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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장을 보러 나서는 차장님이 먹고 싶은게 없는지 물으시길래,
아무 생각없이 '아마 없겠지만 수국차요' 라고 답했다.
한참 뒤에 박스들을 들고 돌아온 차장님이 (무려) 잎차가 들어있는 봉지를 두개 내민다.
과장님과 나란히 서서 살폈지만 티백은 없었단다.
패딩 입은 아저씨 둘이 차코너 앞에 서서 두리번 했을걸 생각하니 왠지 귀엽다.
인퓨저를 가져와야하나 어째야하나 난감하기도 하고, 인퓨저를 챙겨오는거야 쉽지만
아저씨들만 가득한 사무실에 인퓨저가 있어야 나 혼자 먹을것이 빤하다.
안되겠다 싶어 다시백에 나눠 담아올 생각으로 주섬주섬 가방에 담고 있으니
탐내는 다른 차장님의 손길을 피해 군밤 한봉지도 책상에 놓였다. 덤으로 딸려온 레어 아이템이다.
점심때는 맛있는거 먹자던 부장님을 따라 나서려 했더니 상무님이 때마침 외식을 시켜주신단다.
식당에 먼저 도착해 앉아있자니 생일인 줄 몰랐다며 선물 대신이라고 케이크를 들고 오신다.
서른이 넘어 한정식 다 차려진 식당에서 노래 듣고 초에 불 끄는게 부끄럽지만 감사하기 그지없다.
이러니 j씨가 애지중지 당한다고 놀려도 할 말이 없다.
퇴근 후 원래의 계획은 러블리 초코에서 딸기생크림을 홀케이크로 사서 집에 들어가
생일 축하를 하는 것이었는데, 저녁을 너무 신나게 과식한 덕분에 케이크 생각이 싹 없어졌다.
한조각만 사가자니 생일의 기분이 아니고,
홀케이크를 사자니 냉장고에 자리가 없어 낮에 먹었으니 가뿐하게 포기하고 마카롱집으로 향한다.
주섬 주섬 담다보니 여러개. 집으로 돌아가서는 커피를 내리고 차를 내려 달고 단 마카롱을 먹는다.
언젠가부터 축하 문자에 잊고 살던 가입 사이트들을 발견하는 날이 된 생일이 찬찬히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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