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었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귀엽고 잘 만들었다. 하하하. 셔츠는 다른 옷들보다 조각도 많고 손이 많이 가지만 중간 중간 다림질 꾹꾹해가며 정성스럽게 만들고나면 완성된 걸 보면서 엄청 뿌듯한 듯 하다. 작년 봄맞이 셔츠가 팔을 너무 늘렸던게 기억이 나서 같은 도안에서 팔을 좀 줄이고 나머지는 같게, 그렇지만 린넨과 코튼의 차이도 있어 전혀 다른 옷 처럼 보이긴 한다. 심지를 넣어 다림질을 한 덕분에 구김없이 빳빳한 커프스와 칼라는 보고 있어도 입고 있어도 기분이 좋다. 날이 얼른 더 풀려야 맘껏 입고 다닐테니 조금 만 더 기다려봐야지.
시바가 너무나 귀여워서 마구 좋아하지 않는 핑크인데도 예뻐보이는 원단인데 방 형광등이 한개 나가고 밤에 찍은데다가 얼마전에 이불커버를 갈았더니 사진에 색이 너무 바보 멍청이처럼 나와서 눈물이... 그래도 예쁜 원단. 실물로 보면 10배 정도는 더 예쁨. 3월 말과 4월 초쯤 떠날 짧은 여행을 위해 작은 캐리어 사이즈에 맞춰 파우치를 만든다. 심지나 솜도 대어주고 안감도 빵빵하게 넣어야 잘 서 있을 거 같은 모양이지만 돌아오는 캐리어는 항상 수하물 무게의 압박이 있으니 홑겹으로 만들었다. 내가 쓸거라고 안쪽 바이어스 처리도 없이 오버록으로 해치웠지만, 색색의 지퍼도 맞췄고 귀여우니 된거지. 캐리어 커버도 만들고 싶었는데 그건 일이 조금 커지니 나중에. 에코백과 파우치는 선물용.
아주 예전에 만났던 윤소와 흘러가듯 말했던 생활비 달력이 생각이 나서 생일 선물 용으로 만든다. 원단을 얼마 쓰지 않고 완성이 되어서 앞치마를 하나 더 만들고, 얼마전 서핑하다 받아둔 곰인형 도안도 생각이 나 또 하나 보탠다. 심지의 늠름함을 알아버린 후로는 미싱 자수를 할 부분과 단추를 달 부분들에는 꼭 심지를 붙인다. 날짜들을 미싱 자수로 새길 예정이니 전체 주머니에 심지를 대어 빳빳함을 더했다. 사실 미싱 자수는 아주 가끔 영문 조금 정도만 새겼던게 다라 숫자가 영 마음에 안들지만 다시 하거나 다른 수를 찾다가는 완성하지 못할 것 같아 밀고 나간다. 세탁해도 없어질 염려없고 좋지 뭐. 31일 뒤쪽 남는 자리에는 조금 넉넉한 주머니도 붙여둔다. 달력과 앞치마를 받은 윤소는 안그래도 자기가 만들어 준 ..
가끔씩 원단만으로는 너무 예뻐서 잔뜩 쟁여두고 싶어 욕심내지만, 정작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면 그 '무언가'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원단이 있다. 이번에 숙제로 온 요 원단이 그런 원단 중 하나. 컬러도 일러스트도, 심지어 모티브들의 크기까지도 너무나도 내 취향인데 이걸로 무얼 만들어야 하는가 생각하면 도통 모르겠어서 한참 고민했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 그래 이제 좀 화려해져도 되겠지, 라며 벌룬 블라우스. 린넨용 만들기 책에 있는 도안인데 그리 뻣뻣하지 않은 소프트 코튼이니 부담없이 만든다. 캐주얼과 베이직한 컬러와 운동화가 기본템인 내가 얼마나 입고 다닐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쁘긴 한 것 같으니 만족. 목 부분은 답답해서 결국 한참 뒤에 다 뜯어내고 더 파서 새로 달았다. 남은 조각들로는..
