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점심때 들른 식당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운 좋게 발견했다. 1년에 한번씩 있다는 옷동마츠리おっどん祭り. 히타카츠항 근처에서 하는 축제로 하루종일 하는 모양인데 팬션에 저녁 바베큐를 신청해두기도 했고, 장도 봐둔게 있어 급하게 고기를 구워먹고 택시를 타고 축제로 옮겼다. 규모는 작지만 대마도 섬 사람들이 모두 모인 듯 주민 축제의 느낌으로 가족들도 많았고, 유카타를 차려입은 젊은이들과 어린이들도 있었고, 하루종일 한국말만 듣고 다녔던것과는 달리 일본어로 가득했다. 무대 행사는 낮부터 진행되었는지 도착했을때는 마무리로 빙고 비슷한 것을 하며 상품을 주고 있었고, 의기 양양하게 벽걸이 티비를 들고 지나가는 소년들도 구경하다보니, 떡 던지기로 무대 마무리도 하더라. 이즈하라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히타카츠여서..
일기예보가 알린 비소식에 어쩌나 출발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부산에서부터 따라온 비가 바다를 건너 섬까지 함께 했다. 비가 쏟아지는 길에서 겨우겨우 찍어본 렌트카의 네비는 돌고 돌아 우리를 출발지에 데려다 놓았고, 익숙한 그 곳임을 믿을 수 없었다. 한바탕 웃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근처를 돌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드라이브 잘했지- 하고 이야기했다. 여행의 변수는 어떤 마음으로 즐기느냐에 달린 것 같다. 뱅글뱅글 같은 곳을 몇 번이나 지나쳤지만 길을 다 외우게 될 것 같다며 깔깔댔으니 괜찮고, 비바람치는 한국 전망대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금방 빠져나왔지만 한국 전망대로 가는 길에 길을 묻는 우리를 차를 앞세워 데려다 준 일본 군인이 있었으니 우리끼리의 추억으론 충분하다. 묵었던 팬션의 낮과 밤. 젖..
느릿느릿 저녁 산책. 여름의 선유도 공원은 처음인데 나무와 풀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푸르른 그곳이 참 걷기 좋았다. 우리는 자주 만나는 사이도, 만나 마구마구 떠들며 꺄르르 웃어대는 사이도 아니지만 찬찬히 걷고, 찬찬히 이야기를 나누고, 찬찬히 맛있는 걸로만 쏙쏙 골라먹는 사이랄까. 해주려다 깜빡하고 결국 못 한 이야기를 적자면 나는- 모든 것에 그 분의 뜻이라며 핑계거리를 찾는 것은 안 될 일이지만 어찌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그 분의 뜻일것이고, 다른 길을 준비해 둔 것이라 믿어요. 그러니 더 좋은 길을 향해 걸어갈 준비를 차근차근 천천히 하도록 하자.
계획도 없이 간 제주에서 보고 싶었던 것은 일단 하나였다. 오래된 나무들이 가득한 곳. 비자림. 붉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끝없이 펼쳐질 것 같은 숲길이 나를 기다리는 곳. 커다란 비자나무들을 보며 찬찬히 걷자면 이런 길들이 이어지고, 소원비는 돌이 촘촘히 쌓여있는 길도 돌아 천천히 걸었다. 둘 다 걸음이 빠른 편인데도, 사람이 뒤에 온다 싶으면 먼저 보낸다고 걸음을 멈추고 한바퀴 둘러보고, 다시 걷다 멈추고의 반복이었다. 시간을 걸음에 흘려보내는 것이 낯설지도 않고, 부담되지도 않았다. 조급함도 없이 그저 천천히 걸었다. 돌아오는 길 끝 무렵에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축축히 젖었지만, 더 젖으면 움직이는게 힘들 것 같아 매점에서 우비도 하나 사입고 990번 버스시간은 이미 지나..
나나 언니 덕분에 파란 바다를 드디어 보았다. 하루 종일 비가 올 거라던 수요일에 느지막하니 일어나 밥을 먹고 씻고 나가려고 하니 해가 반짝. 버스 두어 정거장을 달려 내리니 파란 바다가 보여 폴짝거리면서 신났다. 파도가 들이치는 하얀 경계선 바로 옆도 파란 에메랄드 빛이었던 바다. 바다에 발 담그고 있자니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해 집으로 급히 돌아갔지만 다음에는 서우봉도 오르고 좀 더 오래 있다가 와야겠다. 다녀온 지 일주일밖에 안됐는데 '다음'이라고 말하게 되는 것들이 왜인지 가득하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월정리 해변 가는 길. 701번 버스를 타고 구좌 초등학교에서 내렸다. 그 전 정류장인 월정리에서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버스에 타고 있던 할아버지는 왜 그리 먼 길을 고르냐며 혀를 차셨고,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내색하지 않고 버스에서 내렸다. 몇 일 있지도 않았건만 제주도의 돌담 길은 우리 동네 빌라 담벼락 같은 느낌이다. 곳곳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것. 돌 담 넘어 땅에서는 김이 풀풀 올라왔다. 저 멀리 보이는 하늘도 뿌연데, 땅까지 땅 안개인가 싶었지만 일단 걷자. 걷는 것 하나는 참 잘한다. 월정리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둘이 서로 마주보고 허탈하게 웃고는 한바퀴 돌고 나가기로 했다 (...) 제주도의 핫 플레이스라며, 그렇게나 어여쁘다며. 아..
꽃도 덜 피고 날도 흐려 비도 간간히 떨어지는 연희숲속쉼터를 여유롭게 걸었다. 항상 5-6월쯤 들렸던 허브원은 아직 몇몇 허브들만 자리 잡고 있어서 여름이 가까워지면 다시 오기로. 다음 주말쯤이면 꽃도 많고 사람도 많겠다며 그러니 지금은 한가로움을 즐기자고 했지만 카메라에는 단렌즈, 심지어 날도 흐려서 사진이, 사진이. 결국 사진도 포기하고 그냥 손잡고 걷기. 홍제천쪽으로 내려와 징검 다리를 건너다 급 결정하고는 불광천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j씨 덕분에 버스 정류장 근처 빵집에 들렀다가 노아갈릭 득템. 빵봉지 덜렁덜렁 팔목에 끼고 버스를 올라타 동네구경 조금 더 하다 불광천에 내리니 벚꽃이 가득하다. 연이은 가뭄에 물이 말라 오히려 천 가까이에는 별 것 없어서 찻길과 만나는..
더 추워지기 전에 한번 더. 각자 먹을 걸 조금씩 들고 왔는데 너무 많아서 먹다 먹다 남은 간식은 집으로 들고와서 다음 날에도 하루종일 먹었더랬다. 오랫만에 김딧피도 같이 외출. 카메라를 왜 2대나 가져왔냐며 처음엔 놀라더니 남는 건 사진이라 연사도 잔뜩, 지나가는 사람들 붙들고 단체 사진도 몇 컷. 찍은 사진만 수백장이라 카톡으로 사진 폭탄 보내면서 원없이 주구장창 버스만 탔는데도 오랫만에 힐링하고 좋았다며 대화창 가득 빼곡한 ㅋ들. 어쩜 이렇게 한결 같은 우리일까. /// SIGMA DP2 & NEX-5N, SEL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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