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ap 카테고리를 보다보니, 제작년의 오사카 여행 한번치 사진들이 부족해서 채워넣기 용. 지금도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자면 빵빵 터지는 여행이었어서 사진을 찾아 헤매다보니 의도치않은 추억 여행도 되었다=] 겉은 파랗고 반질반질한데 안은 노랗고 폭신 폭신한 라피도. 숙소는 도톤보리에거 두세정거장 지나있는 도부츠엔마에역에 잡았더랬다. 나의 여행 타입은 일행에 따라서 꽤 많이 달라지는지라, 좋은데서 잘 돈으로 맛있는 걸 더 먹자는 일행을 만나면 몸만 누일 수 있는 숙소면 충분하다. 실제로 방 안에 있던 건 병상 같은 침대 두개, 찬 물만 나오던 싱크대 하나, 옷장 하나와 난방겸용 에어컨디셔너. 그 다음에 같이 간 일행들에게는 차마 권할 수 없었지만 다시 비슷한 타입의 일행을 만난다면 언제든 다시 갈 의향있음..
한동안 뜸했던 정리벽이 또 도졌는지 평일 퇴근길에 다이소를 들러 바구니를 집기 시작했다. 나름 차곡차곡 쌓여있던 한쪽 찬장의 물건들을 죄다 꺼내 바구니에 담아 다시 넣었다. 오래된 베이킹 재료들은 쓰레기 내다 놓는 날 죄다 쏟아 버리려고 한쪽으로 치워두고, 다 쓴 캔들 용기들도 한쪽에 차곡차곡 쌓는다. 냉장고는 쌓아두는 것 없이 살려고 평소에도 노력하고 있으니 늘어져있는 식재료들만 바구니에 담아 칸을 채운다. 꼼꼼히 살펴보니 버려야 할 잼들도 한 두병 나와 냉큼 빼내고 내용물을 비우고 헹궈둔다. 이 정도면 됐다 하고는 식탁에 늘어 둔 것들은 일단 내버려 두고 컴퓨터 방으로 들어가 책상 정리도 시작했다. 주기적으로 치운다고 생각했지만 구석구석에 박혀있던 서류들과 명세서, 영수증들을 죄다 꺼내고 분류해 파일..
그러고보니 조금이지만, 틈틈히 다녔던 공연들을 남겨두지 않아서 간단하게 기록해두려고. *** 놀맨 프로젝트 vol.1 - 9와 숫자들 + 전기뱀장어 (feat.크랜필드) 6월에 있었던 공연. 오늘같은 밤 음감회 다녀와서 9와 숫자들 공연에 가야겠다! 라며 무작정 예매했던 공연. 전기 뱀장어를 예뻐라하는 헛재를 꼬셔 함께 했다. 크랜필드는 작년인가 제작년 루키즈때도 봤었고, 그민페때도 CBM 담장 넘어 들었었는데 제대로 본 건 처음인 기분. 공연을 다녀와서 오히려 세 그룹 중에 크랜필드 노래를 제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나중에 단독공연가서, 자기네들한테 잘 맞는 음향 셋팅해서 하는 걸 보고 싶다는 생각. 이래서 인디 가수들 공연 보러 다니면 꼬리의 꼬리를 물고 공연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전기 뱀장어..
목도리라는 단어가 귀여우니 이번 게시물에서는 넥워머라는 말 대신 목도리라고 써야봐지. 목에 두르는 것이라고 목'도리'라니 어감도 내용도 귀여운 것 같다. 똑딱이 단추 달린 녀석으로 만들었다. 작년에 만든 걸 하고 다녀보니 둘둘 말아 두툼해지는 목도리도 물론 좋아하지만, 카라가 큰 겉옷을 입을 때나 날이 덜 추울때는 한겹정도로 목을 감쌀 수 있는 가볍고 부피가 작은 것이 좋더라. 안감은 집에 남은 겨울 원단을 뒤져보니 화려한 장미꽃뿐이라 별 수 없이. 생각보다 많이 안 튄다...고 생각하고 싶다. 겉감은 모직 원단으로 하나, 이중직린넨으로 하나. 만들고 나니 왠지 춥지 않아 못하고 있다. 직접 하면 뒷 부분은 이렇게 된다. 사진을 찍고 나니 뭔가 귀여우니 남겨두자. 아하하.
