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가방을 뒤적거렸지만 비가 온다는 이야기에 옮겨 담은 가방이라 손수건도 휴지도 없다. 턱 끝에 눈물이 맺히고 코 끝에는 콧물이 방울방울 맺혀 옥수 역에 내렸다. 흐린 햇빛으로 들어찬 역 안은 지하에서 형광등 빛을 채우는 다른 역처럼 하얗지 않고 노랗다. 살짝 귤 색이었던 것도 같다. 장마 덕분에 내내 함께 했던 두통은 울어내느라 더 심해져 머리를 꽝꽝 때렸다. 어느새 옆 옆에 앉아 계신 아주머니들에게 휴지를 빌려볼까 싶었지만 목이 꽉 막혀 있는데 말을 한마디 내어 놓자면 소리내어 울 것 같아 말았다. 가방을 다시 한번 뒤지니 아침으로 싸갔던 계란 봉지가 담겨있던 면 주머니가 보여 차곡차곡 접어 네모를 만들어 물기를 찍어내니 연한 갈색이 금새 진해졌다. 이제 좀 그..
세상이 참 좁다고 또 느꼈다. 오래 전 활동 했던 커뮤니티에 있던 사람을 우연히 요즘 자주가는 커뮤니티에서 발견했다. 당연히 같은 닉네임도 아니니 알 길이 없었지만, 취향과 활동의 모든 것이 친구들에게 오픈되는 페이스북 덕분에 그 사람이 오늘은 무엇을 했다의 글을 읽으며 기시감을 느끼고 찾아보니 지나다 본 글이 그 사람이 쓴 글이더라. 건너건너 존재만 아는 사람이라 아는 체 할 일도 없고 나 혼자 알고 있는 거지만, 새삼 다들 비슷비슷한 곳에서 떠도는구나 싶어 착하게는 아니어도 나쁜 짓은 하지 말고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덧붙여서 지금도 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도 페북에서는 좋아요도 댓글 달기도 글쓰기도 절대 하지 않을 것도 다짐해본다. 남들이 속속들이 다 알게 되는 나의 행적과 취향이라니, 숨길 것은 없..
그놈의 영혼리셋 덕분에 차카염호를 검색하고 또 검색하다 청해호가 강렬히 가고 싶어졌다. 중국이 가고 싶은건 구채구 이후 처음인데, 청해성쪽은 중국보다는 티벳이라 더 가고 싶은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폭풍 검색을 하니 갈 수 있는 경로가 몇 개로 압축되는데 그게 모두 쉽지만은 않은거라 좌절했다. 개별적으로 가려면 일단 시닝이나 란저우로 가야하는데 직항이 없으니 상하이에 가서 경유를 하고 국내선을 타거나, 24시간짜리 기차를 타고 달리고 달려 도착해 현지 가이드를 구해 가는 방법이 있지만 한국과 미국에서도 당당히 중국어를 쓰는 중국 사람들 틈에서 짧은 영어로 그곳에 무사히 도착할 생각을 하니 깜깜한 것이 내 평생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고. 가능성이 있는 건 패키지인데, 아무래도 오지에 아직 덜 유명한 곳이라..
오랜만에 보는 기분의 파란 하늘. 좋은 날, 날씨도 좋구나 하고. 표를 끊었던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이 날이 오긴 왔다. 올 해 첫 공연인 것 같은 기분에 달력을 찾아보니 1월 초에 공감 가서 밤청년들 보고 두번째다. 어쩌다 보니 이 분들 공연만 챙겨 본 2016년 상반기네. 그리고 아래는 공연 사진들. 공연 사진은 오랜만에 찍는데다가 어둡고 흔들리는 와중에 공연 즐기느라 신이 나서 사진도 몇 장 못 찍었다. 그래도 기록해둬야지. 마치 배를 관통하는 듯한 조명에 배가 뜨겁지 않을까 걱정을 조금(...) 그리고 토크타임. 미리 받은 번호표를 뽑아 선물을 준다고 했지만 애초에 기대도 안했다. 언제나 내 주위 사람들이 받아가거든. (작년 단공때 김오빠 애장품도 내 옆에 분이...) 그리고 계속 뒷번호만 뽑아대..
