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에서는 투어 버스를 타고 중간 중간 내려 다니려 했던 아침의 계획을 전면 수정한다. 안그래도 추위를 잘 타는 둘이라 이를 덜덜 떨어가며 버스를 탈수 없었다. 좁은 길에 운전하기 힘든 헌이에게 미안하지만 차를 싣고 우도로 향한다. 하하호호 뒷편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나니 우리처럼 렌트한 모닝이 쪼르륵. 귀여워라. 버거를 인당 하나 시키자니 많을 것 같아 일단 하나만 시켰다. 마늘 흑돼지 버거. 프로페셔널한 언니는 서빙 후 사진 찍으라고 기다려주고, 우리와 버거의 사진도 함께 찍어준 뒤에 버거를 꾹 눌러 반으로 잘라 척척 우리가 든 종이에 넣어주었다. 꾹 눌러놓았는데도 입 안 가득 차는 버거는 고기도 야채도 소스도 듬뿍 들어 맛이 있었다. 버거를 기다리다 자리가 생겨 바로 창가로 옮겨서 바다를 내다 본..
신창 해안 도로와 함께 꼭 가서 보고 싶었던 (남이 찍은) 사진 속의 녹산로는 분홍 벚꽃과 노란 유채꽃과 파란 하늘이 끝이 없는 듯 펼쳐진 길이었다. 첫날 도착해 움직이면서 시내에 벚꽃이 양껏 피어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매우 기대하며 이른 아침에 출발해 움직였더니 여기가 그곳인가 싶은 곳이 나타났다. 시내쪽보다 고지가 높은 덕분인지, 유채는 피었는데 벚 꽃은 피지를 않고 날조차 흐리니 이 스산한 분위기를 어쩌면 좋을까. 그렇지만 내려서 사진은 찍는다. 지나가는 차들이 대체 여기가 뭐라고 사진을 찍느냐는 듯 바라보는 것만 같다. 엉엉. 좀 더 옮겨보니 벚꽃이 조금 피었는데 유채는 덜 피었다. 삼월 말은 아무래도 이른 시기인 것 같은 녹산로. 그리고 이때부터 우리의 추위+바람과 맞서 싸우는 고난이 시작 되..
6시 30분에 눈을 뜨고는 어차피 지각이니 에라 모르겠다 삼십분을 더 잔다. 오랜만에 출근길 지하철에 끼어 길을 나서니 예전에는 대체 어떻게 이런 지하철을 타고 다닌건지. 새벽에는 아직까지 서늘한 기운이 있어 몰랐는데 늦으막하니 회사에 도착하니 오전인데도 해가 뜨겁다. 아침부터 모험을 떠나는 용사마냥 용감하게 먼길을 거쳐 사무실에 앉아 있으니 폭염주의보라는 재난문자가 온다. 아침 여섯시 반에 일어났는데 어째서 나는 지각인가, 5월의 장미가 탐스럽게 피어났는데 어째서 날씨는 폭염인가.
나는 횡단 보도나 스크린 도어가 없는 지하철 역에서는 멀찌감치 떨어져 혹은 옆으로 비켜 서 있고는 한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언제 누가 와서 날 밀어 버릴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여자의 비율이 높은 흔한 도돌이에게 인상을 쓰거나 화를 냈다는 j씨에게는 그러다 몰래 쫓아와 칼로 찌르면 어쩌냐며 말 없이 지나가라고 부탁했다. 밤에는 이어폰 한쪽을 빼고 걷는다. 내가 아무리 노래를 낮은 볼륨으로 틀거나 틀지 않았다고 해도, 혹시나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에게 소리를 못 듣고 방심하고 있는 것 처럼 보여 (안 그런 것 보다는) 쉬운 표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괜한 염려 때문이다. 머릿속에는 가끔 나를 향해 돌진하는 '적'을 향해 발길질을 하거나 무언가를 집어 던지는 혹은 내려 찍는 시뮬레이션을 그린다. 원한을 흩뿌..
가기 전에 알아본 곳이 두군데 있었는데, 그 중 한 곳인 신창 해안도로. 차가 없으면 엄두도 안날 곳이라 찾아두었는데 정작 나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헌이가 말해줘서 기억났다. 급하게 네비에 찍고 달려달려 도착. 해가 질 때가 제일 어여쁘다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일러 조금은 아쉽다. 커다란 풍차들이 보이면 사이길로 꺾어 들어간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도 될지 안될지 잘 모르겠어서 입구쪽 전기공사 근처에 차를 세우고 걸었다. 천천히 걷기에도 멀지 않고 풍광이 좋아 굳이 차를 가지고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은 듯. 걸어들어가면 풍차들을 보며 바다위를 걸을 수 있는 다리가 있다. 높은 곳을 썩 좋아하지 않는 헌이와 나는 정 가운데를 걸었지만 용기를 매우 내 슬쩍 바다를 보니 물이 너무 맑아 난간 근처에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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