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조끼를 만들어 주려고 가지고 있는 도안을 뒤적거리니 바이어스가 필요한 것들만 나와서 모든것을 포기하고 다시 인터넷을 뒤졌다. 인터넷이 없었던 때에는 어떻게 살았던 것인가. 도안에 과정샷까지 있는 친절한 블로그에서 다운 받은 도안을 끈 대신 단추로 쓰려고 살짝 손봐서 완성. 이렇게 오늘도 바이어스와 멀어집니다. 연습하면 잘 될텐데 바이어스만큼은 연습도 귀찮달까. 흑흑. 귀여워서 쟁여두었지만 도무지 쓸데가 없던 코튼빌 주주파크를 드디어 써보고. 안감은 몇 년때 야곰야곰 써오던 폴라플리스 원단. 쌓여가는 원단들에 겨울 원단이라도 줄여보자 하고 시작했었는데 훌륭하게 플리스 원단들을 다 소진했다. 이제 남은건 아크릴 원단들과 작년인가 재작년에 재단까지 다 해놨지만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겨울 외투. 요 하늘색 ..
여름에 주구장창 들고다니던 립스탑 원단의 에코백이 겨울 옷들에는 너무 화려하고 원단도 차가운 것 같아 약속 바로 전 날 저녁에 원단을 자르고 미싱 앞에 앉는다. 코트 겉감에 써도 좋을 모직 원단이라 따로 접착솜이나 심지 없이 만들었다. 예전에 사 두었던 귀여운 부엉이 참이 붙은 가죽 라벨도 달아주니 작아도 포인트로 눈에 잘 띈다. 지퍼도 잘았다. 너무 깊게 달았나 싶긴 한데 딱히 불편한 건 없다. 안감은 인디언 핑크의 이중 거즈. 색이 마음에 들어 썼지만, 안 주머니 쪽은 박음질 구멍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슬프다. 다만 겉감이 튼튼해 더 늘어날 일이야 없을테니 그걸로 위안을 삼는다. 패딩에도 코트에도 들기 좋아 회사에도 잘 들고다니고 있는 중인데 확실히 심지가 없어 그런지 울퉁불퉁하다. 뭐, 별수 없지. ..
더는 원단을 늘릴 수 없으니 있는 것들의 정리를 시작하자며 서랍에 남겨두었던 조각천들을 죄 꺼냈다. 언젠가 쓰겠지라고 챙겨두었지만 그 언젠가가 언제 올지 모르는 손바닥보다 큰 것들은 포장용으로 쓰겠다고 죄다 스트링 파우치로 만들고, 쉘케이스나 싸개단추를 만들까 하고 모아둔 손바닥보다 작은 것들 죄다 버린다. 그렇게 서랍들을 정리해나가다 발견한 누빔천 조각들로 냄비 받침 만들기. 오버록은 없으니 가정용미싱 지그재그 패턴으로 마무리. 덕분에 빠른 시간안에 여러개를 만들었다. 싱거9960에는 16번 패턴이 오버록 대용이라 선 박음질 후 지그재그 없이 지그재그+박음질을 한번에 잘 쓰고 있는 중. 그리고는 빨 때 마다 줄어들어서 쇼파의 3/4크기로 줄어든 쇼파 패드도 해체해서 선물용으로 몇개 더 만들었다. 뒤집으..
사무실 장을 보러 나서는 차장님이 먹고 싶은게 없는지 물으시길래, 아무 생각없이 '아마 없겠지만 수국차요' 라고 답했다. 한참 뒤에 박스들을 들고 돌아온 차장님이 (무려) 잎차가 들어있는 봉지를 두개 내민다. 과장님과 나란히 서서 살폈지만 티백은 없었단다. 패딩 입은 아저씨 둘이 차코너 앞에 서서 두리번 했을걸 생각하니 왠지 귀엽다. 인퓨저를 가져와야하나 어째야하나 난감하기도 하고, 인퓨저를 챙겨오는거야 쉽지만 아저씨들만 가득한 사무실에 인퓨저가 있어야 나 혼자 먹을것이 빤하다. 안되겠다 싶어 다시백에 나눠 담아올 생각으로 주섬주섬 가방에 담고 있으니 탐내는 다른 차장님의 손길을 피해 군밤 한봉지도 책상에 놓였다. 덤으로 딸려온 레어 아이템이다. 점심때는 맛있는거 먹자던 부장님을 따라 나서려 했더니 상무..
자다 왠지 싸한 느낌에 후다닥 일어나보니 핸드폰이 안녕하새오 알람이애오 주인님 주무새오 내가 꺼질게오 라고 메시지를 띄웠다. 눈 온다고 많이 자라는 배려인가 하노라. 시외버스를 타러 동서울 터미널로 가는데 출발할 때는 잠잠했던 눈이 전철이 밖으로 나오자 펑펑 쏟아지기 시작하더라. 달리는 버스에서까지 열심히 눈구경. 그리고 내려 걷기 시작하는데 나는 분명 우산을 썼는데 왜 온 몸이 젖은걸까. 비처럼 마구 내리던 눈보라. 옷을 꽁꽁 여몄다. 겨울의 시작이 얼마 안된 것 같은데 껑충 뛰어 한 중간에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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