쌉쌀한 아메리카노도 좋지만, 꽤 오래전부터 비엔나 커피가 먹고 싶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위장의 상태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다음부터 끊은 커피는 일 년에 두 번쯤 생일 파티라도 하는 마음으로 마시고 있다. 자극적인 맛을 먹고도 화끈거리지 않을 정도의 상태가 되어야 바람직한데- 아마 이제 곧 오지 않을까라며 반 년을 보냈으니 또 반 년을 보내기 전에 맛있다고 온 사방에 소문난 집을 골라 꼭 커피를 한 잔 마실테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생리통에 진통제를 두 알 삼키고, 이 상태로 토요일 공연을 봤으니 그렇게 허리와 목이 아팠던게로구나 한다. 정작 평소에는 '아, 가고 싶다'라는 생각도 잘 안 나는게 공연이지만, 원하는 공연이 생기면 티켓팅을 기다렸다가 치열하게 1차 전투에 참여해 자리를 차지하고 한참 ..
좁아 보이는 지하였지만 한켠에 높이 뚫려 있는 천장에 어둡고 답답한 기운은 없었다. 제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의자들에 자리 잡고 앉아 오후를 보낸다. 뜨거워졌던 팔과 얼굴은 시원한 바람에 서서히 식어간다. 메신저에서 종종 이야기 나누었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의 시간들이 지나간다. 어색함도 지루함도 없이 조용하고 평온한, 강물 같고 냇물 같은 유-월의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주렁주렁 뭔가 팔과 손에 끼고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보니 좀 더 해도 될 뻔 했다고 생각한 건 덤.
토스트계의 혁명 올리브팬을 구입했다. 달궈진 팬에 버터를 녹이고 계란과 다진 야채들, 옥수수를 넣어 휘휘 젓다 윗면도 흐르지 않을 만큼 익도록 약불에 둔다. 그 사이에 식빵을 한장 꺼내 계란 위에 올리고 팬을 닫아 손잡이를 꾹 잡고 휙 돌려 다시 열면 식빵 위에 얌전히 계란 부침이 얹어진다. 노란 치즈를 얹어 적당히 냉장고에 있는 소스들을 뿌리고 싱겁겠다 싶을 땐 소금 조금 후추 조금, 빵에 소스가 묻어 눅눅한 건 싫으니 그 위에 얇은 햄을 얹어주고 식빵을 올려 뚜껑을 눌러 닫는다. 가끔씩 열어 구워진 정도를 보다가 이 쯤 되었다 싶을때 꺼내 반으로 자르면 그럴싸한 토스트가 완성된다. 설명은 장황하지만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어서 한동안 평일에 쓰지 않던 가스렌지를 종종 쓰고 있다. 네이버 지도..
신이 나서 작업 하던 중에 화면이 팟하고 꺼졌다. 이것이 무슨일인가 싶어 계세요를 몇 번 하고 나니 안전 모드를 할래? 표준 모드를 할래? 라고 묻는다. 작업하던 파일을 찾아 열어보니 css는 수시로 컨트롤+s를 하면서 작업해야하는거라 걱정도 하지 않았건만, 누르는 도중에 저장이 됐는지 온통 하얀 빈 화면이다. 내 몇 천 줄은 어디로 사라진거죠. 이래서 컴퓨터는 반년에 한 번 정도는 초기화를 해줘야하는데, 번거로운 보안 절차때문에 벌써 3년째 포맷 한 번 못하고 쓰고 있자니 이 모양인가 싶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핸드폰도 살짝 이상해 졌고, 평생 기계는 고장내는 일 없이 썼던거 같은데 올해의 기계운은 별로인가보다. 그렇다면 올해의 새 기계는 없는걸로... 라고 하지만 과연 내가 반년이나 더 남은 기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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