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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다

_e 2014. 3. 29. 14:23

주말 출근 길. 때마침 날도 흐려 가방속에 우산 하나 챙겨 넣고 걷는데, 회색 건물들 군데 군데 꽃이 피었다. 목련은 이미 활짝 피었고, 노란 개나리와 산수유를 지나가니 자목련 꽃봉오리가 보이고, 벚꽃도 피기 시작했더라. 한군데 모아놓고 꽃잔치를 벌인 것이 아니라 눈에 확 들어오진 않지만, 그대로 드문드문 알록달록한 봄.  

싸개단추 손 몰드와 고무 망치를 구입했다. (j씨의 표현을 빌려와) 귀여운 쓰레기를 만드는 건 언제나 즐겁지. 쓸 일도 없지만 귀여운 싸개 단추를 잔뜩 만들 생각을 하며 신나했건만, 물건이 도착하기도 전에, 결제한지 24시간이 되기도 전에 고체향수 재료도 결제했다. 원래 스틱형 향수를 좋아하는데 파는데도 별로 없고, 있으면 비싸거나 디자인이 부담스럽고, 그렇지만 크림 용기형은 손톱에 끼어서 싫고 그런저런 이유로 고민하다 아침 버스 안에서 갑자기 '그럼 만들자'라면서 급 검색, 급 결제. 심지어 다들 바세린으로도 할 수 있다는데 비즈왁스에 시어버터에 오일까지. 주위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며 재주가 많다고 하지만, 그저 자잘한 일들을 벌이는게 좋을 뿐이고, 일이 바빠지면 하고 싶은것이 늘어나는 것 뿐이다. 덕분에 바쁜 것이 끝나도 딱히 한가해 지지 않는다거나, 오히려 한가할때는 하고 싶은게 적다거나.

까지 쓰고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는 자잘한 비가 잔뜩 내리고 있었다. 어제만해도 점심먹고 돌아오는 길에 덥다며 손 부채질을 했는데 오늘은 손에 든 요거트 스무디 때문인지 얼굴 보여주지 않는 해 덕분인지 으슬으슬. 그래도 꽃과 비로 봄 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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