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밤 꿈에는 연애를 했다. 그냥 별거 아니게 흔한 연애. 서로가 서로에게 나는 더이상 상처받기 싫으니 이 정도만 하자 라고 말하지만 수시로 상대를 떠올리고 미소짓다 간간히 한숨도 내쉬는. 다정함을 속삭이고 즐거움을 나눠갖고 당신의 상처를 안아 줄 수 있다는 듯 손을 뻗어 어루만지고 결국엔 별 수 없이 다가오는 상대의 손을 잡고마는. 닿아있는 코 끝에 아랫배가 간지럽다가도 저 깊은곳에 묻어둔 무언가가 가끔은 걸리기도 하지만 애써 모르는 척 하는 뭐 그런 정말 흔하디 흔한 연애. 그런 연애. 그리고 잠에서 깨어보니 곤히 잠든 j씨의 팔이 배 위에 올라와 있어 몸을 더 가까이 가져다 대고 한숨 더 자기로 했다. #2 A가 낸 초안에 의논은 지들끼리 해놓고, 모이는데 한번 와서 의견들을 좀 들어달래서 갔..
가끔 튀어나오는 나의 급하고도 못된 성정은 병을 불러오는데, 덕분에 이번주는 저녁내내 죽을 먹고 있다. 주말에 속이 메슥거려 장염인가 했더니 오랜만에 위염과 위경련, 역류성 식도염. 속이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먹는 것보다 배고픈 것을 택할 정도니 말 다했지. 일들이 몰려오고, 그것을 기한 내에 해치워야하고, 그 와중에 엉망으로 하기는 싫은데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은 성에 안 차고의 반복이다. 그래도 시간은 지날테니 어떻게든 진행될테고 결국은 끝이 나겠지. 허덕이며 한번에 여러개를 손에 쥐고 있기 보다는 옆에 나란히 놓아두고 차례차례 하나씩만 쥐면 그만인걸 돌잡이 하는 아이마냥 옆에서 잡으라고 난리난리하는 것에 정신 놓고 휘둘릴 필요 뭐가 있나. 짜증과 스트레스가 이만- 큼이나 올라갔다가 일단 나는 모르겠으니..
제목의 이모티콘은 귀여워서 언젠가 써먹어야지, 라며 복사해 둔 건데 이걸 이렇게나 빨리 쓸 수 있을거란 생각은 못했다. 살면서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극히 낮은 덕분에 사람에게 실망을 하는 일이 적은데, 오랜만에 실망으로 달려가는 특급 열차를 올라탄 내 표정이 딱 저 모양. 부끄러워 어디 말은 못하지만 연이은 '병크'에 사람이 이 정도로 모자랄 수 있나 하는 중이다. 심지어 그 중에 하나는 직접 당했어. 조만간 털어낼 것 같고, 대놓고 말도 못하는건 속이 터지고, 에라 모르겠고. 아마 곧 훌훌 털겠지. 포기가 빠르고 미련이 없다는 것이 내 장점이니까. 프로젝트룸이 다른 건물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ABC 중에 A와 C프로젝트는 2층에, B프로젝트는 3층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모든 프로젝트에 티오가 들어..
반평생 이상을 예민하게 살아온지라 예전도 지금도 신경을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그런 상태인걸 인지해도 전전긍긍하지 않고 '그럴수도 있지'와 '다 지나갈 것'을 모토로 삼고 무던하게 넘기려고 한다는 것 쯤. 하지만 이 무던함이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시즌에는 더 발전할 수 있는 혹사를 가라앉히는데 좋더라. 잠을 못자도 한때려니, 혓바늘이 돋아 퉁퉁 부어올라도 아 피곤했나보다 하고, 소화가 안되고 속이 메슥거려도 그럼 밥 먹으면 되지 하다가, 틈틈히 어질어질하면 잠을 좀 더 자볼까 하고, 자야할 시간에 잠도 안자면서 힘들다고 끙끙거리다가도 이러다 이번주도 지나겠거니 하고. 그러니까 감기가 온건지 더위를 먹은건지 영 모르겠고, 머리는 멍하고, 일은 많고, 입..
부팅 된 컴퓨터에 이리저리 뜨는 프로그램들에 로그인을 하고, 텀블러를 들고 사무실을 나온다. 화장실 옆을 돌아 들어가면 유일하게 창이 있는 휴게실이 나오고, 한쪽에 자리잡고 아침으로 싸온 과일을 먹는다. 창을 등지고 앉아있자면 정수리가 따끈따끈하게 데워진다. 오후쯤에 있으면 좋을 휴식시간이지만 어쩌다보니 일 시작 앞에 붙여놓고 있다. 긴 오전을 보내고 점심을 5분만에 먹어치우고 들어오면 주위 사람들은 엎어져 잠을 자기 시작하고, 낮잠을 자면 밤잠을 못 잘 위험을 항상 가지고 있는 나는 잠이 들지 못한다. 자잘한 딴짓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오전보다 짧은 오후를 보내고 나면 퇴근시간. 급식실을 향해 달리는 고등학생들 같은 통근버스 탑승자들에 두둥실 실려 버스에 태워져 서울에 도착하면 시원한 에어컨에 식혀진 ..
