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집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집 고양이놈들은 유독 아픈 티를 낼 줄을 모르더라. 평소에도 꽥꽥 소리를 지르고 제 허락 없이 몸에 손대는 걸 싫어하던 김치즈라 그러려니 했더니 한밤중에 피를 뚝뚝 떨어뜨리는 걸 보고 놀라 방에 있던 j씨를 불렀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허겁지겁 캐리어에 담아 병원에 가니 아침이나 돼야 수술을 할 수 있다길래 집으로 도로 데려오니 밥부터 찾는 걸 보고서야 겨우, 그래 살 만은 하구나 하고 마음을 놓았더랬다. 거실에 이불을 깔고 누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움직이는 소리와 우는소리에 귀 기울이며 밤을 지새니 긴 밤이 지났다. 겁이 많아 낯선 곳 낯선 사람에겐 기겁을 하는 치즈를 어르고 달래 힘을 줘 진료를 보고 수술을 시키고 입원을 시키고 집에 돌아오니 김크림이 자긴 혼자 ..
가좌역 1번 출구에서 나와 길을 건너 보이는 듬성듬성한 자작나무 사이의 길로 들어서면 경의선 숲길이 시작된다. 서울은 열심히 왔어도 정작 놀러 다니지는 못했다는 h를 데리고 숲길을 걸어 연남동에 가자며 걷기 시작했다. 해가 뜨거운 한 낮이어서인지, 다들 점심을 먹으러 간 것인지 그늘의 얼마 안되는 돗자리와 물가의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조용하고 한가하던 숲길. 1km를 살짝 넘는 길을 천천히 걷고나면 - 연남동이 보이고 연남동 구간이 끝이 난다. 내년에 다시 서울에 올때면 다른 구간들의 공사도 끝이 날테니 그땐 편한 신을 신고 오래 걷기로 했다. 뜨거운 볕과 시원한 바람, 푸르른 나무와 흐르는 물소리까지 선물 세트처럼 그곳에 모두 있던 가을 어느날.
바람과는 달리 h는 로마로 떠나고, 나는 여전히 서울과 이천에서 지내겠지만, 같이 대만이나 놀러가면 좋겠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변해가지만 쌓아온 세월이 커 여전히 애정으로 함께하는 어릴적의 친구들과는 달리 나이를 먹고 만난 친구들은 무엇이든 경중에 상관없이 하나쯤은 맞는 것을 계기로 시작되었던 관계라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더 뚜렷한 장점이 있다. 어느것이 더 좋다는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연남동 대만 야시장. 메뉴에는 있지만 시킬 수 없는 것들이 많은 점심 주문이었지만, 나온 것들은 맛이 괜찮아 화가 사그라들었다고 한다. 제목은 요새 치즈인터트랩을 읽고있어서.
봄 여름 내내 셀프 젤 네일을 했더니 손톱이 말이 아니라 쉬어야지 쉬어야지 했었다. 다만, 대마도 여행을 앞두고 짐 들고 어쩌고 하다보면 얇은 손톱이 찢어질까 그 위에 젤을 또 얹어버린것이 문제. 여행 내내 무사했지만 돌아와서는 너덜너덜해진 손톱에서 조심스럽게 젤을 떼어내고 새로 사온 영양제를 덧 바르기를 2주, 조금만 힘을 줘도 꺾일만큼 얇아지고 상한 손톱은 절반 정도까지 올라왔다. 아마 상한 손톱을 죄다 잘라내고 온전한 손톱으로 다 채우고 나면 다시 색을 칠하고 한동안 혹사 시키겠지만 - 꾸준히 네일을 해오던 손톱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으면서 매일 영양제를 바르는 행위가 쉽지만은 않다. 공을 들여 기다리는 기분. 그동안 내가 너무 험하게 다뤄 미안하다며,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그 무언가. 기다림의 끝이 ..
와타즈미 신사는 출발지로 안내한 네비와 비 덕분에 포기하고 해 쨍쨍 맑은 마지막날 지장보살순례길의 입구라는 콘피라, 에비스 신사만 잠시 들른다. 작은 신사와 빨간 도리이는 사진 남기기용. 몇 장 못 찍었던 사진을 늘려야 겠다는 생각인양 많이도 찍는다. 단체로 찍은 사진은 jh의 프로필 사진이 되었고 가족사진 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봐도 어찌나 화목한지 :-P 신사를 올라가다 찍은 항구 근처의 전경. 보이는 저쯤에서 간 밤의 축제가 있었다. 야에 식당과 카이칸 식당. 야에 식당은 음식을 기다리며 유쾌한씨를 메모지에 그려두고 나왔다. 두 식당 모두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한글 메뉴 완비. 음식은 역시나 짜지만 푸짐하고 맛도 괜찮다. 이즈하라는 시내라면 히타카츠는 읍내 느낌이랄까, ..
첫날 점심때 들른 식당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운 좋게 발견했다. 1년에 한번씩 있다는 옷동마츠리おっどん祭り. 히타카츠항 근처에서 하는 축제로 하루종일 하는 모양인데 팬션에 저녁 바베큐를 신청해두기도 했고, 장도 봐둔게 있어 급하게 고기를 구워먹고 택시를 타고 축제로 옮겼다. 규모는 작지만 대마도 섬 사람들이 모두 모인 듯 주민 축제의 느낌으로 가족들도 많았고, 유카타를 차려입은 젊은이들과 어린이들도 있었고, 하루종일 한국말만 듣고 다녔던것과는 달리 일본어로 가득했다. 무대 행사는 낮부터 진행되었는지 도착했을때는 마무리로 빙고 비슷한 것을 하며 상품을 주고 있었고, 의기 양양하게 벽걸이 티비를 들고 지나가는 소년들도 구경하다보니, 떡 던지기로 무대 마무리도 하더라. 이즈하라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히타카츠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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