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운동을 할테다. 사람 좋게 생긴 트레이너는 친절하게 상담을 해줬고, 오늘 나가는 길에 들러 등록을 할까 한다. 돈과 시간을 쓰며 운동을 하는 날이 오게 될 줄 10년은 커녕 2년 전의 나도 몰랐겠지. 이래서 나이가 무섭다. 이천으로 출 퇴근할때는 걷는 거리가 은근히 있어 살짝만 돌아 걸으면 하루 만보도 거뜬했는데, 집에서 쉬는 요즘은 그저 잠만보 수준이라 몸이 삐그덕 거리는게 느껴져서 안되겠다 싶다. 세상은 참 좁고, SNS는 더 좁아 건너건너 얼굴과 이야기만 아는 사람들이 넘친다. 오늘 아침에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날 팔로잉한 사람의 포스팅에 긴가민가해 검색을 해보니 아 이 사람이 그 사람이구나 하고 깨달았고, 나의 검색 능력에 박수를 보내며 재밌어 하는 중이다. 이래서 잘 살아야한..
셔츠 첫 도전. 조각이 많은 건 만들기 귀찮아 옷도 민소매 원피스나 가오리 티셔츠만 만들었었는데, 원단 체험단으로 온 원단을 보고 뭘 만들까 하다가 에코백은 이미 많고, 백팩은 잘 안 들고 다니고, 파우치도 이미 가득 차있는 상태이니 봄맞이 셔츠나 만들어볼까 하고 책과 패턴을 꺼내 들었다. 차근차근 만들다보니 생각보다 어려운 건 없었고,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소품들보다 시간이 더 걸릴 뿐 할만은 하더라. 나름 포인트도 준다고 하늘색 원단으로 칼라와 소매도 덧대어주고. 뒤집었을때 보일 수 있게 앞 뒤를 신경쓰다보니 위아래가 틀려 한두번은 박아놓은 것들을 죄다 뜯기도 하고, 뒤에는 주름도 잡고. 딱 맞게 입으려면 M 사이즈를 만들어야 할테지만 린넨에 일러스트 패턴이니 캐쥬얼하게 입을 것 같아 넉넉하게 L 사이..
직각의 파우치나 에코백을 재단할때는 최대한 끝에 맞춰서 자르면 되니까 괜찮은데 곡선이 들어가거나 옷을 만드려고 재단을 할때는 크게는 손바닥만하게, 작게는 손바닥 반만하게 자잘한 조각천들이 나온다. 셔츠를 재단하고 난 다음이라 지쳐서 버리려다가 코스터나 만들어볼까 하고 사과 껍질처럼 이어져있는 천들을 들고 미싱 앞에 앉았다. 재봉은 간단해야 제 맛이고, 딱히 모양이 반듯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다림질도 하지 않고 시접을 꾹꾹 손톱으로 눌러 접어두고 밑지 위에 바로 얹어 상침으로만 고정을 끝낸다. 자수를 한다고 선세탁 해둔 베이지색 린넨 위에 올려놓았더니 본의 아니게 선세탁을 모두 마친 소품이 처음으로 완성. 집에는 선물받고 만들어둔 코스터가 이미 여러개지만 하나도 쓰지 않기 때문에(...) 선물용으로 휘휘 ..
조각이 많고 큰 건 손대지 않으려고 했는데. 만들다보니 나도 내가 참 별 걸 다 하는구나 - 싶달까. 언제나 그렇듯 차근차근 하다보면 어려운 건 별로 없다. 그저 귀찮고 번거로울 뿐. 앞판 단추를 놓는 부분의 시접을 남기지 않아 재단을 한번 더 했고, 소매와 칼라의 패턴 방향이 거꾸로라 그걸 다 뜯었었고, 몸판과 팔을 (심지어 오버록패턴으로) 박다 죄다 뜯어야했고 뭐 이 정도. 설명서가 있는 건 일단 시작해 차근차근 하다보면 어떻게든 되니까, 설명서가 없는 게 언제나 어렵지.
