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만 5년이 되고나니 기념일이라고 식당을 예약하는 남편이 생겼다. 금요일+비 덕분에 어어어엄청 오래 걸려 도착한 식당이었지만, 맛있었다. 물론 금요일에 차를 타고 서울 시내를 달릴 일 없던 우리인지라 예상보다 한시간은 더 걸렸다. 디너에는 디저트가 안 나오지만 맛만 보시라고 쪼꼬만 거 가져다 준다던 직원이 무슨날이냐 묻더니, 결혼기념일이란 답을 듣고 한참 뒤에 큰 접시를 들고 왔다. 원래는 까눌레만 주려고 했었다길래 덥썩 감사합니다. 잘먹겠습니다를 했다. 찐- 한 계란맛, 초코맛, 크렌베리 맛이 났다.
대각선 지퍼가 달린 세로 길이가 길어 접히는 클러치백. 금색 도트는 금박처리 되어있고, 지퍼 색도 골드에 맞췄다. 고양이놈들의 흰 털만 아니어도 내 것도 하나 만들고 싶은 원단 디자인. 연한 빨강의 해지 원단이 데일리라이크 원단이랑 잘 어울려보인다. 덕분에 아래 패치 부분과 안감 통일. 사이즈는 32*28cm 정도. 안다, 크다. 커. 리버티는 어째서 비싼가 - 를 쓰다, 예쁜 것이 비싼것이 비단 원단의 이야기였던가 라며 웃었다. 유럽으로 떠나는 것이 한달도 남지 않은 h는, 가서 돈 많이 벌어 리버티 사다 준다고 했다. 비단구두 사가지고 돌아온다던 오빠를 기다리는 막내 여동생의 마음으로 기다려야지. 내가 쓸 것 아니니 부담없이 레이스도 달고, 손목 스트랩도 끼워쓰라고 한쪽에 고리도 달았다. 여름용이라 ..
다시 미니 크로스백부터. 주말을 맞아 감기가 된통 걸린 j씨를 꽁꽁 싸매 재워두고 혼자 미싱 돌리며 놀았다. 이번 휴일의 재봉도 주문제작 - 이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지인들이 원단 잔뜩 보내오면 대애충 뚝딱 만들어주는 정도 =] 지난 번 크로스백보다 세로 길이를 좁혀 달라고 해서 사이즈가 살짝 줄었다. 그렇다고 해도 가방을 만들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 없이 커지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 많이 줄이진 못했다. 단추 구멍 대신 끈으로 여밈을, 옆쪽에 있던 고리는 뒷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안감은 땡땡이. 먼저번 클러치백과 동일한 구성.
미싱을 돌릴때는 BGM 마냥 종영된 드라마를 TV에 띄워놓는데 이번 주말의 드라마는 오 나의 귀신님이었다. 박보영은 귀엽고, 조정석은 양봉하는 듯. 눈에서 꿀이 뚝뚝. 그걸 보면서 만들고 있자니, 요 에코백도 달달하고 알록달록한 자수 원단이라 달큰함이 뚝뚝. 그나저나 가방을 크게 만드는 버릇 좀 없애야하는게 2마면 2개 정도야 충분히 만들고도 남겠다 했더니 빠듯하게 겨우 2개가 나왔다. 이미 반쯤 잘라놓고 매우 당황해서 동공지진. 제발 계획성을 가지고 재단을 하세여 송쏠랭이여. 짙은 바탕색에 흰 자수도 예쁘지만, 흰 바탕에 알록달록 자수도 귀엽고 곱다. 재단하고 남은 원단으로 파우치도 만들어 곁들인다. 지퍼도 알록 달록하게 하늘색과 핑크(빨강 아님ㅠ), 지퍼알은 흰색으로 통일. 아마 남은 11, 12월에..
의도한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월차도 없는 프리랜서면서 한달에 한번씩은 꼬박꼬박 쉬게 된다. 속탈이 난지라 배 고픈줄을 몰라 늦으막하니 일어나 침대에서 나올 생각을 안하다, 그래도 먹어야 낫지 싶어 냉장고에 죽을 데워 먹고 돌아오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장 중인 크림. 열심히 그루밍하다 뒤로 넘어가는 때가 제일 귀엽다. 정작 데굴 굴러 넘어가지도 않는다. 그리고 뒤 이어 김치즈도 오후의 그루밍에 합류했지만, 정작 시선을 끄는 것은 고양이계의 씬 스틸러 김크림이고나. 그나저나 고양이들은 어째서 앉아있는 것을 좋아하는가. 그리고 인스타는 위 아래 다 자르고 동영상만 퍼오는 것은 아니되는 것인가. 끙. + 두 마리의 고양이와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명의 사람은 늦은 낮잠.
모과는 아직 못샀다. 이러다 못살까 싶어서, 많아도 인터넷으로 사고 청을 많이 담던가 남겨서 방향제로 쓰던가 해야겠다고 생각만. 언제나 생각만으로는 수 많은 것들을 만들고 쓰고 그린다. 심지어는 매일 운동도 엄청 열심히 한다. 현실은 그냥 얼마전부터 보일러를 돌리기 시작한 따끈한 거실 바닥. 그래도 미싱만큼은 종종 돌려서, 나는 공장 노릇을 할테니 네가 사장을 하라며 k를 부추겼다. 이것도 딱히 실현 가능성은 없겠지. 얼마전에 깨달았는데 나는 하고싶다 해야겠다 말을 하는 것들을 하는 일은 정작 적고, 결국 하고 마는 것은 입밖으로 잘 내지 않더라. 적당한 무게와 모양이 될때까지 속으로만 단단하게 뭉치고 있다가 지금이다 하고 던질 타이밍을 노리는 거지. 입밖으로 내는 것들은 허공을 떠돌다 그저 없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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