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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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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

_e 2017. 10. 23. 09:36

언젠가는 쓰겠지, 이건 아까우니까- 라며 쌓여있는 것들을 조금씩 정리해 버리고 있다. 진열보다 수납을 좋아해서 죄다 안쪽에 각을 맞춰 줄을 세워 쌓아놨던 것들을 종종 꺼낸다. 눈에는 전혀 보이지 얂아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 보이는데다가 아직 멀었지만, 그렇게 버리다보면 좀 더 가벼워지겠지. 버릴 것과 아닌 것들의 구분은 명확하지만 애매하다.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은 것이 여러개 있는 것들은 내다 버려도 괜찮지만, 그 와중에도 그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것들이 있어 선뜻 버리지 못하게 된다. 그렇지만 버리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후회나 안 좋은 마음은 없다. 그런 것들은 결국 시간을 지내다 보면 하나씩이라도 더 버리게 되어있고, 이렇게 비우는데도 아까워 못 버리는 것들은 정말 갖고 싶은걸테니 일부러 버릴 필요 없이 들고 가면 되는걸테고.

그렇게 물건들을 비우고, 마음들을 비우면서 지낸다. 무리하지 않고 조금만, 새로 들여오기도 하면서.

살면서 닥치는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 것 역시 비움에서 파생하는 것 중 하나인데, 문제가 되는 상황이 눈 앞에 있을때 [1. 해결한다 / 2. 받아들인다] 두가지 외의 다른 걸 선택하면 엄청 힘이 든다. 해결도 안되고 납득도 안되니 모든 게 다 누군가(나 또는 남)의 문제 같고, 불 합리한 상황 같고, 그렇지만 계속 되고. 아마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모두 3번이나 4번을 선택했거나 1.5를 선택하겠다고 우겨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거다. 남들이 보기엔 1번이나 2번을 그때그때 잘 선택하는 것 같은 나는 습관을 부러 만든 케이스인데, 일종의 자기 세뇌가 강한 케이스다. [1. A를 가진 사람이 부럽다 → 열심히 노력해서 나도 A를 갖는다. / 2. A를 가진 사람이 부럽다 → 넌 그렇지만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좋아 서로 잘 살아보자.] 이 둘 중의 하나를 빠르게 선택해서 진행하지만, 중간 절차가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니 사람들은 그걸 옆에서 보지를 못하고, 내가 보여줄 생각도 없고.

그렇지만 1번의 생략된 중간 과정은 다음과 같다. [A를 가진 사람이 부럽다 → 저걸 내가 할 수 있을 것인가 → 좋아 내가 할수 있고 하고 싶은 만큼의 노력으로 가질 수 있어 or C를 포기하고 A를 가지면 C가 아깝지 않고 좋을거니 C에 쓰던 노력을 끌어오면 될것 같아 를 계산해서 스스로에게 컨펌 받는다 → 열심히 노력해서 나도 A를 갖는다] m은 나의 노력을 높게 사주었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에 대해서만 실천하고 주위에 이야기 할 뿐이라서 노력하고 그걸 성취하는 사람이 된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예전에 '너는 너의 능력으로 이부분에서 충분히 탑이 될 수 있는데 왜 노력하지 않느냐'라는 말에 '나는 1등도 노력도 별로다'라고 답했던 전적이 있는 걸.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도가 100이라면 50정도만 노력해서 적당한 보상을 받으며 사는 게 제일 좋은 사람이다. 아마 A를 갖고 싶은 마음이 너무너무 커도 6-70 정도 밖에는 노력하지 못할거고, 생명의 위협을 받거나 해내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고 할때야 겨우 100을 꺼내 쓰겠지.

2번의 경우는 선택적 포기에 가깝다. [A를 가진 사람이 부럽다 → 나도 갖고 싶지만 마음만으로 얻어낼 수 있는 환경과 기반이 없으니 노력해야한다 → 대충 보아하니 노력이 많이 필요하겠군 → 나는 노력하지 않을거야 게으르고 싶어 → 그럼 지금에 만족해야할 듯 → 자 만족하라 나의 지금 환경에 → 넌 그렇지만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좋아 서로 잘 살아보자.] 여우의 신포도랑 비슷하지만 A를 깎아내리지는 않으니 저것도 맛있겠지만 비싸고 그 돈으로 딴걸 살거니까 그냥 내 포도의 가성비로 만족한다 정도일 듯.

만연체에 중독 된 사람이라 이런저런 말이 길었지만, 간단히 하자면 나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매우 싫어해서 간지러움이 동반되는 안마도 피할 정도라 최대한 빠르게 고통이 없는 편을 택하며 살아간다 - 가 맞는 말일 듯 하다. 아직도 사소한 것에는 마음쓰고 신경쓰지만, 대범하게 대해 오던 큰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작은 것들에도 적용이 되니 더 괜찮아지겠지. 나아질 것이고, 괜찮을 것이다 라는 말로 언제나 스스로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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