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해 온 프로젝트들이 빼곡히 들어 찬 이력서를 정리하다보니 열심히 살았구나 싶다. 일정은 좀 꼬였지만 그래도 곧 이천은 끝이 날테고, 다음 프로젝트는 기약이 없지만 '그래도' 또 일은 생기겠지. 타고난 일복 덕분인지 일만큼은 끊이질 않아 사실 그 부분에는 걱정이 없다. 이 '일 복'에 관해서는 복은 복이지만 많은게 절대 좋은 것은 아닌게, 결혼하고 6년이 다되도록 둘 다 프리랜서인데도 전혀 프리하지 않아 같이 쉰 날이 거의 없다. 놀면 수입이 제로니 맘 편히 놀지도 못하고 어영부영하다 다시 프로젝트를 구하기를 매번 반복 하는 와중에 남들 다 있는 여름 휴가 마저 없는 경우가 많아 같이 어딘가 놀러가서 좀 쉬고 싶다. 같이 갔던 '여행'은 제작년인가 뱃부 다녀온게 끝인 것 같은데, 혼자 다니는것도 좋..
내가 싫어하는 것들 중에는 닥치면 생각해 보자는 불확실한 예정과 타의에 의한 계획 변경이 있는데 그 두 가지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아, 아무리 봐도 속이 빤히 보이는데 대놓고 말은 못하고 끝까지 자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구는 상대방도 있으니 세 가지 일지도. 사적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그만두거나 조정을 해서 빠른 시간(시일X) 안에 해결하고는 하는데, 일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내 손을 떠나고도 피드백이 없는 시간이 너무 길다. 덕분에 고양이 목에 방울기를 서로에게 떠밀고 있는 꼴을 보고 있는 j씨와는 서로에게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 따위 일 그만 둬도 된다 - 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자기 일은 그만두지도 못하고 끙끙 앓는다. 이 무더운 현실 같으니라고. 그 와중에 오늘 아침엔 자신의 잘..
새벽 공기가 더는 뜨겁지 않고, 버스는 여전히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고 있어 점심 시간과 퇴근 시간을 빼고는 더운 줄을 모른다. 가방이 무거워지는 게 싫어서 여름 내내 버티고 버티다 큰 감기의 조짐이 있어 살짝 두툼한 숄을 가방에 넣었다. 가디건을 입고 분홍과 초록색의 숄을 패셔니스타 미라처럼 둘둘 말고 통근 버스에서 잠이 들기를 며칠, 이제는 사무실도 춥다고 흔들 의자에 뜨개질 옵션이라도 따라올 듯 내내 어깨에 숄을 두른다. 덥지만 추워 추위가 다시 오길 바라야 하는 건지, 계속 덥길 바라는건지 잘 모르겠다. 한동안 쉬었던 운동을 다시 해야하는 필요를 온 몸으로 느낀다. 언제나 할 일은 많고, 할 맘도 많지만 의지가 없지, 의지가. 한동안 SNS와 메신저가 뜸했다. 별다른 마음의 일이나 육신의 일이 ..
해가 뜨거워 이동 동선을 최대한 줄이려고 식당 근처에 카페를 찾았지만 만석이라 역 쪽으로 나가는 중에 우연히 만난 카페. 홈즈라니, 카페 이름에 두근 거린다. 조용한 분위기에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를 나눠야 했지만 마구 떠들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일행도 아니었고, 책도 몇 권 꺼내 훑어볼 수 있어 좋았다. 추리 소설들로 가득한 (가지고 있는 책도 있었고, 보려고 마음만 먹었던 책들도 많은) 책장을 보며 평일 휴일이 생기면 혼자 와서 하루 종일 책만 읽고 가야지 다짐했다.
이것저것, 요즘 먹었던 것들. 날이 너무 더워 집에서는 왠만하면 불 쓰는걸 피하고 있... 흑흑. 동네에 나름 적당한 가격의 닭도리탕집이 생겼다. 닭 반마리에 파전 세트가 있는데, 둘이가서 시켰다가 파전만 열심히 먹고 닭은 몇 조각 먹지도 못하고 포장해왔다. 아무래도 둘은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연휴에 ck를 불러다 다시 도전해보니 역시 셋이 먹어야 배부르게 먹는 양. 먹고 싶은 건 많지만 남들보다 위가 금새 차오르는 우리라서 ck가 종종 소환되고는 한다. 혼자 먹는 저녁. 시장을 한 바퀴 돌아 집에 오려는데 끝 쪽의 과일 가게에서 청포도가 2키로에 삼천원이라길래 냉큼 사들고 들어왔다. 시장 떨이는 이유가 있는 법이라 그냥 두면 안 될것 같아 베이킹 소다를 물에 풀어 담그고 흐르는 물에 씻으면서 알알이 떼..
내 밥은 줄 서서 안 먹으면서 집에 있는 남편 사다주겠다며 빵집 줄을 선다. 여기 크로와상을 먹은 뒤로 체인점 빵 집의 크로와상을 가리키며 저건 가짜라고 농을 던지고는 했으니 휴일에 추가로 나오는 메뉴를 사다주어도 좋을 것 같았다. 우리는 가끔 그렇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말 복숭아를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한 철 꼬박꼬박 사들고 들어오는 j씨가 그렇고, 기름진 건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국거리 고기는 좀 더 기름이 붙은 부위를 잘라달라고 챙겨 말하는 내가 그렇다. 참 별거 아니라 그냥 지나가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그렇구나- 하게 되는 그런 날들을 보낸다. 덕분에 저녁은 팬에 살짝 데운 크로와상들과 크림스프. 올크팩은 언제 먹어도 만세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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