재봉을 하고 남은 조각들을 바구니 하나에 잔뜩 모아두고, 하루 이틀정도 날을 잡고 파우치를 만들 사각형으로 자른다. 자도 대지 않고 선도 긋지 않고 잘라 쌓아둔 원단들 사이즈에 맞춰 끈도 잘라두고, 지퍼도 잘라두고. 아무 일정도 없는 한가한 날 미싱 앞에 앉아 옆에 둔 바구니에 손을 뻗으며 파우치들을 만든다. 정작 나는 몇개 쓰지도 않고 주위에 나눠주고 담아주겠지만 만드는 시간이 좋은 것도 있으니 서로 좋고 좋겠지. 말그대로 소소한 취미 생활 - 이라고 하기엔 양이 좀 많지만 급할 것 없으니 천천히 쉬면서.
겨우내 잘 쓰고 있는 구스 이불은 킹사이즈보다 큰 90인치 정사각형이라 마음에 드는 커버는 죄다 비싸거나 마음에 드는게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럴땐 원단을 사야지. 침구 전용으로 나온 듯한 크고 심플한 그라데이션 그레이 원단을 3마 구입한다. 싱글이나 더블정도는 2마로도 충분 할 것 같은 원단이라 몇 번의 가위질 없이 재봉시작. 올풀림 처리가 2-3배는 빨라진 느낌이라 이래서 오버록오버록 하는구나 했다. 좁은 책상에서 이불을 돌돌 말아 끌어안고 작업해야하니 일은 조금 커지지만, 직선박기의 연속이라 재봉 도중에는 신이가 난다. 겨울 이불 커버 추가 준비도 이렇게 완료. 새해 맞이로 바꾸고 싶어서 미리 세탁해두고 첫날 입혔다. 원래 쓰던 커버가 사르륵의 느낌이라면 이건 서걱서걱의 느낌인데 나름의 맛이 있어 좋..
(드디어) 만들었다 블루종. 아직 안감없이 만드는 홑겹 블루종이지만, 결국 만들게 되는구나. 원단 체험단은 일정량 이상의 소잉을 하게 해서 꾸준히 무언가 만들게 해서 좋다. 허리가 긴편이라 기성 블루종은 죄다 크롭티 느낌이라 배가 쓸쓸해서 하나 만들어야지 만들어야지 하면서도 번거로울 걸 뻔히 알아서 미루다 이번 기회에 완성. 원래의 완성은 크루넥으로 노카라에 허리 시보리도 없었는데, 입고 j씨에게 보여주니 개량한복 같다고 해서 (플라워 원단이라 더 그랬겠지... 눈물) 다 만든 허리 잘라내고 시보리 달아주고, 카라는 차마 손 댈 엄두가 안나 바이어스만 둘렀다. 그래도 이 정도는 훌륭하다며 자화자찬해야지. 다음엔 단색에 좀 더 단단한 원단으로 만들어 볼까 싶다.
오버록을 들였다. 본봉에 맞춰 싱거로 사고 싶었지만 블프 핫딜로 뜬 가격이 배대지 비용까지 따져도 20만원이 안됐기 때문에 부라더로. 때마침 같이 도착한 원단과 오버록을 보며 그렇다면 커버를 만들어야겠다면서 캔버스 원단을 꺼내 같이 재단을 한다. 누빔이나 심지를 대기는 귀찮으니 캔버스로 양면이다. 일러스트가 예뻐서 뭘 해야하나 오백만번 고민했지만, 에코백은 별로 매고 다니지도 않아서 오히려 아까운 느낌이 드니까 매일 보고 매일 쓰는 커버링을 하기로 한다. 예쁘게 모셔두고 나니 뿌듯한데 그 와중에 김치즈가 저 사이를 누비고 다녀서 남색이 흰색이 되고(...) 그래도 커버링 해놔서 다행이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 노트북 수납용으로 박스 리폼을 한다고 주머니를 만들어 씌워놨는데 만들고 얼마 안되서 김치즈가 바득..
오랜만에 소잉파우치를 만든다. 지퍼형과 롤형. 원래 쓰던 것보다 살짝 사이즈를 키웠다. 미싱 옆에 두거나 재단할 때 옆에 두고 수시로 손이 가는 것 중 하나라 어두운 색 원단이 손때가 덜 보여 좋다. 수납은 원하는대로 할 수 있게 맞춤으로 칸을 나눈다. 미키는 빨강 노랑이 가장 잘 어울리니 색에 맞춰 지퍼도 고르고, 주머니 원단도 고르고. 바이어스는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양이 가장 많은 갈색으로. 하나는 외출용으로 두개를 써도 될 법 하지만, 일단 지퍼형 하나만 쓰기도 하고 롤형은 챙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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