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을 끝내고 집에 도착하니 열시, 문 앞에 쌓여있는 택배들을 옆으로 옮겨 치우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여놓았다. 창문들을 죄다 열고 발에 밟히는 것들에 방을 쓸까 말까 열심히 고민하며 택배 상자를 뜯고 재활용품들을 정리한다. 묵직하게 한박스로 온 사과는 작은 롤백을 꺼내 물기를 수건으로 닦고 하나씩 넣어 묶고 냉장고 야채칸에 차곡차곡 넣었다. 고양이 밥을 채우고, 고양이 물을 닦아 새로 주고, 배송 온 수건은 빨아야 쓸 수 있지만 밤에는 세탁기를 돌릴 수 없으니 아침에 나갈때 세탁 예약을 하고 가야겠다며 시간을 머릿속으로 세면서, 움직일 때 마다 발에 느껴지는 이물감에 결국 참지 못하고 부직포 청소기를 들었다. 피곤한 눈을 껌뻑거리며 왜 항상 집에 늦게 들어오면 할 일이 평소보다 많은건지, 안해도 큰 일..
토요일, 강원도는 새로 개통한 양양 고속도로에 힘 입어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모였다고 한다. 밀리고 또 밀리는 그 도로 위 주차장에 바로 내가 있었다. 그 많은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당장에라도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비행기 타고 홍콩은 충분히 다녀올 수 있을만한 시간의 여정을 보냈다. 맙소사, 나는 성수기 휴일에는 집 밖에 나가는 것도 동네가 최대인 사람인데. 자고 자고 또 자도 도착하지 않아서 당장에라도 소리를 지르며 뛰쳐 나갈거라며 옆 사람을 협박하며 보냈던 버스 안에서의 아침과 저녁. 덕분에 잠깐 들르려던 바다도 버스 안에서만, 시댁에서도 몇시간 앉아있지 못하고 돌아와야했으니 부디 추석 전에는 갈 사람은 다 다녀오고 한가해지길 바라는 수 밖에. 수고했다, 정말 많이 수고했어,..
마음에 파도가 몰아칠때면 뱃멀미를 하는 듯 울렁거린다. 며칠을 수시로 멀미가 나 길을 걷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누워도 울렁이는 느낌에 잠이 늦게 들었다. 이번 일은 전혀 다른 부서의 3개의 프로젝트에서 공수를 조각조각 나눠가 나를 공유하는 방식이라 디자이너가 한 명인 회사에 다니는 기분이 오랜만에 들었다. 회의도 3번, 회식도 3번인건 전혀 반갑지 않지만 개발자들은 벌써부터 야근 모드인데 나만은 퇴근 시간에 맞춰 사무실을 뛰쳐나가고 있으니 회의쯤이야 라고 생각 중이다. 회식은 뭘 어떻게 생각해도 별로인 그저 한마리의 해파리가 되어 상관없이 떠다니고 싶은 영혼이지만. 프리생활이 벌써 7년차다보니 회식이니 유대니 친목 같은 것들은 죄다 내다 버린지 오래라 매번 회식때마다 8시 반이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9시..
아침은 출근길에 가방에 넣어 온 두유와 사과. 전날 씻어 잘라 호일로 감싸 비닐에 넣은 사과를 j씨가 챙겨줄 때면 매듭이 내가 묶을 때와 달라서 왠지 귀엽다. 요새는 매일 밤 침대로 들어가면서 j씨에게 '사과 해줘'라고 요구한다. 일은 둘 다 하지만 좀 더 멀리 다니는 게 벼슬이라 괜한 투정이다. 상시 출입증이 계속 나오지 않아 2주를 시외버스를 타고 퇴근을 했더니 시간상으로는 얼마 차이 나지도 않는데 왠지 지쳐있다.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꺄르륵 웃어대면 참 좋으련만 어쩔 줄을 모르고 짜증이 몰려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닿지 않을 수 있게 노력하며 얌전히 지낸다. 짜증은 뾰루지 같아서 급작스럽게 톡 튀어나오는데 손을 대면 더 커지고 아프니까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게 제일이라서. 그냥 두면 가..
블로깅을 하는데 필요한 것은 여유로운 시간이 아니라, 딴짓을 할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시간이 남아 돌던 쉬는 동안 밀린 포스팅이 수십개, 사무실에 앉아 피씨 세팅이 끝나고 나니 이제서야 로그인을 한다. 인스타를 주로 하는 요즘 암향은 아카이브화 되어가지만 없애거나 그냥 둘 생각은 없으니 차곡차곡 쌓아두는 수 밖에. 악용의 소지가 있다며 없어진 과거 날짜 호스팅 기능이 없어지고 난 다음이라 밀린 포스팅은 제목만 적어놓고 일단 닫아 두었다. 어째서 몇몇의 악용 때문에 많은 편리함이 희생되어야 하는가를 투덜거려보지만 별수 없지, 내가 꼬박꼬박 쓰는 수 밖에. 다시 출근하기 시작한 이천은 여전히 핸드폰 카메라 봉인과 상시 출입증이 필요한데,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어 주 몇회 이상 방문을 해야 출입증 발급 절차에..
