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렇고 자그마한 어항에서 지내고 싶다. 평화롭게 지내기로 암묵적인 협의를 마친 얼마 안되는 이웃들과 꼬리를 살랑거리며 유유하게. 투명한 유리벽에 밖과 안이 보여도 딱히 별 다른 영향없이 서로 구경이나 하고, 가끔 우울할때는 펌프 근처로 가서 고농도 산소에 취해도 보고. 밖에서 들여다보는 게 별로인 어느 날엔 풀 뒤에서 한숨 낮잠이나 자고, 밖의 놈들이 손 넣어 휘휘 젓다가 걸려 등짝을 세게 맞는걸 보기도 하고. 물 온도도 적당하고, 산소도 적당하고, 자갈도 깨끗한 그런 둥근 곳. 구깃하고 얼룩진 마음을 탁탁 털어 손으로 곱게 잘 펴서 바람이 잘 통하고 그늘진 곳에서 시간을 들여 말려야 할 때가 종종 있다. 따끈하고 포근한 햇볕을 피해 서늘한 속에서 며칠이고 시간을 들여야만 틀어지지 않고 구김이 어느정도..
난 스물 넷에도 밥은 못 먹어도 잠은 자야하는 사람이었는데, 서른 넷 먹고 본의 아닌 투잡으로 잠을 분할 포기하고 있자니 고생이 심하다. 그 와중에 이른 출근은 해야하니 잠도 깊게 못자서 중간에 2-3번은 깨느라 바쁘다. 오늘 아침에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떠서 메일을 확인하니 몇시간 전에 온 메일에 쓰인 추가 작업이 십분이면 끝날 것 같아 세수를 하고 샤워를 하고 화장을 하고 작업을 하고 버스를 타러 달려 나왔다. 오늘은 일찍 자야지 일이고 뭐고 10시에 잘거라고 - 라고 호기롭게 쓰지만 수정 메일이 부디 오지 않기만을 바라는 쫄보의 심정. 덕분에 날이 궂고 몸도 궂다. 피곤하면 제일 먼저 반응이 오는 눈이 슬슬 말썽이라 토요일엔 병원 오픈 하자마자 진료를 받아야 할 것 같고, 허리가 계속 아픈 것..
언어의 모양새와 짜임새에 예민한 것은 삶에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문장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업으로 삼아 평생을 갈고 닦기에 정진하면 모를까, 언어와는 상관 없는 일을 하고 언어와는 관계없는 이들을 만나다보면 나를 공격하는 언어들만이 난무하다. 물론 나는 유난히 물 위를 헤엄치는 횟수가 잦은 개구리고, 그들이 던지는 돌은 나를 맞추려는게 아니라 물 수제비를 뜨려는 것이니 자의적인 공격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옆에서 첨벙이는 물도 직접 와 닿는 돌도 쉽지 않다. 그리고 쉽지가 않을때마다 내가 유난인거겠지- 하고 생각하고 만다. 해결책이 없는 때에는 남 탓보다 내 탓이 편하다. 오고가는 문장이 쌓이고, 그 문장에 녹아있는 단어들이 쌓여가면서 이루어지는 관계 한켠에는 내가 소화하지 못한 것들이 작게 쌓..
언젠가는 쓰겠지, 이건 아까우니까- 라며 쌓여있는 것들을 조금씩 정리해 버리고 있다. 진열보다 수납을 좋아해서 죄다 안쪽에 각을 맞춰 줄을 세워 쌓아놨던 것들을 종종 꺼낸다. 눈에는 전혀 보이지 얂아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 보이는데다가 아직 멀었지만, 그렇게 버리다보면 좀 더 가벼워지겠지. 버릴 것과 아닌 것들의 구분은 명확하지만 애매하다.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은 것이 여러개 있는 것들은 내다 버려도 괜찮지만, 그 와중에도 그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것들이 있어 선뜻 버리지 못하게 된다. 그렇지만 버리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후회나 안 좋은 마음은 없다. 그런 것들은 결국 시간을 지내다 보면 하나씩이라도 더 버리게 되어있고, 이렇게 비우는데도 아까워 못 버리는 것들은 정말 갖..
달도 밝고 가로등도 밝은 이른 아침은 겹겹이 입은 옷 덕분인지 손끝만 시렸다. 종이 공예마냥 얇은 옷을 하나씩 덧대어두면 빳빳하고 단단한 느낌이 든다. 장갑을 꺼낼 때인가 하며 차가운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반쪽 달이 너무 예뻐 몇 번이고 서서 위를 올려다 보았다. 출근 버스 대신 뭐라도 타고는 따뜻한 나라에서 잠시 지내다 오고 싶은 시월의 가겨울. 이제 추위가 시작 될 모양인 것 같아 핫팩을 잔뜩 주문했다. 겨울이 지나면 올해도 끝이구나. 여전히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며 지난다.
