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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미용실에 앉았다. 어떻게 머리를 하면 좋겠냐는 물음에는 적당히 해달라며 웃었다. 차림새에 그닥 신경쓰지 않다보니 미용실에 갈때마다 항상 그 모양이다. 이것저것 묻던 디자이너가 결심했는지 짧게 자르자며 가위를 들고 온다.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떨어진다. 어깨 위로 껑충 올라간 머리는 '가을엔 생머리가 예쁘다'며 컬을 살살 말아주겠다는 얘기와는 달리 몽실몽실 꼬불거린다. 사정없이 부풀어오른 내 머리를 보며 아주머니는 좀 당황한 것 같았지만 타고나길 펌을 워낙 잘 먹게 태어난 머리라서 나 혼자 익숙하다. 미용실을 다녀와 j씨를 깨우니 부시시 눈을 뜨며 "...양?" 이라며. 아, 그러고보니 옛날 옛적 이거 비슷한 머리로 양 같다며 한참 놀림 받았었지. 굳이 묘사하자면, 예전 해적판 만화에 배바지를 입고 역삼각형의 상체를 뽐내며 한국 이름을 부여받은 여자 주인공이 하고 있을 것 같은 단발 펌 정도. 으하하.
2. 댄싱9이 드디어 끝났다. 마지막은 참 별로였지만. 심지어 mvp 개인 무대는 음악이 나오다 뚝 끊겨서 처음 몇 무대는 끝난게 맞나 라며 방청객조차 박수 칠 타이밍을 못잡고, 나중되니 언제 뚝 끊어질까 긴장하며 보게 했다. 개별로 준비해 온 음악이면 손 좀 봐주던가 프로그램에서 준비한거면 답도 없는거고. 그래도, 슈스케가 드디어 못 봐줄 만큼이 되었기 때문에 겸사 겸사 즐겁게 보았더랬다. 모던보다 클래식이, 선 고운 여자보다 힘 좋은 남자가 더 좋다는 취향도 확인하였음. 물론 휘동옹은 귀여우니까 우승해도 돼.
3. 문을 다급하다는 듯 긁어대는 소리에 잠을 깨니 아직 알람이 울리기 전. 요즘 들어 밤 중에 열심히 울며 뛰어다니는 고양이 놈들 덕분에 방문을 닫고 잤는데 방안에 있는걸 내보내지 않고 문을 닫았나 싶어 일어나려는데 j씨가 먼저 문을 열었다. 알고보니 방 안에 있던 것도 아니고 방 밖에서 자길 들여보내라고 긁어대던 김치즈. 김치즈 너 너무 제멋대로야ㅠㅠ 가물가물하게 깬 잠에 고양이와 j씨에게 휩싸여 십분 정도 더 자고 나니 알람이 울린다. 씻고 나오니 코 골고 깊게 잠이 들어있다. 지난주 롸이딩이 마음에 걸렸는지 나를 깨우고 자려고 억지로 안 잔 모양이다. 머리 한번 쓸어넘기고 이불을 끌어 덮어주고 집을 나섰다. 11월이면 벌써 3년. 사이좋게 잘 살고 있다 - 고 생각한다.
5. 신선한 원두로 내려먹는 핸드드립에 맛 들린 요즘. 커피향과 쿠키 냄새가 그득 찼던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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