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gram.com/_e.note
#쌓는생활

티스토리 뷰

ordinary

울음의 기록

_e 2016. 7. 1. 11:15

지하철 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가방을 뒤적거렸지만 비가 온다는 이야기에 옮겨 담은 가방이라 손수건도 휴지도 없다. 턱 끝에 눈물이 맺히고 코 끝에는 콧물이 방울방울 맺혀 옥수 역에 내렸다. 흐린 햇빛으로 들어찬 역 안은 지하에서 형광등 빛을 채우는 다른 역처럼 하얗지 않고 노랗다. 살짝 귤 색이었던 것도 같다. 장마 덕분에 내내 함께 했던 두통은 울어내느라 더 심해져 머리를 꽝꽝 때렸다. 어느새 옆 옆에 앉아 계신 아주머니들에게 휴지를 빌려볼까 싶었지만 목이 꽉 막혀 있는데 말을 한마디 내어 놓자면 소리내어 울 것 같아 말았다. 가방을 다시 한번 뒤지니 아침으로 싸갔던 계란 봉지가 담겨있던 면 주머니가 보여 차곡차곡 접어 네모를 만들어 물기를 찍어내니 연한 갈색이 금새 진해졌다. 이제 좀 그쳤구나 싶어 아픈 머리에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평일 낮이라 띄엄띄엄 한 배차간격의 다음 차가 섰고 사람들이 타고 문이 닫히고 눈물이 다시 떨어졌다. 소리도 없이 뚝뚝. 평소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아주 작은 뾰족한 것들이 유난히 더 날을 세우고 달려드는가 싶은 날. 유난히 긴 골목을 걸어 타박타박 집에 들어가서는 주저 앉아 소리내어 전부 다 싫다면서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뭐가 그렇게 싫은지도 모르면서 그냥 엉엉엉 하고. 한참을 울다 쓱쓱 손으로 닦아내고는 진통제를 삼키고 침대로 가 이불도 덮지 않고 누워 베개를 얼굴 위에 올렸다. 컴컴해진 시야에 두통이 그치기를 기다리며 어느새 까무룩 잠이 들고는, 조금은 가벼워진 머리로 일어나 보니 머리 맡 협탁에 체리가 몇 개 담긴 접시가 공물처럼 놓여있었다. 큼지막하고 짙은 색의 체리를 입 안에 넣고 씹는다. 축축한 과육이 입 안에 찬다. 아무 것도 해결 된 건 없지만, 아주 조금 나아진 기분이 들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