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가는 혹은 공유한 시간들로 묶여있지만 점점 느슨해 있는 관계들을 보면서 같은 속도로 걷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니고, 같은 시기에 취업을 할 때 까지는 비슷한 속도의 걸음이었는데 각자의 사정과 속도가 달라지면서 누군가는 저만큼 앞서 나가고 누군가는 쉬어가며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다른 길의 사람들이 보이고, 몇 없더라도 나와 속도가 맞는 사람들과 걷다 보면 거리가 생긴 예전 인연보다 지금의 인연이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속도와는 상관없는 사람도 간혹 있다. 그 속도에서 보이는 풍경 이외의 것들을 나누는 사이는 각자의 속도가 어떻든, 마주 보고 있지 않고 떨어져 있어도 마음을 나눌 수 있지만 자신의 풍경을 이야기하고 싶은게 사람의 습성이니 ..
감기가 또 왔다. 이쯤 되니 지긋지긋한 올겨울의 동반자. 3월인데 어째서 봄이 아닌가 하지만 이곳은 내내 겨울이다. 퇴근길 지하철에는 다들 하늘하늘한 봄옷인데 내 옷만 두툼하니 볼록 볼록하다. 어릴 적부터 멋 내기보다는 생존에 좀 더 치중하며 살았으니 부끄럽지는 않고, 지하철이 달리는 도중에만 덥다. 그래도 땀을 흘리는 게 낫지 덜덜 떨며 다녀봐야 감기만 길어질 뿐. 콧물이 주룩주룩 내리고, 휴지로는 코밑이 헐 테니 하루에 한 장씩 손수건을 쓴다. 나의 이 로하스 한 콧물 닦기에도 불구하고 코밑에 뾰루지가 나서 마냥 아프고 아프지만, 오자마자 병원에 들른 덕분에 먼젓번보다 짧게 지나갈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 와중에 코감기 약을 먹자면 입이 마른다. 덕분에 하루에 마시는 물만 2리터가 넘지만 물을 마시고..
김크림은 화를 내거나 혼을 내면 혼비백산하면서 도망가지만 몇 시간 뒤에 다시 그 행동을 하는 타입이고, 김치즈는 얼마나 더 하면 자신에게 크게 화를 낼지 눈치를 살살보며 계속 하지만, 크게 화를 내고 나면 왠만하면 다시 하지 않는 타입. 그런 김치즈가 나는 너의 곁에 있고 싶어서 이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라는 표정을 하고 등받이 상판을 살살 긁어대는 바람에 쫓아내기도 힘들고 해서 그냥 덮어버리는 걸로 결정했다. 누빔천이 두툼해서 좋긴 할텐데, 뒷쪽까지 넘기려면 축 늘어지는 원단이 나을 것 같아 카페 공구 특가로 나온 16수 자가드 원단으로 묵직하게. 포인트로 데일리 라이크 린넨 원단도 넣었다. 자가드 16수 3마, 데일리라이크 1마 해서 총 4마. 미끄럼방지 따로 댈 필요없이 천 자체의 무게와 엠보싱..
우 5호, 좌 6호. 5호는 안쪽 촉감이 부들부들하니 착용감이 좋지만 먼지가 엄청 나와 까만 콧물이 나왔고, 6호는 재질이 특이해서 얽혀있는 부직포들이 수시로 떨어져서 열심히 빨아야 할 듯. 그렇지만 이걸로 재단해 둔 니트들 모두 완성. 다행스럽게 아직 입을만한 날씨다. 재단도 아직 못한 내 겨울 자켓은 여름에 만들고 돌아올 겨울에 입는걸로. 사진만으로 느낄 수 있다. 얼마나 사진을 찍기 귀찮았는지 (...) 6호는 미묘하게 늘어나는 재질이라 본의 아니게 목이 많이 파여버렸다. 게다가 원단도 살짝 비쳐서 뭐랄까 옷이 야하달까. 그냥 섹시한걸로. 토요일 퇴근 후 밤부터 일요일까지 내내 미싱만 돌렸더니 몸이 피곤했나 감기가... 일도 많아 내내 야근이고, 주말에도 출근이라 한동안 재봉은 휴업 예정.
