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안 좋아졌을때 아주 드물게, 열심히 먹는 것을 못하는 상태일 경우엔 내내 그저 잔다. 깊은 굴 속에 혼자 들어가 웅크리고 잠이 든 곰처럼, 아무도 손댈 수 없는 깊은 곳의 샘처럼 조용히, 홀로,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7월이 시작한지 벌써 열흘이 되어가고, 나의 여름은 뜨거운 줄도 모르고 빠르게 지난다. 자고 자고 또 자면서 며칠을 보내고 나니 비가 오기 시작하는 월요일이 되었고 이제 좀 낫다 여기기로 했다. 화장대 옆 달력을 7월로 넘기고, 일력도 여러장 뜯어낸다. 보통의 날들이 지난다.
나는 나의 것이 매우 중요한 사람이니 그것이 시간이든 장소든 마음이든 물건이든 같이 쓰고 싶다면 미리 허락을 구했으면 좋겠다. 나는 너의 것을 언제 같이 쓰고싶어 어때 괜찮니? 라면서. 아무리 우리가 사랑하고 친하고 오래 알았다고 해도 내 것은 내 것이지 우리의 것이 아니며, 우리의 것이라고 칭해지는 것들은 그만큼의 내 것을 서로 양보하고 내어준 덕분이지 당연한게 아닌데. 아무때나 당연한듯이 우리 사이엔 괜찮지 않냐며 태연하게 들어와서 그걸로 화내면 오히려 상처받았다고 이야기하는 그런 건 없으면 좋겠다. 좋겠다 정말, 엉엉.
ie라던가, 익스플로러라던가, 익스라던가. 인쇄는 보통 리포트툴로 처리를 해서 퍼블리싱 관련 별다른 이슈가 없었는데, 이번 프로젝트의 인쇄는 html을 들고 하다보니 ie때문에 눈물이 앞을 가려 작업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엉엉. 나는 덕분에 page-break를 배웠고, td에 적용된 css를 다음 페이지는 무시한다는 것을 배웠으며, 꼼수에 꼼수를 더해 다른 것을 해결하기 위해 (나만 보이는) 1px 정도 어긋난 것들을 마구 만들어내고 있다. 이럴때마다 스크립트를 배우고 싶어 불타고는 하는데 급한 상황이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잊혀지는게 마치 운동 같달까. 오늘도 개발자와 함께 익스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익스의 모자람을 통탄하는 중. 얼른 3월이 지나 놀고 싶은 마음과, 4월이 되면 제로가 될 수입..
오랜만에 댕도 같이 모두 함께 모여 타코를 먹다 메일을 보니 공감 자유이용권 당첨 메일이 와 있었다. 깜박하고 못 남길뻔하다 남긴 관람후기 덕분이다. 일산으로 옮긴 뒤로는 주위 지인들에게 같이 가자고 권하기도 어렵게되었지만 공감은 좋으니까 얼마든지 환영이지. 8월까지니 그 전에 선우정아나 한번 나와주길, 그래서 j씨와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중. 선우정아 전에 위아더나잇 나오면 진심으로 고민하겠지만 이미 12월에 나왔었으니 안 나올거야 아마. 이니스프리 럭키박스도 제일 좋은걸로 당첨됐다. 오프라인에서 내가 직접 고른다고해서 1등이 당연히 될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온라인 주문을 했고, 나의 당첨운은 포장하시는 분들의 손끝에 달려있었다. 온 박스를 열어보니 (당첨 내용물은 기억도 안나는데) 무언가 많..
나의 것은 아마 남들보다 보잘 것 없을 수도 있지만, 그 작은 것들도 모으다보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날이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것은 여기라고 손짓하거나 소리를 내는 법을 몰라 살피거나 찾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겠지만, 항상 그 곳에 있으니 어느 무료한 날에는 불현듯 알아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나의 것은 잔잔하고 고요한 오후 공기 같아서 흩날리는 것 하나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잊은 듯 창을 열어놓고 있자면 어느새 주위를 온통 감싸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매일 매일분의 사랑을 담아 그대에게. 끝나가는 겨울즈음에.
