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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

_e 2017. 11. 6. 13:52

둥그렇고 자그마한 어항에서 지내고 싶다. 평화롭게 지내기로 암묵적인 협의를 마친 얼마 안되는 이웃들과 꼬리를 살랑거리며 유유하게. 투명한 유리벽에 밖과 안이 보여도 딱히 별 다른 영향없이 서로 구경이나 하고, 가끔 우울할때는 펌프 근처로 가서 고농도 산소에 취해도 보고. 밖에서 들여다보는 게 별로인 어느 날엔 풀 뒤에서 한숨 낮잠이나 자고, 밖의 놈들이 손 넣어 휘휘 젓다가 걸려 등짝을 세게 맞는걸 보기도 하고. 물 온도도 적당하고, 산소도 적당하고, 자갈도 깨끗한 그런 둥근 곳.

구깃하고 얼룩진 마음을 탁탁 털어 손으로 곱게 잘 펴서 바람이 잘 통하고 그늘진 곳에서 시간을 들여 말려야 할 때가 종종 있다. 따끈하고 포근한 햇볕을 피해 서늘한 속에서 며칠이고 시간을 들여야만 틀어지지 않고 구김이 어느정도는 펴지는 그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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