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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두 번쯤

_e 2016. 6. 27. 19:21
쌉쌀한 아메리카노도 좋지만, 꽤 오래전부터 비엔나 커피가 먹고 싶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위장의 상태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다음부터 끊은 커피는 일 년에 두 번쯤 생일 파티라도 하는 마음으로 마시고 있다. 자극적인 맛을 먹고도 화끈거리지 않을 정도의 상태가 되어야 바람직한데- 아마 이제 곧 오지 않을까라며 반 년을 보냈으니 또 반 년을 보내기 전에 맛있다고 온 사방에 소문난 집을 골라 꼭 커피를 한 잔 마실테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생리통에 진통제를 두 알 삼키고, 이 상태로 토요일 공연을 봤으니 그렇게 허리와 목이 아팠던게로구나 한다. 정작 평소에는 '아, 가고 싶다'라는 생각도 잘 안 나는게 공연이지만,  원하는 공연이 생기면 티켓팅을 기다렸다가 치열하게 1차 전투에 참여해 자리를 차지하고 한참 또 쉬었다 공연이 시작 될 무렵 당과 수분을 채울 준비를 마치고 2차 전투에 참여하게 된다. 연초부터 김오빠도 쉬시고 갈 만한 공연은 많아도 가고 싶은 공연이 없었던 까닭에 함께 쉬었는데 그래도 중간 충전은 했으니 또 한동안 쉬어도 괜찮겠구나 한다. 그래서 굳이 디저트까지 필요 없을 것 같이 배부르게 잘 먹은 음식 같은 '좋은' 공연이 좋다. 물론 가끔의 불량식품도 좋다는 건 빼먹을 수 없고.

나이를 먹으면서 자잘한 것에 대한 욕심은 더 줄어드는데 이제는 큰 것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넓은 집이라던가, 넓은 집이라던가, 넓은 집이라던가. 요 며칠 복층 빌라를 찾아보며 이 것도 좋고 저 것도 좋구나 하다, 급한 것도 아닌데 들여다보고 있으면 당장에라도 갖고 싶어질까 일단 접어두었다. 소소한 살림으로 시작했던 결혼 생활이 6년차에 접어드니 지나온 시간만큼 집안에 이것저것 쌓이고 있다. 가끔은 덜어내기도 하고 가끔은 더 늘리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기도 하고. 넓은 집으로 가면야 좋겠지만, 지금의 집도 좋은 건 아마- 어디에 있어도 우린 잘 살겠지 싶은 그 무언가 겠지. 그래도 넓은 집은 갖고 싶다며 기승전복층(...)

오늘은 맛있는 저녁을 잔뜩 먹고, 뒤꿈치를 갉아먹는 새 신발에 부드러운 천을 대어 살짝 수선하고,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다 일찍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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