자존감은 마치 바위와 같아서 운석 같이 큰 재앙이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면 급격히 깎여 나가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거듭되는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주위의 말들과 행동도 그저 바람 일 뿐이라서 시간이 오래 지나면 풍화가 되어 깎여 나가는 것은 있겠지만 쉽사리 조각나서나 줄어들거나 송두리채 날아갈만한 성질의 것은 아닐 것이다. 내 자존감이 50이라는 데미지까지는 나는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면 10과 20과 30의 데미지가 이어진다고 해도 여전히 괜찮은 상태 일테고, 어제는 50에도 끄떡없었는데 이번은 30에도 죽을 것 같다면 자존감이 낮아진게 아니가 50을 감당해 냈을때의 자존감이 사실은 바위 위에 쌓아두었던 높은 모래더미였던 것은 아닐까. 내가 어떤 상태이던지 간에 나를 존중한다는 자존감과 경쟁에..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겠다는 도둑 심보는 없지만, 좀 더 어여쁘고 이치에 맞는 문장을 구사하겠노라 다짐한다. 나는 타인의 말에 담긴 악의에는 별 생각이 없지만 악의 없는 말의 문장 모양새에는 엄청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아무런 의도 없이 던지는 말이라 앞 뒤가 안 맞을 수도 있고, 배려가 없을 수도 있고, 말 그대로 아무 생각이 없을 수도 있는데 왜 그런것은 더 견디기가 힘든지. 그렇지만 '이것은 공격이 아니다'라는 것을 납득시키며 그 문장의 모순이나 구조적 오류에 대해 이야기 하라면 오랜 시간이 걸리니 꼰대가 되기 전에 마음을 접고 그냥 웃어보이고 만다. 그러니 한번 더 다짐한다. 말 한마디라도 정성스럽게 하겠노라. 처음 투입되고 2-3주는 한참 바쁘더니, 이제는 영 한가해서 낮에는 놀고 밤에는 종종..
원래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네온 사인 간판이 여기라고 손짓하는 듯한 가게에 들어갔다. 이제 막 오픈한 듯한 가게에 들어가 주문을 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y와는 공통의 관심사속에서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친해졌는데 평소에는 딱히 연락을 안하고 지내다가 두세달에 한번 쯤 연락을 해서 약속을 잡는다. 언제 한번 봐야지 보다는 다음주 토요일 어때 라고 묻는 사이. 보통은 그게 뭐냐 라고 하는 관계일텐데 나는 이 관계가 너무나도 좋은 것이다. 그리고 이번 만남에서 깨달았지, 아 이 아이 내 쪽으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 라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자잘한 불만은 많지만 그 불만이 사실상 나에게는 영향이 별로 없는 속세를 80% 정도 떠난 듯한 마음 가짐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의 순기능으..
과거에 했던 것들 중 쑥스럽지 않은 것이 뭐 얼마냐 있겠냐만, 만들었던 소스를 들춰내는 것은 조금은 더 부끄럽다. 심지어 그 소스를 뜯어고치지도 못하고 계속 가져다 손톱만큼만 고쳐 써야하는 상황일때는 더더욱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으로 얼굴이 화끈화끈. 이번 일은 프로젝트 3개를 동시에 진행하는데, a번 프로젝트에서는 모든 것이 신규라 신나게 스타일시트를 짜고 html을 그려내다 b번 프로젝트에서 오늘 드디어 작업 요청이 와서 3년전 내가 만든 소스를 열고 있자니 눈물이 난다. 그래도 별 수 없지 해야지.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아마 내년이나 후년쯤 지금 내가 새로 짠 소스를 보며 또 부끄러워 하고 있을거다. 성장이니 좋다고 생각해야지, 나이 서른 중반이 넘어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니 - 심지어 내가..
잠이 드는데 오래 걸리고 중간중간 깨는 조각잠의 시즌이 돌아왔다. 계절이 바뀔때 유난히 그런것 같기도 하고, 사실 그런건 아무런 상관없이 랜덤인듯도 하고. 며칠 벌건 눈으로 낮에 꾸벅꾸벅 졸다 보면 다시 밤 잠이 돌아올테니 걱정은 없지만 그래도 피곤은 해서 혀가 꺼끌꺼끌. 이것 또한 지나겠지- 라며 일 시작하고 못 간 헬스장에서 짐을 챙겨오고 덤벨을 주문했다. 역시 회사를 끝나고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헬스장이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 나는 집에 제일 좋은 사람인데. 집이 제일 좋은 나는 집에서 운동을 할 예정이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조금이라도 더 하겠지. 효리네 민박이 그렇게 인기라, 페북에서 많이 친구들이 좋아요를 누른 캡쳐를 잔뜩 보았다. 다정한 남편과 사이좋은 부부의 이미지들에 남자친구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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