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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비가 온다던 일기 예보는 아침에 다시 보니 그새 바뀌어 흐림 구름으로 가득했다.
우산은 챙기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방수 가방에 담았던 것들을 크로스백으로 옮겨 담고 집을 나섰다.
평소보다 일찍 출발한 덕분인지 장마철이라 놀러 가는 사람이 덜한 덕분인지 많이 밀리지 않게 도착해
이른 점심을 먹고 한숨 자라는 말씀에 괜찮다며 산책에 따라나섰다.
산책인지 산행인지 모를 걸음의 끝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었고,
바람이 잔뜩 불어오는 그늘에서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뿌연한 물을 들여다보았다.
요즘의 나의 상태는 괜찮지만 괜찮지 않고,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
대체로 괜찮은 상태가 계속되는 와중에
가끔씩 괜찮지 않은 상태가 밀려올 때면 괜찮은 이유를 찾아 금세 괜찮아지고는 하는데,
요 근래 몇 번은 과연 이 괜찮지 않은 것을 의도적으로 괜찮게 만드는 것이 괜찮은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대체로 내가 했거나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내 손을 떠났다 생각하고 의심도 불안도 없는 편이라
없던 의심을 하고 있자니 이미 괜찮아진 다음에도 내가 100% 괜찮은 상태라는 확신이 없는 것이다.
양산을 너무 열심히 쓰고 다녀 햇빛을 쐬지 못한 덕분인지, 나름 열심히 하던 운동을 한 달이 넘게 쉬고 있어서 인지,
마르고 습한 장마에 내내 두통이 가실 줄을 몰라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고, 아마 곧 지나갈 때 일 테지만 그런 것이다.
괜찮지만 괜찮지 않은,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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