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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1번 버스에 놓고 내린 지갑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사실 손을 떠난 지 5 분도 안 돼서 찾지 못할 높은 가능성을 머릿속에 계산하며 카드 정지부터 시작했다. 버리기를 하며 살아야지 마음먹고 떠난 여행에 지갑부터 버리게 될 줄이야 어디 알았나. 제주 시청 앞의 사진관에서 오랜만에 증명사진을 찍고, 제주도 어느 동의 직인이 찍힌 주민등록증 대체 서류를 받았다. 부장님 말씀대로 추억을 만들려고 지갑을 내다 버리고 온 것인지, 지갑에 대한 안타까움은 손톱만큼도 없이 떠올리면 그저 웃기다.
제주도는 잘 다녀왔다. 버스를 타고 다닐 생각은 말아야 하는 곳인듯하다. 차가 없이 가려면 욕심 없이 이동거리 한 시간 이내로만, 하루에 이동은 최대 2번 이내로. 날씨도 온통 알 수가 없이 비를 뿌리다 해를 내고, 숨이 막히다가도 서늘했다. 그래도 부담 없이 다시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욕심을 버리니 즐거운 여행이었다. 걷는 것과 숲과 나무가 좋은 나는 첫날의 비자림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은 반 이상 달성했고, 쏠씨를 보내는 날의 낮술과 여긴 서울에서 온 동생이라며 흔히들 말하는 '아는'을 붙이지 않는 나나 언니와 바닷가에서 서성일 것 같은 복장의 공항철도도 즐거웠다. 이래서 제주도를 가는구나-라고 생각할만한 제주의 특별함은 아니었지만, 제주라서 그랬노라 우기면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곧 다시 떠나보는 걸로. 그때는 꼭 택시 투어를 해야지. 평소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면허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 제주였다.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j씨는 '외로움'은 status이지 리스크나 해결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즐거움 행복함 이런 감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외로움은 꼭 해결하려고 든다고. 나는 그 '외로움'의 원인이 자신이 아니라 남에게 있어 남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외로움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한다고 했다. 혼자 잘 살다 느껴지는 외로움은 '여행이나 갈까' 혹은 '잠이나 자자'처럼 해결 방법이나 방치의 주체가 자신이 되니 의지만 있다면 대부분 해결이 될 테고, 정말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들은 수용하거나 포기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다른 방법을 찾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받는 행복했던 우리 사이인데 애인이 갑자기 연락이 뜸하거나 친구가 나와 멀어졌다는 느낌적 느낌으로 생기는 외로움은 그 사람들이 뭔가를 해줘야 해결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나 혼자는 해결되지 않는데, 문제는 사람들이 그렇게 남에게 관대하거나 섬세하지 않다는 것이고 그렇게 외로움이 점점 쌓여가는게 아닐까. 그것을 타개할 만한 의지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해결의 주체가 누구인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내'가 해결하기 귀찮아서 방치하면 어유 게으르다 스스로 타박하면 끝인데, '네'가 해결하기 싫다고 손 놔버리면 버림받는 게 되는거지. 간단하게 말하자면, '아, 외롭다. 그러니까 XX를 해야지'라고 말하게 되는 외로움이 있고, '아, 외롭다. 그러니까 나랑 XX 해줄래(정확히는 나에게 XX해줄래)'라고 말하게 되는 외로움이 있는 것.
예전에는 분명히 후자에 속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거의 99:1 정도의 비율로 전자인 나는 딱히 남에게 뭔가 권유하고 싶지 않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세상을 '내' 위주로 살면 참 편해요. 후회도 뭣도 죄다 내 몫이니 싫은 건 피하게 되고 안 하게 된달까. 내가 살기 위해 너를 이겨 먹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 홀로 온전히 살아남는다는 의미로의 '내' 것, '내' 삶, '내' 감정으로 사는 것의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의 내 것인 삶과, 온전히 내 몫인 외로움은 - 언젠가의 밤에 왜 이렇게 되었을까 자책하다 이미 지나간 일, 지나간 인연,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 그 시작이었던 듯 하다. 외로우면 어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일주일만 일하면 한 달 쉰다. 7월은 어쩌다 보니 은근 회사를 쉰 날이 많이 시간이 더 금세 지나가는 것 같다. 8월의 달력이 벌써 반 이상 빼곡해서, 더 이상 일정을 잡으면 안 될 것만 같다. 막상 들여다보면 별거 아닌 것들이지만 쉬라고 주는 시간에 쉬기도 해야지. 여행에서 실패한 살 찌우기를 실행해야겠다. 허리가 도로 잘록해져서 거울 보기는 마음에 든다만 몸에 기운이 없어 시든 식물 같아서.
아, 캔들도 드디어 끝나간다. 만들기는 신난다. 새로 왁스를 주문해야하는데 카드를 잃어버려서 새 카드를 받아야 하지만, 천년 만년 안 올 카드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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