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받은 옷들과 물건들을 정리하고, 선물받고 새로 만들고 사둔 것들을 세탁한다. 긴머리만 없는 라푼젤처럼 집 밖으로 못 나가는 요즘이라 천천히 가만가만 움직이고 있다. 아, 수술 날짜도 잡았다. 언제가 좋냐길래 아무때나 괜찮다며, 세상에 나오면 자기 맘대로 못 살텐데 안에서라도 자기 맘대로 있어야죠- 했더니 쌤이 엄만 나와도 맘대로 살게 해주실거 같은데요- 라면서 웃더라. D-28. 맞다 나 이런것도 만들었었찌. 이름이 #슈키 인 쿠키 라던데 난 맨날 화산송이나 감자로 부름(...) 이건 사진도 안찍고 선물로 보냈던지라 남은 사진이 없구먼. 유아용 세제를 리필만 샀다길래 신이 나서 그만... 원래 있던 세제들도 소분통에 죄다 옮기고 라벨링까지 끝냈다. 아이고 신나. 표정이 특히 귀여운 온습도계 오늘
열이 훅훅 오르는 약을 맞고 있는데 다행히 창문 옆 침대를 받았다. 집에선 추워서 꽁꽁 닫고 지냈는데 한밤 중이 아니면 계속 열어두는 중. 미세먼지가 적어서 어찌나 다행인지ㅠㅠ 아래,위층엔 세탁실과 조리실이 있는지 어느 시간엔 건조기 냄새가, 어느 시간엔 반찬 냄새가 들어온다. 건조기 냄새를 맡으면서는 병원오기 바로 전에 새로 갈았던 집 이불 냄새를 생각하며 잘했다 생각했고(물론 엄마와 친구들 모두 집안일 좀 그만하라고 한소리 했지만, 집이 더러울수도 있지 않냐는 말에 난 그럴수 없다며 징징 거렸지만...) 나도 없는데 환기를 했다는 백곰님 얘기엔 왠지 모를 뿌듯함이... 퇴원을 해도 아마 내내 누워 지내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집에 가서 치즈도 보고싶고 좀 푹신한 침대에 눕고 싶고나. 집에 보내주세여 ..
어이쿠, 봄. 지난 밤 뒷산까지 넘실거리는 불에 차로 피신한 시댁은 아침이 되서야 집에 들어가셨다고 한다. 31주 정기검진에도 꼿꼿하게 서 있는 이글은 앞뒤짱구라서 잘 돌아줄지 모르겠다고 하고, 덕분에 배가 위로 자라서 눕기만하면 숨이 차서 헐떡거린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별 일 없이 봄-봄봄. 31주가 넘도록 몸무게가 4키로밖에 늘지 않아 모두들 놀랐는데 방심할게 아니었다. 일주일 사이에 3키로 가까이 늘어남. 몸이 무거운 느낌이 느낌만이 아니었던게지. 그렇지만 먹고싶은건 먹어야지 하며 요가를 마치고 예정에도 없는 마카롱 사러왔다가 꽃구경도 덤. 그나저나 위나잇 소극장 공연이 떴는데 36주의 나는 거길 갈 수 있을 것인가 (그 전에 표나 구할 수 있을것인가) 36주라고 숫자로 쓰니 안 가는게..
반짝반짝 자주 내가 임산부인걸 까먹는다. 내가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 보다 빠르지 못하고 튼튼하지 못하니 항상 몸이 고생. 어젠 하루종일 앓다가 오늘 수액에 주사도 맞고 오니 훨-씬 나아져서 살 것 같음. 언니가 앓아 누우면 치즈만 계타서 하루종일 주위를 떠날 줄 모른다. 이것이 바로 기승전김치즈. 다들 척척 몸을 접는데 내 몸만 안 접힌다. 못하니까 그나마 쌤이 지적이라도 해주십사 더 앞에 자리 잡는데 눈 마주칠 때 마다 나 혼자 웃겨 죽음. 피티때도 그랬지만 내 몸이 내 맘대로 안 움직이는건 어쩔 수 없는가보오. 그 와중에 일하느라 라디오 느낌으로 넷플에 올라 온 가벼운 한국 드라마를 틀어두었는데 여주 민폐가 너무... 알함브라도 현빈 씅내는거보고 2화부터 못보고 있는데 연애하려면 다들 예의고뭐고 제멋..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누군가 이 시간, 눈 빠알갛게 나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꾸만 나를 흔들어 깨운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눈 부비고 일어나 차분히 옷 챙겨입고 나도 잠깐, 어제의 그대에게 멀리 다니러 간다는 생각이 든다 다녀올 동안의 설렘으로 잠 못 이루고 소식을 가져올 나를 위해 돌을 괸 채 뭉툭한 내가 나를 한없이 기다려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순간, 비 쏟아지는 소리 깜박 잠이 들 때면 밤은 더 어둡고 깊어져 당신이 그제야 무른 나를 순순히 놓아줬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도 지극한 잠 속에 고여 자박자박 숨어든다는 생각이 든다 그대에게 다니러 간 내가 사뭇 간소하게 한 소식을 들고 와 눈 씻고 가만히 몸을 누이는 이 어두워 환한 밤에는 고영민 / 꽃눈이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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