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막내랑 새해 맞이 부산 여행. 어딜 갈까 계속 이야기만 하다가 연말에서야 숙소와 기차표를 예약했다. 우연찮게 쉬는 날이 맞았으니 바닷바람 쐬러. 근처 숙소에 체크인을 해두고 동백섬을 먼저 들렀지만 첫주의 월요일엔 누리마루 APEC 하우스가 문을 열지 않아 내일 아침에 다시 오기로 하고 해운대에서 시간을 보낸다. 엄마 사진도 잔뜩 찍어주고, 막내 사진도 찍고, 엄마는 신이 나는지 자꾸 셋이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았다. 택시를 타고 광안리로.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여름이 아니라 물놀이를 할 수 없으니 시간이 빠르게 가진 않는다. 지친 다리도 쉴 겸 해가 지는 걸 보며 2층 횟집에서 회를 먹었다. 다시 해운대로 돌아와서 옵스를 들러 빛축제가 한창인 길을 지나 숙소로 돌아간..
우메다에 도착하니 그새 밤이 되었다. 햅파이브 관람차를 타고 올라가 시내 야경 구경을 한다. 고소공포증에도 굳이 관람차를 탄 헌이와 나는 미라가 움직일때마다 가만히 있으라고 호통을 치고. 그래도 햅파이브는 관람차가 작은 편이라 꼭대기로 올라갈때만 무섭고 내려올땐 그럭저럭 괜찮달까. 공중정원 전망대로 옮겨 지하에 키지로 들어간다. 7시 전에 도착했더니 짧은 웨이팅 후에 입장할 수 있었다. 추천해주시는 메뉴 두개와 생맥주를 먹고 나서 살짝 아쉬워 추가 주문을 하려니 웨이팅이 길어 추가 주문은 안받으신다고. 덕분에 욕심내지 않고 적당히 먹었다. 잘 먹었으니 이제 올라가볼까. (파노라마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임다) 야경을 잔뜩 보고 돌아왔다. 긴 하루도 끝, 다음날이면 돌아가야 한다니, 여행은 첫날부터 하루가..
같이 간 일행들은 일본이 처음이라 제일 기본 코스로 후시미이나리와 청수사만 들르기로 했다. 욕심을 내자면 다른 곳도 들를 수 있겠지만, 저녁에 우메다로 넘어가 야경을 보기로 했으니 여유롭게 움직여야지. 교토도 역시 걷고 또 걷는 코스라 무리는 금물. 전철역을 나와 후시미이나리 입구로 들어가는 길목의 작은 카페. 신문을 보는 동네 할아버지와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 듯한 동네 아주머니로 채워진 두 테이블 옆 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는 구글 사진 번역으로 고른다. 어제는 커피를 먹었으니 오늘은 아이스 티 라떼. 교토는 오사카보다 더 '귀엽고 쓸모없고 비싼'것들이 많다. 가지고 싶은 마음과 집에 진열해봐야 고양이 털이 쌓일 것이라는 미래가 투닥거리는 진열대 앞. 여우신사인 후시미이나리타이샤는 빨간 도리이..
오사카에 너댓번 왔는데도 처음 가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 평일 아침인데도 사람이 많다. 주말은 어마무시하겠지. 할로윈 시즌이라 곳곳에 할로윈 복장을 한 사람들이 가득하다. 시월인데도 더워서 금새 벗어던진 토끼 후드 가디건은 금새 가방으로 들어갔지만 입장부터 신난 뒷모습. 입장권이 요란하다. 미라와 나는 직업병을 십분 발휘하여 디자인의 레이아웃과 모양새를 평가했다. 익스프레스권을 끊지 않은 사람들은 새벽부터 줄을 서서 오픈시간이면 해리포터와 다이너소어로 달려간다지만 그럴 체력도 의지도 없는 우리들은 익스프레스를 끊었으니 한껏 여유를 부리며 입장했다. 뱅글뱅글 뱅글. 네, 여기가 바로 그 곳입니다. 아직은 오전이라 여유로운 풍경. 바닷가라 아침 저녁으로는 추울까 했는데 헛 된 걱정이었..