같은 테크 트리를 타고 진행 되던 한 인간상에 대한 이야기의 결론은 둘로 나뉘어졌다.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vs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지. 이야기를 나누던 j씨와 함께 작게 웃었다. 이렇게나 우리는 같고 달라서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하고 정정해가면서 알아가고 이해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매일이 전쟁같지 않았을까. 언제나 집이 제일 좋은 둘인지라 집을 몇 일 떠나 있어야하는 명절은 어디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요만큼씩 고여있다. 감사하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시댁인지라 명절 음식도 미리 다 준비해놓으시고 기다리시는 덕분에 설거지나 하고 과일이나 깎다가 낮잠을 실컷 자고 돌아오기도 하고, 언제나 딸 바보인 아빠가 마중나오는 친정에..
미움 받기는 싫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건 다 하고 싶은 사람을 감당할 수 있는 깜냥이 내게는 없으니 근처에 두면 안된다는 걸 이번 프로젝트에서 확실히 깨달았다. 남에게 바라는 것은 자주 말 하면서 (하지만 이것도 미움 받기 싫으니 뱅뱅 돌려 말해서 상대방은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속이 터져 죽음) 남에게 싫은 소리와 고칠 점을 듣는건 싫다니, 그 와중에 빠짐없이 자기가 했던 일에 대한 생색을 내서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니 맙소사. 생색이 미덕이 아니 것은 보수적인 이들의 전유물이겠지만, 나는 꼰대이니 내것이기도 해서 볼때마다 내가 다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덕분에 오늘도 한번 더 다짐한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야지. 11월 초까지였던 프로젝트는 아마 12월까지로 연장이 될 것 ..
밤청년들이 스케치북에 나왔고,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는 소리에 유명해지면 어쩌지 했했더니 j씨가 홍대병에 걸렸다고 했다. 난 그저 티켓팅이 여유로운 게 좋은거고, 사람이 늘어나 이상한 사람의 수도 늘어나는 것이 싫은 것 뿐인데. 흑흑. 또 생각해보면 재밌는 게 김오빠가 복면가왕에 나왔을때는 잘 나왔다 잘한다 이랬던 기억이 난다. 유명해질거 같아서 좋았었지. 지내 온 세월이 길어서인걸까. 마치 나의 남자가 인기가 많을때 부인과 애인의 반응 같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어이 없게 웃고 나니 둘 다 얼른 단공이나 했으면. 싸움에 임할때는 당연히 전력을 다해 임해야한다. 나는 사람에 대해 미련도 미래도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고 그렇게나 거듭해서 온 사방에 말해왔건만, 그런 '홀로'인 이에게 싸움을 신청해놓고 아직..
새벽이면 추워서 손만 내놓고 자는 덕분에 손바닥에 셋, 손가락에 둘 모기에 물렸다. j씨는 자기보다 모기를 잘 물리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결혼 참 잘했다고 세번을 말했다. 아 네... 프로젝트가 끝날때쯤이면 오버록을 하나 살 것 같다. 놓을 곳은 없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몸소 짊어지고 살진 않을테니. 본격 가내 수공업 모드의 돌입인가 하지만, 요새 코튼빌 숙제를 열심히 한데다가 더는 만들 소품이 없다는 이유에 일이 바쁘다는 것 까지 더해서 살짝 소잉에 시들하다. 그렇지만 배부르고 등따시게 집에서 놀면 또 돌려댈테니 그것 역시 그때가서 생각하는 걸로. 어젠 출근도 아니고 퇴근을 뛰어서 했다. 셔틀버스의 비애- 라고는 하지만 정해진 시간 덕분에 야근을 늦게 까지 안하는 장점이 더 크니 그건 투덜거리지 말아야지..
'오늘은 패스'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그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이거나 혼자 있고 싶은 기분이니 오늘은 문을 두드리거나 들어오지 말아줬으면 할때 누르는 버튼. 이걸 눌러놓으면 들르러 온 상대방이 거부 당했다고 상처받지 않고, 미움 받았나 신경쓰지 말고, 모든것을 마음에 담지 않고 쿨하게 오케이 다음에 올게! 하고 돌아설 수 있는 버튼. 생각만해도 꿈 같은 버튼이라 꿈에서만 쓸 수 있는 버튼일 것 같다. c프로젝트는 난장판이다. a프로젝트는 점심을 먹을때조차 밥먹는데만 충실한 조용한 분위기, b프로젝트는 모두 같은 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이라 가족같은 분위기, c프로젝트는 다 따로따로 모인데다가 각자 주장도 강해서 매일매일 큰소리가 오고 간다. 어떻게든 프로젝트야 정상적으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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