또 갔다, 성격양식. 메뉴도 왠지 전에 시킨 그대로 시킨 기분이지만, 그래도 언제나 괜찮은 맛. 먼저번에는 휴일이라고 줄 서서 기다리고 들어가 먹을 동안 밖의 줄도 끊이지 않았는데, 비오는 토요일 12시에 식당에 들어가니 한산하더라. 휴일의 맛집 방문 시간은 12시 5시가 제격. 아침에 그친다던 비는 하루종일 분무기처럼 뿌려대며 그칠 줄을 모르고, 사람이 가득차 들어오지 못했던 낙랑파라도 텅 비어있어서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휴일 점심때가 아니라 평일 오전의 느낌. 일상의 것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몇 달 전에 만났어도 어제 만난 사람들처럼 우리는 지낸다. 비 덕분인지 점점 늘어나는 사람들도 그리 소란스럽지 않아 조용조용 지나가는 토요일 오후. 결혼식을 다녀온 ck까지 합류해 먹고 또 먹어서 하루종일..
꿈을 꿨다. 전쟁이 났고, 결국은 살아남았다. 처음은 잠이 오지 않지만 꼭 잠을 잤어야하는 소년을 재우기 위해 조용한 곳을 찾아다니면서 시작되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전쟁이 시작되었다며 많은 사람 속에 휘말렸다. 결국 잠들지 못한 소년은 제 할 일을 하러 간 뒤였으니 나와 헤어졌고, 혼란스러운 곳에서 의외로 많이 아는 사람을 만나고 순식간에 헤어졌다. 누군가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는 피난을 갈 사람이 있다면 돈을 입금 하라고 했고 누군가 나의 몫을 내줘 일행에 합류할 수 있었다. 꽤 많은 돈을 지불 했던 것 같은데도 떠나는 길은 쉽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죽어나가는 와중에 한두번은 정신을 잃은 듯하지만 깨어 결국 어딘가에 도착했다. 도착한 곳이 파라다이스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고..
그대와 나 사이 초원이나 하나 펼쳐놓았으면 한다 그대는 그대의 양떼를 치고, 나는 나의 야크를 치고 살았으면 한다 살아가는 것이 양떼와 야크를 치느라 옮겨다니는 허름한 천막임을 알겠으니 그대는 그대의 양떼를 위해 새로운 풀밭을 찾아 천막을 옮기고 나는 나의 야크를 위해 새로운 풀밭을 찾아 천막을 옮기자 오후 세시 지금 이곳을 지나가는 구름 그림자나 되어서 그대의 천막은 나의 천막으로부터 지평선 너머에 있고 나의 천막은 그대의 천막으로부터 지평선 너머에 두고 살자 서로가 초원 양편으로 멀찍멀찍이 물러나 외면할 듯이 살자 멀고 먼 그대의 천막에서 아스라이 저녁연기가 피어오르면 나도 그때는 그대의 저녁을 마주 대하고 나의 저녁밥을 지을 것이니 그립고 그리운 날에 내가 그대를 부르고 부르더라도 막막한 초원에 천..
감기가 왔다. 안 그래도 추워지는 날씨에 왠일로- 라고 생각했건만, 아침에 일어나는데 콧물이 코피처럼 후두둑 쏟아졌다. 보통 감기가 1단계에서 시작해 5단계가 클라이막스라고 하면, 이번 감기는 어느날 눈을 떴더니 3단계 비상 비상 메이데이의 느낌이다. 마치 휴롬이 된 느낌으로 콧속은 가득차고, 맑은 콧물이 뚝뚝 떨어진다. 도대체 코와 눈과 입은 어디서 그 많은 액체들을 가져다 쏟아내는걸까. 부은 눈두덩이를 꾹꾹 눌러대며 버스에 올라타 뜨끈한 히터를 발에 쬐이며 출근을 했는데, 멍하니 책상에 앉아있으니 집에 가고 싶다. 하지만 조퇴+휴가 찬스를 이미 위장병으로 지난 주에 써버렸으니 어찌어찌 하다보면 이번주도 지나가리라 멍하니 지내는게 답인가한다. 점심을 먹고는 병원을 가서 시럽을 잔뜩 받아왔다. 이번 시럽..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러니까 서로에게 별로 중요한 존재가 아니어서 그냥 인사나 나누는 정도였던, 십년도 더 된 그 때의 우린 상상도 못했겠지. 우리가 서로에게 큰 의미가 되고, 평생을 함께 할거라 약속을 하고, 뜬금없는 단어를 내뱉어도 무슨 말을 할지 알아 듣고, 아무 말 없었는데도 같은 저녁 메뉴를 떠올리고, 가끔은 손 잡고 마냥 걷고, 가끔은 한 없이 침대에 누워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들을. 나는 우리의 사소한 일상들이 모여 평생의 우리를 만들기를 항상 기도하고 있어. 5년+a 의 시간동안 사이좋게 지내느라 수고했어요. 앞으로도 수고를 아끼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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