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사둔 티켓을 쓰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는가 했지만 겨우겨우 마지막 날 사용하러 갔다. 전시회장이 너무 작아서 한바퀴 돌고 허탈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어 엽서나 구입하려던 때에 도슨트 설명이 시작되어 냉큼 설명을 들으러 그 뒤를 따랐다. 전시회를 보던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지금까지 봤던 도슨트 설명중 가장 큰 무리를 이뤘다. 사진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나 어떤 의미로 찍었는지 설명을 듣는 것은 즐겁다. 먼저 한바퀴 둘러 본 까닭에 꼭 가까이서 설명을 듣지 않아도 어떤 작품인지 알아 괜찮았다. 그리고 재밌게 설명 잘하던 도슨트는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사진을 구입해두는 것도 괜찮다며 투자 권유를(...) 전시의 양은 적지만 사진 하나하나는 매우 마음에 든다. 물이 만들어내는 우연의 모양새들..
계획도 없이 간 제주에서 보고 싶었던 것은 일단 하나였다. 오래된 나무들이 가득한 곳. 비자림. 붉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끝없이 펼쳐질 것 같은 숲길이 나를 기다리는 곳. 커다란 비자나무들을 보며 찬찬히 걷자면 이런 길들이 이어지고, 소원비는 돌이 촘촘히 쌓여있는 길도 돌아 천천히 걸었다. 둘 다 걸음이 빠른 편인데도, 사람이 뒤에 온다 싶으면 먼저 보낸다고 걸음을 멈추고 한바퀴 둘러보고, 다시 걷다 멈추고의 반복이었다. 시간을 걸음에 흘려보내는 것이 낯설지도 않고, 부담되지도 않았다. 조급함도 없이 그저 천천히 걸었다. 돌아오는 길 끝 무렵에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축축히 젖었지만, 더 젖으면 움직이는게 힘들 것 같아 매점에서 우비도 하나 사입고 990번 버스시간은 이미 지나..
나나 언니 덕분에 파란 바다를 드디어 보았다. 하루 종일 비가 올 거라던 수요일에 느지막하니 일어나 밥을 먹고 씻고 나가려고 하니 해가 반짝. 버스 두어 정거장을 달려 내리니 파란 바다가 보여 폴짝거리면서 신났다. 파도가 들이치는 하얀 경계선 바로 옆도 파란 에메랄드 빛이었던 바다. 바다에 발 담그고 있자니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해 집으로 급히 돌아갔지만 다음에는 서우봉도 오르고 좀 더 오래 있다가 와야겠다. 다녀온 지 일주일밖에 안됐는데 '다음'이라고 말하게 되는 것들이 왜인지 가득하다.
701번 버스에 놓고 내린 지갑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사실 손을 떠난 지 5 분도 안 돼서 찾지 못할 높은 가능성을 머릿속에 계산하며 카드 정지부터 시작했다. 버리기를 하며 살아야지 마음먹고 떠난 여행에 지갑부터 버리게 될 줄이야 어디 알았나. 제주 시청 앞의 사진관에서 오랜만에 증명사진을 찍고, 제주도 어느 동의 직인이 찍힌 주민등록증 대체 서류를 받았다. 부장님 말씀대로 추억을 만들려고 지갑을 내다 버리고 온 것인지, 지갑에 대한 안타까움은 손톱만큼도 없이 떠올리면 그저 웃기다. 제주도는 잘 다녀왔다. 버스를 타고 다닐 생각은 말아야 하는 곳인듯하다. 차가 없이 가려면 욕심 없이 이동거리 한 시간 이내로만, 하루에 이동은 최대 2번 이내로. 날씨도 온통 알 수가 없이 비를 뿌리다 해를 내고, 숨이..
아침부터 부지런히 월정리 해변 가는 길. 701번 버스를 타고 구좌 초등학교에서 내렸다. 그 전 정류장인 월정리에서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버스에 타고 있던 할아버지는 왜 그리 먼 길을 고르냐며 혀를 차셨고,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내색하지 않고 버스에서 내렸다. 몇 일 있지도 않았건만 제주도의 돌담 길은 우리 동네 빌라 담벼락 같은 느낌이다. 곳곳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것. 돌 담 넘어 땅에서는 김이 풀풀 올라왔다. 저 멀리 보이는 하늘도 뿌연데, 땅까지 땅 안개인가 싶었지만 일단 걷자. 걷는 것 하나는 참 잘한다. 월정리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둘이 서로 마주보고 허탈하게 웃고는 한바퀴 돌고 나가기로 했다 (...) 제주도의 핫 플레이스라며, 그렇게나 어여쁘다며. 아..
하도리에 있던 응식당 전경. 아침의 월정리가 예정과 같지 않았던 덕분에 1시에 예약해놓고 12시 20분도 안되서 쳐들어가서 클로즈 간판 앞에서 너무 더우니 들여보내주기만 하라고 진상을 피웠다(...) 사진은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에 오케이 하고 카메라를 꺼내지 않았고, SNS나 넷에서 소문나는걸 좋아하지 않는 다는 말에 그러마 했지만 다녀왔다는 기록의 의미로 정보 하나 없이 그림만 하나 올릴테다. 셋이서 먹고 마시고 넷이서 이야기도 하고 뭐 그러다보니 시간도 훅 가고, 그날 제대로 된 하루 일정이라곤 여기가 끝이었는데도 아깝지 않았더랬다. 입으로 전해 찾아가는 모양새가 마치 구전 가요나 전설의 장소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눈꽃씨에게 들었던 식당이니 고마워서 제주도에 갈 것 같다는 헛재에게도 입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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