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도 소리도 없어야 편히 잠들긴 하지만, 여차저차 잠들기만하면 잘 깨지 않는 철벽의 수면 모드를 가지고 있음에도 가끔은 잠을 깊게 못 잔다. 해가 짧아지니 아낌없이 싹싹 긁어 잠이 들어야하는데도 다시 돌아온 불면의 기간. 새벽같이 일어나야 하니 라벤더 오일에 안대에 세뇌까지 - 안 오는 잠을 억지로 잠들지만 밤새 바깥 소리 다 듣고, 중간중간 깨는 와중에도 꿈까지 꾸고 바빴다. 오늘 피곤한거야 내일 쉬니까 괜찮고 다시 수면 패턴을 찾아와야 할 듯. 사람의 몸이 웃긴게 물리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면 마음 먹기에 따라서 회복의 여부와 기간이 매우 잘 바뀐다. 나도 예전에는 내가 예민하고 섬세한 여자라 잠을 못 자는 줄 알았지. 누워서 눈감으면 어떻게든 잘 수 있는데도. 그 와중에 꾼 꿈은 그민페 첫 날..
1. 오랜만에 미용실에 앉았다. 어떻게 머리를 하면 좋겠냐는 물음에는 적당히 해달라며 웃었다. 차림새에 그닥 신경쓰지 않다보니 미용실에 갈때마다 항상 그 모양이다. 이것저것 묻던 디자이너가 결심했는지 짧게 자르자며 가위를 들고 온다.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떨어진다. 어깨 위로 껑충 올라간 머리는 '가을엔 생머리가 예쁘다'며 컬을 살살 말아주겠다는 얘기와는 달리 몽실몽실 꼬불거린다. 사정없이 부풀어오른 내 머리를 보며 아주머니는 좀 당황한 것 같았지만 타고나길 펌을 워낙 잘 먹게 태어난 머리라서 나 혼자 익숙하다. 미용실을 다녀와 j씨를 깨우니 부시시 눈을 뜨며 "...양?" 이라며. 아, 그러고보니 옛날 옛적 이거 비슷한 머리로 양 같다며 한참 놀림 받았었지. 굳이 묘사하자면, 예전 ..
건조인지 추위인지 엊그제부터 콧 속이 맹렬하게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나잘 스프레이 들고 나와 콧속에 뿌리고 나니 이거 언제 산거더라 - 여름 전에 샀으니 적어도 6개월은 됐겠다 싶어 당장 쓰레기통에 버리고 집에 가는 길을 기약한다. 버스에서 자고 일어나면 뻑뻑해 잘 떠지지 않는 눈이라던지, 여름 내 발등만 탄 덕분에 까맣고 쪼글거리는 발등이라던지, 세안 후 수건을 얼굴에서 떼자마자 스킨을 뿌려대지 않으면 찢어질 것 같은 얼굴이라던지, 조만간 하얗게 들고 일어날테니 벌써부터 리치한 바디크림을 바르게 만드는 종아리라던지를 생각해보면 콧 속이라고 뭐 다를거 있겠어. 나는 그저 메마른 여자. m은 건조한 관계에 대해 끊임없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때 부터 이루어진 그룹은 나이를 먹..
1. 아침부터 본의아니게 스피드 레이서의 대열에 합류. 6시 10분 셔틀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셔틀 버스 타는 곳이 시내 버스로 3분정도 이동해야하는 거리라서 매일 아침에 버스를 갈아탄다. 보통 6시 4~5분에 공항버스가 지나는데, 그 전에 버스를 타면 충분히 내리고 공항 버스를 만나면 여행자들의 행렬에 아슬아슬한 편. 오늘은 제 시간에 정류장에는 내려갔는데 시내버스가 안 오고ㅠㅠ 왔는데 신호 계속 걸리고ㅠㅠ 눈앞에서 셔틀버스 놓치고ㅠㅠ 결국은 택시를 탔다. "아저씨 A 앞에서 20분, B 앞에서 30분, 어디가 더 가능성이 있을까요?"라는 얘기에 일단 밟으시는 기사님 최고;ㅅ;b 저 앞에 버스가 보여서 "저 파란버스요!" 라고 외치니 잠깐 선 버스 앞을 가로막아주셨는데 지갑을 못찾아서 "A로 그냥 가주..
1. 김사랑 노래를 이틀째 흥얼거리고 있다. 단콘의 여파는 무시무시해. 근데 가을이랑 너무 잘 어울려서. 이 오빠 3,4집, 싱글들은 계절 바뀔 때 더 빛을 발한다. 요새는 김사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라고, 그 와중에도 모르는 사람도 많다는 것에 놀라고 뭐 그러는 중. 이게 진지하게 옛날 오빠들에 대해 빠순이 모드로 들어가면 내 오빠가 유명하지 않다는 것에 안타까우면서 유명해지면 왠지 싫은 미묘한 기분이 들고 그런다. 진정한 오덕의 기운이지. 암. 2. 아, 그래서, 금요일엔 정리를 좀 했다. 티도 안나는 화장실이랑 책장있는 작은방 정리. 더 버려야 하는데 못 버린 것이 너무 많아서 정말 날잡고 죄다 버려야한다며 다시 마음을 잡고 다른 곳은 일부러 손대지 않고 있다. 그러고보니 금요일 밤에..
숙소를 나서면 바로 족욕을 할 수 있는 곳이 보였다. 온천 마을로 운영되고 있는 마을이라 숙소에는 꼭대기층에 대 욕탕이 있고 노천탕이나 족욕 등등의 것들은 숙소 밖에 있어서 숙소에 있는 코인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저녁을 먹고, 온천욕을 하기 전에 동네 한바퀴 산책을 했는데 동네가 작기도 하지만 밤이라 길을 못찾아 십분 정도 돌고 나니 숙소로 돌아온다. 온천 말고는 마땅한 여흥이 없어보이지만 그래도 고즈넉한게 온천 마을의 매력인 것 같고. 아침부터 비가 주륵주륵 - 보다는 세차게 죽죽. 지난 밤에 이어 노천욕을 할까 했지만 귀찮아서 숙소 대욕장만 서둘러 이용하고 우산 들고 카메라 들고 아침 산책에 나섰다. 작은 구멍가게 하나는 밤마실 나설 무렵에는 문을 안 열었는데 노천탕 찾아 다시 나올 때는 문을 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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