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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인지 추위인지 엊그제부터 콧 속이 맹렬하게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나잘 스프레이 들고 나와 콧속에 뿌리고 나니 이거 언제 산거더라 - 여름 전에 샀으니 적어도 6개월은 됐겠다 싶어 당장 쓰레기통에 버리고 집에 가는 길을 기약한다. 버스에서 자고 일어나면 뻑뻑해 잘 떠지지 않는 눈이라던지, 여름 내 발등만 탄 덕분에 까맣고 쪼글거리는 발등이라던지, 세안 후 수건을 얼굴에서 떼자마자 스킨을 뿌려대지 않으면 찢어질 것 같은 얼굴이라던지, 조만간 하얗게 들고 일어날테니 벌써부터 리치한 바디크림을 바르게 만드는 종아리라던지를 생각해보면 콧 속이라고 뭐 다를거 있겠어. 나는 그저 메마른 여자.
m은 건조한 관계에 대해 끊임없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때 부터 이루어진 그룹은 나이를 먹고 떨어져 지내면서 느슨하게 이루어졌고, 구성원의 대부분이 '나는 네가(혹은 너희들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의 흠뻑 젖은 감성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평균 거리보다 한 걸음 떨어져 지내거나, 한 순간 정도는 시선을 딴데 두어야 편한 나에게는 드라이하지만 없어지지 않는 관계 자체가 불타오르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이어지는 것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이라도 상관없이 가끔씩 안부를 나누고, 필요할 때 누구보다 먼저 찾을 수 있고, 정기적으로 함께 떠날 수 있는 관계라니 얼마나 이상적이야. 그런데 이게 m에게는 너무 드라이한 모양이다. 나를 필두로 다들 서로에게 지대한 관심은 커녕 평균적 관심조차 없는 것도 같고, 상대방이 무언가 잘못했을때 그걸 교정하려는 노력조차 없는 것 같고. 그런데222 그런 m의 의중은 대충 파악하지만 그걸 어떻게 해줄 수 있을 만큼의 열정이 없다. 아마 다른 아이들은 그것이 교정을 할 만큼의 잘못이라고 느끼지 않고 있거나 굳이 교정을 할 필요를 모르고 있는 것 같고, 나는 사람을 교정하는 것과 교정의 기준으로 삼는 사회적 모럴 혹은 개인적 모럴조차도 부정하는 편이라서. 굳이 말하자면 모두 애정은 있는데 열정이 없어. 이를 어쩌면 좋을까. m이 싫어하는 말이지만 원래가 이렇게 생겨먹은 것을. 음. 좀 더 생각해 볼 문제. 그러고보면 어릴적 학교 같은 공간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관계는 잔인하다. 각자의 가치관이 영글기 전에 애정을 먼저 쌓았기 때문에, 나중에 가치관끼리 충돌이 생기면 그걸 못 견뎌 그만 두거나 애써 묻어두고 관계 유지에 힘쓰게 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이야 물론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 하면서 그대로 두고 포용하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쉽게 될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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