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거를 타고 싶다던 엄마의 바람은 비가 온다는 예보 덕분에 꽝. 뭘 할까 하다 전시 제목은 많이 들어봤던 어둠속의대화가 생각이 나 급히 예매했다. 이미 오후 시간대는 다 예약이 되어있고, 셋 다 다른 곳에서 오니까 오픈 시간인 열시 반은 너무 이른 것 같아 피해서 열한시쯤. 안국역에서 느긋하니 걸어갈 만한 거리지만 비가 쏟아지고 있어 마을버스를 타니 3-4 정류장만에 금세 도착하더라. 가기 전에 열심히 블로그 서치를 해봤지만 다들 '좋았다' 뿐이고 정확한 내용은 없어 어떤 건지도 모르고 그저 '깜깜한 곳이다'라는 정보만 가지고 다녀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도 할 수 있는 말이 '좋았다' 밖에 없달까. 유명한 커플 데이트 코스라 커플들도 많이 온다던데, 우리 타임의 8명은 커플 하나 없이 우리 모녀 ..
일러스트페어에서 사온 포스터를 붙여두려고 화장대 옆 작은 벽을 정리한다. 잘고 작은 것들이 어느새 많이도 붙어있어 하나 둘 떼어내고 한 쪽으로 모았다. 작년 한 해가 들어있는 달력, 앙코르 비어 코스터, 오키나와에서 보낸 엽서와 올해 다닌 공연과 전시회의 입장권들,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지만 j씨가 건냈던 네잎클로버와 만들고 받고 사둔 엽서들을 달아둔다. 더 많은 기억들이 있지만 빼곡히 달아도 자리가 모자르니 좀 더 많이 비워두고 잘 모아두기로 한다. 가끔씩 이런 정리가 필요한 오후가 있다.
와플을 시킬 때는 아이스크림은 따로 달라고 해야 와플이 눅눅 축축해지지 않는다. 뜬금없이 생크림이 올라간 와플이 드시고 싶다길래 급히 찾아 데리고 나선다. 본래의 목적인 와플보다 크로스무슈가 좀 더 맛있었다. 자몽 에이드는 다른 곳들보다 1.5배는 진했다. 카페 안의 제빙기가 고장이 났는지 소음이 심해 얼른 나가야 하나 싶었지만 다행히 음식이 나오고 얼마 안돼 소리가 멎었다. 카페를 목적으로 카페에 온 게 결혼하고 나서 처음인가 싶어 조금은 웃겼다. 각자 만화책을 보고 노래도 흥얼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뭐 별거 있나.
여름이 길어질 수록 밤은 짧고, 잠은 줄어든다. 사무실에 도착해 간단한 아침을 챙겨먹을 때까지 기억은 드문드문 없다. 밝은 새벽도 모자른 잠을 이길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핑거 스미스를 다 읽었다. 전자책으로 읽다 서점에 가서 책의 두께를 보고 놀랐다. 출생의 비밀은 전 세계에서도 통하는 만능 치트키인가 싶어 실망했지만, 영화의 엔딩보다 책의 엔딩이 더 마음에 들었다. 결국 벗어날 수 없는 곳에 앉아 있는 모드와 그 모드를 바라보는 수. 내가 꿈도 희망도 없는 사람이라서 그래 이게 현실이지- 가 아니라, 그 현실 속에서도 살아 남아 생을 이어가는 모드가 (그렇지만 수에게는 목숨을 내어 줄 것 같은 모드가) 좋았다. 그게 삶인가 싶었다. 주말마다 있는 약속에 주말 늦잠도 없이 이르게 일어나 움직이니 피로가 ..
맛있는 간식은 와구와구 잔뜩 먹을 수 있지만 먹고나면 냥무룩한 것이 기운은 여전히 없는걸로... 힘내라, 김크림! 힘내라, 늙은이! 그나저나 주식캔과 간식캔 어느 것에 섞어줘도 입도 안대던 비오비타를 듬뿍 먹일 수 있다니 로얄캐닌 파우치의 기호성이란 대단하다. 사료는 인도어 7세 이상에서 그냥 인도어로 다시 바뀌었다. 좀 더 살펴봐야지. 건강하게 살자 우리. 포동포동 살찐 김치즈는 매우 튼튼. 그리고 며칠이 지나 좀 기운 좀 차린 김크림이 이러고 자니, 김치즈도 질 수 없다는 듯 거든다. 덕분에 그래 자자,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 녀석은 주차장 한 켠에 박스 집을 얻어 살고 있는데 사람을 너무 잘 따라서 항상 걱정이 된다. 혹시나 해꼬지 하는 사람에게도 스스럼 없이 다가갈까 싶어 야옹 하고 다가오면 일부러 발을 굴러 저리 가라고 하지만 그닥 위협적이지 않는지 아주 조금만 떨어져 말똥말똥 바라본다. 요즘은 저 경차 위가 마음에 들었는지 수시로 올라가 잠을 자곤 하는데 사진을 찍느라 한동안 보고 있자니 바로 내려와 발라당 누워 뒹굴거린다. 너무 그러면 못 써, 해보지만 못 알아 듣는건지, 모르는 체 하는건지.
주말 내내 비가 온다던 일기 예보는 아침에 다시 보니 그새 바뀌어 흐림 구름으로 가득했다. 우산은 챙기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방수 가방에 담았던 것들을 크로스백으로 옮겨 담고 집을 나섰다. 평소보다 일찍 출발한 덕분인지 장마철이라 놀러 가는 사람이 덜한 덕분인지 많이 밀리지 않게 도착해 이른 점심을 먹고 한숨 자라는 말씀에 괜찮다며 산책에 따라나섰다. 산책인지 산행인지 모를 걸음의 끝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었고, 바람이 잔뜩 불어오는 그늘에서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뿌연한 물을 들여다보았다. 요즘의 나의 상태는 괜찮지만 괜찮지 않고,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 대체로 괜찮은 상태가 계속되는 와중에 가끔씩 괜찮지 않은 상태가 밀려올 때면 괜찮은 이유를 찾아 금세 괜찮아지고는 하는데, 요 근래 몇 번은 과연..
좁아 보이는 지하였지만 한켠에 높이 뚫려 있는 천장에 어둡고 답답한 기운은 없었다. 제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의자들에 자리 잡고 앉아 오후를 보낸다. 뜨거워졌던 팔과 얼굴은 시원한 바람에 서서히 식어간다. 메신저에서 종종 이야기 나누었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의 시간들이 지나간다. 어색함도 지루함도 없이 조용하고 평온한, 강물 같고 냇물 같은 유-월의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주렁주렁 뭔가 팔과 손에 끼고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보니 좀 더 해도 될 뻔 했다고 생각한 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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