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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평생 이상을 예민하게 살아온지라 예전도 지금도 신경을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그런 상태인걸 인지해도 전전긍긍하지 않고 '그럴수도 있지'와 '다 지나갈 것'을 모토로 삼고 무던하게 넘기려고 한다는 것 쯤. 하지만 이 무던함이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시즌에는 더 발전할 수 있는 혹사를 가라앉히는데 좋더라. 잠을 못자도
한때려니, 혓바늘이 돋아 퉁퉁 부어올라도 아 피곤했나보다 하고, 소화가 안되고 속이 메슥거려도 그럼 밥 먹으면 되지 하다가, 틈틈히 어질어질하면 잠을 좀 더 자볼까 하고, 자야할 시간에 잠도 안자면서 힘들다고 끙끙거리다가도
이러다 이번주도 지나겠거니 하고. 그러니까 감기가 온건지 더위를 먹은건지 영 모르겠고, 머리는 멍하고, 일은 많고, 입맛은 없는 와중이지만 그러려니 하는 씨이-즌 이라는 이야기. 지난주엔 주말까지 가득 채워 누군가를 만났는데 만날때는 신나고 좋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 이번주엔 아무도 안 만나고 있는게 회복에 조금 도움이 되고는 있다.
B프로젝트의 차장님이 C프로젝트도 곧 시작인데 힘드셔서 어쩌냐며 걱정해주셨다. 어차피 그렇게 하기로 하고 들어온건데요 뭐, 라고 하니 종교가 있으시냐며 항상
낙천적인 것 같다고 하신다. 낙천적이라니 20대 후반부터 들어본 적 없는 단어같은데, 그런게 아니라 그냥 매사에 포기하면 편하다고 답해주려다가 그냥 허허 하고 웃어보였다. 낙천적으로 보이면 좋지 뭐. 일이 점점 쌓여가고 야근은 하기 싫을 때는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시간을 열심히 일하면 된다. 그러면 단지 야근을 하기
싫었을 뿐인 나의 불순한 의도가 손이 빠른 작업자로 통하게 된다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야근이라니, 야근이라니 그런 일은 최대한 없어야 하지 않겠나.
입추가 지났으니 여름도 곧 지나겠지. 그러면 잠은 좀 더 잘 수 있겠지. 여름밤은 매번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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