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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냥빚

_e 2017. 7. 26. 09:25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겠다는 도둑 심보는 없지만, 좀 더 어여쁘고 이치에 맞는 문장을 구사하겠노라 다짐한다. 나는 타인의 말에 담긴 악의에는 별 생각이 없지만 악의 없는 말의 문장 모양새에는 엄청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아무런 의도 없이 던지는 말이라 앞 뒤가 안 맞을 수도 있고, 배려가 없을 수도 있고, 말 그대로 아무 생각이 없을 수도 있는데 왜 그런것은 더 견디기가 힘든지. 그렇지만 '이것은 공격이 아니다'라는 것을 납득시키며 그 문장의 모순이나 구조적 오류에 대해 이야기 하라면 오랜 시간이 걸리니 꼰대가 되기 전에 마음을 접고 그냥 웃어보이고 만다. 그러니 한번 더 다짐한다. 말 한마디라도 정성스럽게 하겠노라.

처음 투입되고 2-3주는 한참 바쁘더니, 이제는 영 한가해서 낮에는 놀고 밤에는 종종 알바를 한다. 일이 없냐고 물었더니 일단 놀라고 8,9월이 되면 바쁠거라는 답이 와서 맘 놓고 놀고 있는 중. 사무실에서는 티나게 놀 수 없어 크레마 뷰어 피씨용을 설치하고 책을 읽는다. 나의 독서는 질보다 양이기 때문에 매월 반값 10년 대여가 갱신 되면 쿠폰을 써 잔뜩 책을 구입하고는 한다. 덕분에 책장에는 스릴러와 미스테리가 절반이 넘고, 읽고 읽다보면 꿈에서 모험을 하게 되지만 그것이 또 하나의 묘미일거라 생각하고 만다. 이번주의 책은 낮용으로는 눈알수집가, 퇴근용으로는 집으로 가는 먼 길. 톰소여의 모험과 멘눌라라를 읽다 포기하고 좀 더 잘 읽히는 것들로 골랐다. 독서에서 가장 좋은 습관은 빠른 포기지.

매일 회사에 앉아 오늘은 꼭 빨리 자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밤이 되면 잠이 오지 않는다. 밤에 못자는 건 더워서라고 쳐도, 낮에 졸린 건 왜일까 싶은데 사무실 한가득 사람이 백명은 넘게 앉아있는 것 같아 산소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공기청정기라도 하나 책상에 둬야하는건가. 오늘도 책을 읽다 꾸벅 졸다 하루가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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