은수저에서 미카게네 할아버지가 하치켄에게 미각이 좋다는건 어릴때부터 부모님이 좋은 음식을 먹이며 키워준거라고 하는 말에 아, 했던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흔하게 했던 말 중 하나로 어릴때 읽었던 책으로 쌓아 둔 걸로 평생을 살고 있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의 말이구나 싶었다. 어릴때부터 몸에 붙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들 중의 몇가지는 일종의 유산이다. TV를 잘 챙겨보지 않는 것, 따로 건강 관리를 하지 않지만 큰 병 없이 지내고 있는 것, 밤이 늦으면 까무룩 잠이 오고 해가 뜨면 어느 순간에는 눈이 떠지는 것, 음식은 가리는 것 없이 다 먹지만 할 수 있다면 알맞는 간과 알맞는 온도로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하다못해 살면서 가지고 있자면 인생이 편해지는 빠른 포기까지. 각각의 습관들이 시작된 이..
나는 하루를 살아내는 것을 참 잘하는 사람이고 내내 그렇게 지내왔기때문에 - 하루와 한주, 한달의 계획은 잘 세우지만 년수를 더한 미래의 것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이 사는 편이다. 그렇지만 노는 계획만큼은 차곡차곡 쌓아 4월의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끊고, 9월의 대마도를 이야기한다. 다른 대화창에서는 날이 따뜻해지면 갈 자그마한 나들이를, 이쪽에서는 다시 여름쯤의 하루치 호사스러운 숙박 이야기도 스치듯 지나보내고 설의 안부도 나누었다. 막내와는 3월말쯤 바람을 쐬고, j씨와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움직여야지 하고 있다. 뭐 이렇게 노는 계획만 잔뜩인가 싶지만 자잘하게 조각내어놔서 그렇지 모아놓으면 별 것 없다. 그래도 군데군데 박힌 초콜릿의 아몬드 같은 올해의 계획들.
피곤하면 왜 그렇게 치울 것들이 보이는 것인가를 생각하며 몸을 움직였다. 목욕탕의 물 때, 바닥의 머리카락, TV의 먼지 - 같이 당장 해치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눈이 자꾸만 보이고 참을 수 없어 숨을 가쁘게 쉬면서도 손을 놀린다. 몸이든 마음이든 혹은 둘 다든 피곤해지면 후각과 청각에도 예민해진다. 무던과 무난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좁은 공간에서의 타인의 냄새도 전자 기기의 미미한 전자음에도 속이 울렁거릴때가 있다. 자잘한 강박이 뭉쳐 몸을 키우는 느낌에 살짝 불안해지다가도, 불안이 불안을 키울테니 그만 두고 괜찮겠지 해본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은 의외로 쉽다. 끊임없는 다짐과 자신을 향한 설득이면 충분하다. 다짐과 설득이라니 무슨 대단한 것 같지만, 수시로 해야할 ..
내내 두통이 가시지 않아서 멍- 하게 지내다 결국 진통제를 먹었다. 먹고 나니 이렇게 개운한 걸 뭐하겠다고 참고 버텼을까. 날씨는 춥지만 내내 맑은 걸 보니 알바한다고 잠을 덜 자서 그런 듯 하다. 주말에 몇시간 더 자고 나면 괜찮겠지. 나의 집중력은 한번에 한개 한정이라 프로젝트로 출근 중일때는 다른 일을 안 받고 싶지만 사람 일이 어찌 그렇게 마음대로 되나. 이번에 거절하면 다음번의 일도 없을거라는 걸 아니 꾸역꾸역 해낸다. 문제는 일이 없어 놀고 있을때는 같이 없고, 메인 프로젝트가 잡혀있을때만 일이 온다는 거지만. 그것이 남들이 다 부러워하지만 딱히 부러울 것 없는 프리의 인생살이. 이번 일은 조만간 끝날 듯 하니 한동안은 퇴근하고 좀 쉴 수 있겠지. 사무실은 인구 밀도가 높고 히터를 열심히 틀어..
"사람을 믿는다는 건 그런거야"라고 다음 단어를 말하려는 j씨의 말에 내가 바로 덧붙였다. "직무유기지." 자기가 하려던 말을 어떻게 알았냐며 묻는데에는 씩 웃었다. 이쯤 같이 살았음 대명사가 고유명사인 듯 척하면 척이다. 본인도 상대방도 분명 예전과 바뀐 부분이 어딘가 있을거라서 '예전'의 데이터를 토대로 '너는 이것을 좋아하지 혹은 싫어하지' 라던가, '내가 이정도 까지 하는건 너의 허용범위'라고 생각하면 분명히 틀릴때가 있다. 그러니 틀리지 않게 상대방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수시로 데이터를 업데이트 하는게 필요하니까, 나는 너를 믿는다는 말로 안심하고 업데이트를 게을리 하는 것은 피해야하는 것 중 하나. 시간을 더해가며 관계도 자라고 사람도 자란다. 모든것이 유기적이며 유동적이다. 작은 옷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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