에코백이라는 단어를 계속 쓰고 있지만 그냥 보조 가방일 뿐. 같이 프로젝트 중인 여자 과장님이 내 덕분에 미싱을 지르시고, 내 덕분에 원단을 쟁이셨다. 본의아니게 과소비를 하게 해드려 지름신을 부추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름신 - 이라는 호칭을 얻었는데 그 와중에서도 많이 산 것들은 한마씩 잘라다 주시더니 얼마전에 무려 데일리 라이크를 4종류나. 그래서 은혜를 갚자며 아가들 보조가방을 만들었다. 아들이 둘이니 가방도 둘. 남자 유치원생과 남자 초등학생이라니 대체 어떤 천을 좋아할까 싶고, 내가 가진 천은 다 샤랄라 혹은 심플해서 남자 어린이가 들고 싶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파란천으로 겉감을 통일했다. 그리고 안감을 찾다보니까 없어. 나중에 애를 낳아서 뭐라도 만들어 주려면 딸을 낳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
남에게 선을 행하라는 말을 아침 QT에 보고 꽝하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으로 그러겠노라 다짐했지만, 출근하자마자 휘몰아치는 것들에 또 갈 곳을 잃은 나의 선이 하릴없이 맴돈다. 불만이야 늘어놓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늘어놓아 봐야 무엇하겠나. 마음을 가다듬고 소스나 열심히 뜯어보는 수밖에. 오늘의 고비가 이주의 고비가 되고, 이달의 고비가 되었지만 그래도 하릴없이 맴도는 그놈의 선을 붙잡고 끌어다 단단히 잡고 있어봐야겠다. 그런 의미로 내일은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해보자. 사랑은 네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것보다 앞에 두는 것이라고 올라프가 말했단다. 내가 오랫동안 열심히 장황하게 늘어놓았던 말이 바로 그거였다. 저렇게 한 문장이면 될 것을.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먼저인 것, 내가 원하는 것이 ..
여름이 오기전에 규호 언니도 오시고, 소라 언니도 오시고, 승환옹도 오시니 5-6월 여행길에는 귀가 풍성하겠다. 많이 걷고, 많이 보면서, 많이 들어야지. 많이 만지고, 많이 읽고, 많이 만드는 것은 덧붙여보는 희망사항. 뷰민라에 가고 싶다. 특히 2주차. 술탄의 춤사위에 같이 묻히고 싶고, 윤아 누님도 또 뵙고 싶다. 하지만 다른 할 것들이 많이 기다리니까 꾹 참고 그민페를 가는걸로 다시 한번 다짐. 이랬는데 규호언니 나오신다 하면 쪼오금 흔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올 겨울은 더운 나라 타령을 덜 하고 지나갔네. 갈 수 없다는게 확정되고 나면 하고 싶다는 말버릇조차 숨어버린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집고 나와야할텐데 - 라고 생각하기엔 나이가 먹었다. 나이에 대해서 이야기 ..
규호 언니 신보 티저. 새 앨범이라니 그 전설의 아이템이 정말 현실에 존재 했다 소식을 들은 기분이다. 물론 나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앨범이지만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다. 심지어 ICU 뮤비 스크랩해오던 작년 7월에 쓴 글에는 규호언니의 2집에 대해 '부질없는 바램'이라는 표현까지 썼었다. 그런데 새 앨범이라니. 올해 무슨 큰일이 생기려고 하는걸까 - 라고 쓰고 생각해보니 이 앨범이 큰 일이겠구나. 아 좋은데 기분이 이상해. 제작년 그민페 때 규호 언니를 당연히 보겠다고 올림픽 공원에 도착해놓고는, 무대가 시작되기 전에 몽니 사이에서 괜한 고민을 하다가 막상 언니를 보니 감격에 겨워했던 단계를 다시 밟고 있는 기분이다. 소라 언니 앨범 소식도 있고, 승환옹 앨범 소식도 있어서 안 그래도 설레이..
오늘의 플레이 리스트는 The Royal Concept. 신곡들 목록에 넣어서 돌리다 d-d-dance듣고 다른 것 다 빼버리고 아예 전 곡을 넣었다. 전 곡 이래봐야 몇 곡 안되지만 - 일이 적정선 이상으로 많을 때는 늘어지거나 차분해지는 음악은 피하는 편이라 요즘의 스케쥴에 매우 적합하다. 예전 그룹 이름이 Concept Store였다가 로열 컨셉으로 바꿨다는데 전 이름이 더 귀엽다고 잠깐 생각했다. 그나저나 스웨덴 그룹이라서 미국서 요새 프로모션을 열심히 하고는 있다지만 우리나라에선 영 생소한 밴드고, 덕분에 잠깐의 검색 결과 한글로 된 텍스트는 별로 없어서 본의 아니게 영어 공부하게 생겼다. 오피셜 비디오도 마음에 들지만, 보컬이 귀여우니 라이브로. D-D-Dance. 요게 제일 유명한 노래인 O..
몇 년만에 만나는 집에 올 손님에게 들려보내려고 전날 밤에 재단하고 당일 아침에 재봉한 에코백. 2온스 접착솜을 대어서 두껍지 않지만 나풀거리지 않고 톡톡하게 만들었다. 네스홈에서 구입한 랜덤 컷트지에 들어있던 원단들인데, 받을 때는 이건 대체 어디에 써야하나 매우 고민했지만 이렇게 만들고 나니까 괜찮아 보인다. 요건 뒷면인가. 반대쪽 면. 4개 있던 컷트지 모두 써버렸다. 뭔가 만드려고 원단 서랍 앞에 서면 원단은 많은데, 내가 쓸 원단은 없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마치 계절이 지난 후에 열어보는 옷장과도 같은 기분과 현상. 요건 안쪽면. 단조롭고 튀지 않는 무늬의 원단으로 넣었다. 원하면 뒤집어서 사용해도 되는 양면 에코백. 지퍼를 넣지 않으면 양면도, 만들기도 쉽다. 웨이빙은 코튼빌에서 구입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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