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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_e 2013. 8. 16. 14:35

시간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는 것, 발끝에 채이는 돌처럼 가끔은 아프다가도 자주는 아무렇지 않은 - 그런 식으로 잔존하는 것들 조차도 지나가고 마모되어 둥글어 진다는 흔한 이야기. 소모되는 시간의 양이야 각자 다르겠지만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것이 삶에 있어 가장 큰 위로였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혹은 그것만이 위로일지도.


점심에 티타임까지 마치고 아빠랑 엄마랑 동생을 배웅하고 돌아온 거실에서 낮잠이 들었다. 올 여름은 컨디션이 그닥 좋지 않은지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타서 거실에 에어컨을 저녁에 틀어놓으면 밤에는 선풍기조차 안 틀고 여전히 솜 이불을 덮고 자야 적당한 온도였던지라 요 몇일 더위를 많이 타는 j씨를 거실로 내보냈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나란히 누워서 한숨 잠을 청했다. 여름에는 낮이 길어 낮잠도 길다. 눈을 뜨니 아직 해는 안졌는데 일곱시가 다되어 있다. 그 와중에도 추웠는지 차려지지 않는 정신에 비척거리면서 볶음밥을 만들고, 소름이 오소소 돋는 팔을 쓸어내리니 하루가 끝나있더라. 이른 아침을 위해 열두시 전에 침대에 누웠는데 왜인지 쓸쓸해져 j씨를 불러다 옆에 앉혔다. 덕분에 가물가물하게 잠이 들었지만 밤새 선잠을 잤다. 꿈도 한참 꾸었던 것 같은데, 꿈꾸면서도 이건 꿈이니 기억해서 적어놓으면 괜찮은 글이 되겠다 생각했는데 일어나니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렇게 여름이 지나간다. 곧 9월이고, 곧 가을이겠지. 쏜살같이. 쏜살같이라는 단어를 시간과 인생, 나이에 도입할때 종종 궁금하다. 나는 쏜 궁수일까, 날아 가고 있는 화살일까, 화살이 꿰 뚫어야할 과녁일까. 나의 화살이 지나가는 그곳에는 어느 바람이 얼마나 불고 있는걸까. 어쩌면 그냥 관람객인건 아닐까.


한동안 쏜애플이랑 김사랑만 주구장창 들어댔더니 멜론 탑100을 못듣겠다. 아이돌은 마카롱이지 백반은 아니라서. 두어트랙 랜덤으로 돌리다 포기하고 케이티페리랑 레이디가가를 걸어놓으니 에이미와인하우스가 나으려나 하고 몇번이고 플레이리스트를 뒤엎다가는 결국 자우림 짝수 앨범들을 걸었다. 가끔 그럴때가 있다. 신나게 레게랑 스카, 컨트리에 락이니 뭐니 아이돌 댄스음악도 죄다 섞어 주구장창 듣다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침침하고 가라앉는 앨범들을 찾는다. 이럴때는 그냥 듣는거다. 몸을 푹 담구고 뇌를 절이는 듯이 하루종일 흥얼거리면서. 이럴땐 이어폰이나 헤드폰이 필수. 이것도 지나겠지 - 하면서. 그러고보니 맨 위 문단에 부합해서, 삶의 모든 순간들은 위로인 것 같다. 결국은 지나갈테니까. 다만 기다리고 견뎌내고 실컷 힘들고나서야 깨닫게 되는 위로라는것이 조금 치사하게 느껴지지만. 그렇지만 (다시 한번) 결국은 지나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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