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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오후 3시

_e 2020. 3. 12. 21:05

터벅터벅 계단을 오르는 소리에 품안에서 자고 있는 아이를 토닥이기 시작했다. 요란스럽게 내려진 택배 소리가 문앞을 채우고, 뒤척이는 아이를 도로 달래며 잡힌 팔에 핸드폰을 내려두고 나도 살짝 눈을 붙인다. 온 집안이 조용히 잠이 드는 오후.

윗집에 이사 온 청년을 우리집에선 쿵쾅이 삼촌이라고 부른다. 이사 둘째날 밤 10시가 넘어 드릴 소리를 냈지만 올라가 말하니 바로 그쳤고, 퇴근을 하면 시간과는 상관없이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기를 돌리고, 발망치를 울리며 걷지만 많이 움직이는 편은 아닌지 한두시간만에 조용해지고, 출근 준비를 하는 시간에는 항상 같은 노래를 듣더라. 방음 처리 제대로 안되어있을 건물의 한계이기도 하고, 내 귀가 유난히 예민해 그 모든게 다 들리기도 하고. 다만 악의도 고집도 길이도 없으니 안부 삼아 쿵쾅이 삼촌이 퇴근했나보다 하고 아이에게 말을 하는 정도랄까. 아홉시 전에 잠든 아이 옆, 어두운 방안에 얌전히 누워있으면 어느집인지 모를 소리들도 웅성거리면서 들려온다. 알아들을 만큼 명확하지는 않지만 티비 소리와 이야기 소리는 다르고, 사람이 걷는 소리와 물건이 움직이는 소리도 다르다. 그렇게 밤을 보내다보면 이 많은 소리들로 가득한 세상을 다른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고 쉬이 보내는 건지 그저 들리지 않는 건지가 궁금해 지고는 한달까.

연말즈음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않았을때 온갖 감각들이 예민해져서 괴로웠더랬다. 원래도 예민한 청각과 후각이야 겨우 겨우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 촉각까지 예민해지고나니 하루하루가 공격 당하는 기분. 온갖 것들에 최대한 덜 닿으려고 노력하며 지냈고, 매일 틀어두던 라디오 클래식 채널도 연주의 강약 차이를 못 견뎌 그나마 덜한 일반 채널로 옮겨야했다. 누구도 나에게 공격하지 않았지만 하루하루가 공격으로 가득찬 그 전쟁을 치루고 나니 승리도 패배도 상관없이 고요한 것만으로도 평화로운 요즘이랄까. 예민은 보통으로 다 돌아오지 않았지만 훨씬 더 제 몸을 줄였다. 어떻게 생각해보민 그렇게 치열하고 전쟁 같았을 때 떠나고 쓰고 이런저런 것들은 만들어야했지만 그런 환경이 아니었던 건 조금 아쉽기도 하고, 또 달리 생각해보면 그것들을 하지 못할 만큼의 매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 더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던가 싶기도 하다. 어느 게 좋을지야 그때 그때 다른 걸테지. 지금은 최대한 조심히 이 평온을 길게 지키고 싶은 그 때다. 다른 때가 올때까지 최대한 잘 지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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