 김사랑은 나는 열여덟살이라고 외치던 스무살때랑 얼굴이 똑같죠. 게다가 더 귀여워. 원래 귀여운건 알았지만 그거 별로 티 안내는 컨셉이었잖아, 근데 왜 이렇게 귀여움을 퐁퐁 내보이는거죠. 역시 남자는 나이를 먹고 볼 일 인가. 드디어 신보다, 게다가 정규야. 새 앨범. 잇츠 뉴. 아 감격스러워라. 그래서 지산이 나오는 거구나, 그민페에 나와주면 나는 작년 규호언니 무대처럼 툭치면 울 것마냥 넋 놓고 보겠지만 그런 기대는 하지 않겠다. 단콘이나 가지 뭐. 그래 너오빠 정규 신보인데 내가 단콘 못 갈까봐 ! 난 예매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으으으으. 우주다. 우주야 좀비고 뭐고 모르겠고, 그냥 우주에 김사랑이 있다. 그게 너무 좋아서 이 뮤비가 더 좋음. 우주와 김사랑이라니. 우주를 배경으로 김사..
그민페는 안 가기엔 연중 행사가 사라지는 기분이라 아쉽고, 가자니 매번 겹치는 라인업이라 고작 3년차이면서도 고민하게 된달까. 게다가 작년에는 운영이 쫌 많이 (...) 돗자리존에 더워죽겠는데 이불 뒤집어 쓴 커플들 보면 삼만원 쥐어서 내보내고 싶기도 하고 (...) 물론 설렁설렁한 자세로 임해서 그런 것은 알고 있다. 스탠딩 존에서 반 이상 버티고 중간중간 쉬던가 기절하던가 해야 이상한 꼴도 덜 보고, 운영이고 뭐고 신경 쓸 겨를도 없고 리듬에 몸을 맡기고 나의 체력을 바치고 일요일 저녁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야 겨우 월요일 출근을 걱정하고 그렇게, 요걸 안 했거든. 올해는 인원도 둘이고 심지어 타임테이블에 맞춰서 찢어져도 서로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동행인이니 밥이나 열심히 먹고 실컷 뛰놀다 오자..
지지난주인가 땡큐를 우연히 보았는데 신애라가 차인표에 대해서 설명을 하더라. 차인표씨는 다른 사람에 대해 궁금한게 없어요 라면서, 다른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면 그랬어?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어쩌다 그렇게 된거야? 라고 물어봐야하는데 그렇군요 하고 만다고. 또 자리를 옮겨서는 - 자기는 사람들이랑 만나서 이야기하고 떠들고 하면 충전이 되는데 차인표씨는 그게 소비예요 집에서 있는게 충전이야 라면서. 볼 생각도 없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쇼파에 기대 앉아 눈은 멍하니, 손은 바느질을 하면서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네 하고 웃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언제부터 괜찮아진걸까. 외로운 것도, 모든 이의 사랑을 쓸어 담지 못하는 것도, 아무도 만나지 않는 시간들도 아무렇지가 않았던 때가 언제였을까. j씨가 말해오던 '연필..
1. 아침 버스에 타러 가는길에는 비가 분무기로 뿌려대는 것 마냥 내리더니 막상 도착해 내리고 나니 비가 그쳤다. 지역이 달라지면 날씨도 달라져서 서울에선 괜찮았던 젤리슈즈가 가끔 여기선 민망해지기도 하고 뭐 그렇게 지낸다. 모두의 걱정보다 덜 피곤한 건 내가 버스에서조차 엄청 잘 자기 때문인 것 같고, 이러다 훌쩍 내년 봄이 될 것 같고. 2. 어제는 남들 다 일하는데 혼자만 휴일이어서 집에서 원피스 한벌 만들면서 밀린 일말의 순정을 봤다. 우성쌤이 김쌤 좋다고 돌직구 날릴때 마다 좋다며 끙끙. 구체적으로 이땐 이래서 이랬고, 저땐 저래서 저랬다고 하나하나 말할 때 마다 어쩜 저렇게 대놓고 그러냐 - 어릴적 저런 이야기 안 들어본건 아니지만 삼십대 후반 남자가 날리는 돌직구랑 십대 후반, 이십대 후반 ..
피메일 여름호에 있는 패턴중에 가장 간단해 보였던 원피스. 린넨 소재로 시원하게. 윗 옷을 만들 생각에 대폭 1마씩만 주문해서 선세탁을 해두었는데 원피스를 만들까해서 앞 뒤가 다른 색이 되었다. 둘 다 무채색 계열이라 잘 어울려서 만들고 나니 잘 했다 싶고. 앞/뒤가 따로 없어서 원하는대로 입으면 된다. 허리 리본은 옷 만들고 남은 원단으로. 리본을 묶지 않으면 매우 박시해서 묶는게 정석. 신축성이 없는 원단으로 만들려다보니 머리가 안들어갈까봐 목둘레를 패턴보다 좀 넓게 팠더니 너무 넓어졌 (...) 이걸 내가 입어야 하나 어깨가 맞는 다른 사람을 줘야하나 깊은 고민 중. 옆 트임도 줬다. 처음 만드는 옷이라 어떨까 싶었는데 괜찮다고 혼자 자화자찬.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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