평소에는 잘 내보이지 않으려고 하지만, 언제나 저 안 깊숙히 존재하고 있는 - 나의 강박에 가까운 인간 혐오와 불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거창하게 대화라고 할 건 없고 그냥 어둑어둑한 창 밖을 내다보며 지나가는 이야기로. 요 몇 년 사이 나는 꾸미고 참는 것을 그만 두고 좀 더 날 것을 내보이는데에 치우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주위에 있는 이들이 상처를 받거나 화를 내기도 해서 아주 가끔 곤란하다. 그렇다고해서 다시 예전처럼 꽁꽁 싸매고 내보이지 않기에는 지금의 편리함을 버릴 수 없는 편함의 노예인데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늘어난 처세술로 사회 생활은 잘 하고 있지만 지인과의 관계에서도 사회 생활을 시전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딜레마가 생겨서 끙끙. 그것에 대해 '그게 나한테는 적용이 안되는게 아니..
어째서 이 운동을 하는데 그 근육이 아픈지를 묻던 트레이너 쌤은 결국, 오늘도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기구 사용법보다 기초 웨이트를 먼저 해보자고 했다. 걷는데 필요한 최소 근육만 있는 나는 오늘도 복근 운동을 하는데 복근까지 힘이 오지 않아 마치 내 몸이 아닌 듯 평온한 복근을 구사했고, 뭘 할때마다 다른 근육에만 자극이 오니 이것이야 말로 총체적 난국. 운동을 시작하기 전 탈의실에선 두분의 아주머니들을 뵈었는데, 예순 다섯살의 할머니에게 일흔 여덟살의 할머니께서 젊은 건 좋다고 이것저것 마음껏 하라고 말씀하고 계셨다. 그분들 보시기엔 그저 아가지만 제일 건강치 못할 나는 왠지 부끄러워 황급히 옷을 갈아입고 나와 런닝 머신을 걷기 시작했다. 뭐 이런들 저런들, 숨쉬기 운동만 삼십년을 넘게 해 왔는데 벌써..
운동, 운동을 할테다. 사람 좋게 생긴 트레이너는 친절하게 상담을 해줬고, 오늘 나가는 길에 들러 등록을 할까 한다. 돈과 시간을 쓰며 운동을 하는 날이 오게 될 줄 10년은 커녕 2년 전의 나도 몰랐겠지. 이래서 나이가 무섭다. 이천으로 출 퇴근할때는 걷는 거리가 은근히 있어 살짝만 돌아 걸으면 하루 만보도 거뜬했는데, 집에서 쉬는 요즘은 그저 잠만보 수준이라 몸이 삐그덕 거리는게 느껴져서 안되겠다 싶다. 세상은 참 좁고, SNS는 더 좁아 건너건너 얼굴과 이야기만 아는 사람들이 넘친다. 오늘 아침에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날 팔로잉한 사람의 포스팅에 긴가민가해 검색을 해보니 아 이 사람이 그 사람이구나 하고 깨달았고, 나의 검색 능력에 박수를 보내며 재밌어 하는 중이다. 이래서 잘 살아야한..
책을 읽고 게임을 하고 재봉을 하다가 다시 아무것도 안하면서 지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무위도식인가. j씨는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좋은 것도 보고 다니라고 했지만, "집이 제일 좋아-"라는 대답에 빵 터지셨다. 덕분에 한동안 우리집의 유행어는 '집이 제일 좋아' 찰떡 아이스를 24개나 샀다. 12,800원이면 사야지. 택배가 늦게 오는 편이라 9시 전에는 오겠지 하고 있다가 혹시나 하고 문을 열어보니 택배 아저씨가 날 가둬놓았다. 몸이 겨우 통과할 만큼 문을 밀고 나가 모래와 이것저것을 들고 들어오니 한아름이라 택배 포장을 뜯고 분리수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카드값 리셋 기념으로 드라이기도 하나 샀다. 원래 쓰던 드라이기에서 폭발할 것 같은 소리가 나서, 큰 맘먹고 평소보다 2배는 비싼 걸 샀더..
구석기 유물이라니. 한동안 블로깅이 뜸했던 건 집 밖을 나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해 약속을 최소화 하고 있기 때문에 일이 없어 쓸 것이 적기도 했었고, 컴퓨터 앞에 잘 앉아있지 않기도 했었기 때문이었다. 사진 업로드도 짧은 글도 쉽고, 다른 사람들의 좋아요와 내 좋아요의 노출이 신경이 덜 쓰이는 인스타를 주로 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공연 사진과 소잉으로 다른 사람의 피드를 도배하는 것은 싫어 각자 계정을 따로 만들었고, 공연 사진 계정은 밀린 사진 업로드를 끝냈는데 소잉 계정은 아직도 업로드 해야할 것 들이 산더미라 살짝 부담을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꾸준히 올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블로그에 올려야지 싶었던 사진들이 쌓였고, 그 것들을 정리하고 올리자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자면 자꾸 딴 짓이 생각나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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