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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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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Pass

_e 2017. 9. 7. 16:17

'오늘은 패스'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그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이거나 혼자 있고 싶은 기분이니 오늘은 문을 두드리거나 들어오지 말아줬으면 할때 누르는 버튼. 이걸 눌러놓으면 들르러 온 상대방이 거부 당했다고 상처받지 않고, 미움 받았나 신경쓰지 말고, 모든것을 마음에 담지 않고 쿨하게 오케이 다음에 올게! 하고 돌아설 수 있는 버튼. 생각만해도 꿈 같은 버튼이라 꿈에서만 쓸 수 있는 버튼일 것 같다.

c프로젝트는 난장판이다. a프로젝트는 점심을 먹을때조차 밥먹는데만 충실한 조용한 분위기, b프로젝트는 모두 같은 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이라 가족같은 분위기, c프로젝트는 다 따로따로 모인데다가 각자 주장도 강해서 매일매일 큰소리가 오고 간다. 어떻게든 프로젝트야 정상적으로 오픈 하겠지만 앞으로 석달동안 계속 시끄러울것만 같은 상황이다. 프로젝트 룸이 따로 있는게 아니고 허허벌판 혹은 공장처럼 너른 사무실에 수백개는 되는 책상들 한 구석에서 웅성웅성 버럭버럭. 그리고 그 가운데서 회의에 끌려가 하등 상관도 없는 것을 두어시간 듣는 것을 몇 번 반복하다가, 짜증을 일부러 숨기지 않고 결국 홀로 탈출에 성공한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힙합의 리듬에 몸을 실어 타이핑을 해댄다. 렛츠 기릿.

애사심도 공동체 의식도 사랑도 뭣도 없는 나를 모두가 그저 자판기 취급을 하여 돈을 넣으면 화면이 나오는 정도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자판기한테 말 걸 필요 없지 않겠냐고 말했더니 j씨는 '우리 마누라가 이제 더는 사회 생활을 못하는것인가' 라며 한탄했다. 아니 내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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