책과 빛으로 빼곡했던 북파크. 다음에는 이 곳에서 하루종일 있자며 밥을 먹으러 나섰다. 라페름에서는 쿠스쿠스 치킨 샐러드와 아보카도 샐러드를 먹었다. 곡류를 좋아하는 까닭인지 아보카드 샐러드보다는 병아리콩 샐러드가 내 입 맛에 더 맞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맛있는 음식들. 배부르게 먹고는 얼마 전 봤던 전시회가 기억나 한남동에 온 김에 디뮤지엄을 가보자며 찬찬히 걸어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한다 평일 낮인데도 젊은이들로 빼곡했던 Youth : 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전. 길게 늘어선 줄에 서있다가, 스페셜 티켓을 사면 바로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길래 냉큼 스태프를 따라 들어가 바로 스페셜 티켓을 사고 입장했다. 어둑 어둑한 지하에는 이런저런 레이아웃에 영상과 사진들이 있었고 사람들도 많아 열심히 사진..
전자책 파우치를 몇 번 들고 다녀보니 여우는 귀엽지만 살짝 넉넉한 그 틈이 자꾸 눈에 밟혀 새로 케이스를 만든다. 이번에는 다림질을 해서 꾹꾹 눌러야 겨우 들어갈 공간이 생길 정도로 딱 맞게. 얼마전에는 전자책을 읽는건 알지만... 이라며 선물로 종이책을 받았다. 전자책은 편리하고 깜깜할때도 읽을 수 있어 좋지만, 종이책이 여전히 더 좋으니 고맙습니다- 하고. 전자책은 패널이 약해 작은 눌림에도 파손이 쉬워 먼저번 파우치에도 박스를 오려 넣었는데, 드디어! 아크릴 판을 문구점에서 사왔다. 예전 아크릴 필통을 만들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열심히 칼질을 하고 똑-하니 동강을 내고, 날카로운 모서리는 사포가 없으니 네일 버퍼로 쓱싹쓱싹 둥글린다. 사이즈를 너무 딱 맞게 만들었더니 넣고 뺄때마다 아크릴판 주머니가 ..
2호의 백일 선물로 가져 갈 원피스를 만들고 나니 1호에게도 뭔가 만들어 주고 싶기도 하고, 때마침 코빌리안으로 활동하고 있는 코튼빌에서 귀요미 미키도 왔길래 백팩을 만들기로 했다. 백팩을 만들고 나니 파우치도 만들고 싶고, 그러다 보니 블루머도 만들고 싶고. 그러다보니 세트세트 세트. 원단의 그림 하나를 오려 지그재그로 와펜처럼 재봉해주면 안녕하고 인사하는 미키. 끈이 통과하는 이 아일렛에는 작은 비밀이 있는데, 단추구멍을 만들어 끈을 빼려고 했지만 뒤집고 나니 뒷쪽으로 가있어서 모두 뜯기는 힘들어 스트링 부분만 살짝 뜯어 아일렛을 박았다. 역시 뭐든 생각을 열심히 해야... 하지만 처음 만들어 본건데 뭐 어때. 매고나면 보이지 않을 뒷태도 귀여우니 찍어두고. 파우치도 만들어본다. 살짝 비침이 있는 원..
조카 2호의 다리는 정말 딱 한뼘이어서 귀엽고 귀엽도다. 백일 맞이 밥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는 크게 묵자면 딱 두식구의 모임인데도 정신이 하나도 없어, 역시 어른이 되는 것은 쉬운 것이 하나도 없구나 했다. 동생이 육아에 먼저 뛰어들어 내게 가장 좋은 건 어떻게 하면 저 힘든 형식적인 행사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 할 시간이 생겼다는 게 아닐까. 언제나 그렇듯이 직접 뛰어들어 내 눈앞에 닥치기 전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좀 더 남들과 꼭 같을 필요는 없다고 찬찬히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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