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돌아와 다음날 여행 간다고 급하게 원단 서랍을 뒤져서 제일 마음에 들어하며 아껴두었던 데일리라이크 네츄럴 원단을 꺼내들고 재단을 시작해 마무리하고 잠들었던 에코백. 벌써 한달이 넘게 들고 다녀서 꼬질꼬질하지만 아직 포스팅을 하지 않을 것 같으니 남겨두어야지. 연필로 그린듯한 패턴들이 무채색이어서 화려하지 않지만 밋밋하지도 않아서 보자마자 '어머 이건 사야해'라면서 구입한 원단이다. 데일리라이크는 내가 좋아하는 원단은 비싸게 파는게 특기 (...) 끈도 웨이빙 따로 안 쓰고 원단 서걱서걱 오려 만들었고, 맞춤 인조가죽 라벨도 박아두고. 아무리 기본 에코백이어도 지퍼가 없으면 다 쏟아내고 다니니까 당연히 지퍼도 달았다. 알록달록한 곰돌이를 지퍼에 달고, 안감은 예전부터 많이 썼지만 아직도 많이 남은..
손에 뭐 들고 다니는건 어-엄청 싫어하면서, 그래도 올해 유행이라니 한번 만들어 본 클러치백 두가지. 올 봄 원단 창고에서 사온 릴리블레이크 병정 원단 + 인조가죽과 코튼빌 회색 패턴 원단. 인조가죽이나 잘 미끄러지는 재질은 특히 시침질(핀이든 실이든 집게든)이 중요한데 그 중요한걸 귀찮아서 잘 못하는 나니까 가죽이 삐뚤빼둘 자리잡았다. 하지만 귀찮아요. 끙끙. 사이즈는 요 정도로, A4용지가 들어가기엔 모자라고 책 한권과 중지갑, 핸드폰 정도는 한번에 넣을 수 있다. 안감은 요새 이걸로만 쓰는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일단 제일 무난해서. 인조가죽을 더댓건 그냥 원단만, 회색 패턴은 너무 흐물거리지 않게 4온스 접착솜을 덧대고 직선 박음질을 해두었다. 분홍병정은 마음에 들어서 아주 가끔 들고 다니지만 역시..
오랜만의 출근에 버스에서는 기분이 묘했지만, 내리는 순간 마치 어제도 출근 했던 것 마냥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신비로운 곳 일세. j씨와는 연말까지 함께 출근한다. 24시간을 붙어 지낸다는 이야기에 누구는 부러워하고 누구는 걱정했지만 일단 하루를 지내본 결과, 업무시간에는 서로를 별로 신경쓰지 않아서 괜찮은 것도 같고 아직 내가 첫날이라 일을 별로 안해서 그런거 같기도 하고. 할 일을 다이어리에 적어 내려간다. 항목당 하나씩 붙여놓은 네모 박스들이 조로록 귀엽다. 치과 치료를 마치고 입 안의 아말감이 모두 금으로 바뀐 덕분에 입 안이 반짝반짝 럭셔리해졌다. 열흘 이상의 여유를 가지고 시작했던 알바는 결국 7월 마지막 날까지 충성을 다해야했고, 그래도 주말까지 3일은 집에서만 열심히 놀았다. 2주 동안 ..
하루 묵었던 민숙 앞의 애교 만점 고양이. 식당과 민숙이 마주보고 같이 하는 곳이라 식당 쪽문 앞에 고양이들이 종종 기다리고 있었다. 반경 1km 안쪽의 작은 마을은 한적하고 아기자기 했다. 빵집도 들르고, 경찰서도 보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교복입은 아이들도 보고, 작은 신사도 들렀다. 전혀 바쁜 것 없이 걸어다니다 숙소에서 쉬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 걸어다니던 1박 2일. 다음 번엔 렌트카로 히타카츠 인 - 이즈하라 아웃으로 미우다 해수욕장과 와타즈미 신사도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카메라가 2대여서 어깨는 아팠지만 김디피를 들고 가길 잘했다고 생각한 마음에 드는 사진. 이런 골목길들 사이 사이를 걷던 유월의 어느날. /// NEX-5N, SEL16F28 + SIGMA DP2
이른 아침의 해운대. 해가 뜨거워 지기 전에 간 덕분에 주말인데도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바다를 걸었다. 긴 치마 걷어 쥐고 바다에 발도 담그고, 모래 사장에 앉아 멍하니 바라만 보기도 했다. 고래가 그려진 벽화가 언제 어디서든 좋아. 용궁사 옆에 있는 해양 수산 과학원 가는 길의 벽화. 해양 수산 과학원에는 수족관도 있고, 400m만 걸어가면 된다고 해서 출발했는데 아무리 걸어도 도착하지 않아서 지도상에서 직선거리가 400미터인거라고 입을 모았다. 도착했지만 수족관은 모르겠고, 그늘에 앉아서 바다를 내다 보면서 파도 소리를 듣기에는 좋은 곳. 해양 수상 과학원 다녀오느라 지쳐서 용궁사 안쪽까지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충분히 멋있었던 용궁사. 용궁사는 버스에서 내려서 걷는 길도 오르막길에 멀고, 용궁사로 ..
눈꽃씨의 당일 소환에 j씨와 저녁을 먹으려고 한다 - 고 답했다가, 공연이라는 말에 바로 j씨에게 오늘 저녁은 같이 못 먹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남편과의 저녁은 내일도 모레도 먹을 수 있는 걸 (...) 오전 병원진료와 점심 약속을 마치고 저녁 공연을 위해 이대로 향하는데 옷만 3번을 갈아입고 지하철도 잘 못탔던 이상한 날. 그래도 어찌어찌 무사히 도착. 티켓을 수령하고 포토존에서 사람 없이 사진을 남기고, 저녁 식사를 하고 콘서트 장으로 들어갔다. 예전에 그민페 공연에서 보고나서 적었던 것 중에 음원이나 CD로 들을때보다 공연에서의 감동이 훨씬 큰 오빠들이라고 했던게 있던데 몇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정답인 듯. 켜켜이 쌓아올리는 공연 제목과 같은 화음들이 들어차고 나는 또 넋놓고 보고 있더라.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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