안녕, 오랜만이야. 라피트 타고 난바로 가는 길. 숙소가 있던 구로몬 시장과 가야지 가야지 했지만 결국 못 간 숙소 근처의 오래 된 카페. 지나갈 때 마다 커피향이 참 좋았다. 구로몬 시장 근처의 천지인의 라멘과 부타동. 일본 도착해 첫 끼니였는데 다들 잘 먹어주었다. 물론 짰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반숙 계란이 네조각이나 나왔는데 둘은 먹지 않아서 혼자 두조각 먹고 두조각은 남기고 온 게 조금 아깝고. 여전한 난바의 골목들. 항상 그 곳에 있던 것들과 새로운 것들이 함께한다. 그러고보니 다녀간지도 벌써 2년 반이 지났구나. 호젠지요코초 가는 길에 들른 카페 아라비야 커피에선 카푸치노와 아이스 커피와 아이스 라떼. 오래 된 가게의 오래 된 바에 앉아 주인 아저씨가 내어주는 커피를 마신다. 친절한 직원..
북부에서 공항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해야한다. 공항에 들러 ck를 내려주고 배웅해 돌아오니 한국에 도착했다며 비행기 안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마지막 날 숙소는 하얏트 리젠시 나하. 국제거리 안에서는 차가 더 번거로울 것 같아 숙소에 체크인 전 캐리어를 맡겨두고 렌트카를 반납하고 돌아와 체크인을 했다. 날이 너무 좋아 이미 뜨거웠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숙소에서 낮을 보내기로 한다. 아직은 물에 들어가긴 추운 날씨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어 전세 낸것 처럼 놀 수 있던 야외 수영장. 수영을 한참 배우는 중이었던 켄은 물살을 갈랐고, 수영의 물 水자만 아는 나는 발장구만 치고 논다. 해가 가려지면 추웠다가, 다시 해가 나오면 뜨겁고 해서 한참 놀다가는 바로 옆의 자쿠지에 뜨끈하게..
우리의 최종 북부 목적지까지 다 올라왔다. 섬은 여기서 끝이 아니고 더 올라갈 수야 있지만 우리의 꼭대기. 비세자키에 주차를 하고 내리니 근처에서 미동도 없이 낮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 안녕. 골목길 한 곳에 있는 집은 대문 앞의 길 귀퉁이부터 골목의 꽃들까지 공들여 매만져놓은 듯 했다. 역시나 집을 지키고 있는 시샤와 함께 아기자기한 노란색의 벽, 길 한쪽에 가지런히 놓여져있는 고동 껍질들. 파랗고 푸른 길을 걷는다. 나무들이 늘어선 길의 끝에는 바다가 있다고 했다. 해가 뜨겁게 비쳐도 시원한 숲 한가운데서 땀도 잠깐 식히고, 지나가는 자전거가 있으면 먼저 보내주면서 천천히 걷다보면 숲 내음과 바다 내음이 섞여 이제 곧이구나 생각이 들때 쯤 바다가 보인다. 해가 지기 직전의 비세자키 해변. 하루의 마무..
셋째날은 북부를 움직인다. 이제 일정도 반이 지났다. 일찍 움직여 잔파곶을 보고 푸른동굴 스노클링을 하고는 만좌모를 찍고 위쪽까지 올라가려던 일정이었는데 ck가 허리가 안 좋기도 하고 우린 게으른걸 좋아하니 겸사겸사 아침 잠을 좀 더 자는걸로 하고 스노클링은 취소했다. 난 보라카이에서 해봤고 켄은 괌 여행계획이 또 있었기 때문에 ck가 제일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지. 덕분에 늦으막-하니 나와 잔파곶. 날은 여전히 흐리고, 풍광은 살짝 제주도 같지만 멋있다. 파도가 치는 바다를 보면서 등대 옆 쪽으로 올라가자면 너른 들판이 펼쳐져있는데 잔디나 일반 풀은 아니고 키가 낮고 단단해서 바람에 강하게 생긴 식물들. 어딜가나 그곳에 알맞게 자라는 것들이 곳곳에 있다. 키를 키우지 않아도 괜찮다며 안녕이 더 우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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