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때는 진에어, 올때는 제주항공을 탔는데 진에어가 비행기도 크고 덕분에 자리도 넓었다. 기내식은 차가운 주먹밥이었지만 그래도 챙겨주는게 어디야. 탈나지 않게 꼭꼭 씹어먹고 공항에서 샀던 간식도 조금 먹고, 책도 읽고 잠깐 자면서 날아간다. 패딩은 공항에 맡기고 와서 훨씬 수월하다. 가볍게 입은 옷과 곳곳에 보이는 태국어들이 여름나라에 잘 왔다 인사해주는 것 같다. 숙소에 있는 수영장은 결국 한번도 못들어 갔다 나왔지만 확실히 지인이 있어 숙박 걱정을 덜고 나니 돌아다니면서도 내내 다음에 와서 하지- 라는 이상한 여유가 생겨서 여행 같지 않게 널널하게 다닌 듯. 집 근처에 있던 카페. 귀여운 책이 많았는데 영어만 됐어도 살걸 태국어라 포기했다. 돌아와서도 종종 생각나던 말차프라페. 내내 우리의 발이었던 우..
아가미가 필요했던 토요일 오후. 서울은 둥그런 어항 같아서 물 속에 있는 듯 축축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고, 덕분에 바다로 둘러싸여있는 여름 섬의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별 거 아닌 것들을 섞어 애정과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커다란 접시에 한가득 나온 고기와 감자튀김을 먹었다. 꽤 많이 쌓인 우리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알록달록 시원한 음료수를 마셨다. 컵에는 금새 물방울이 맺혀 주르륵 흘렀다.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며, '앞 일을 한치 앞도 모르지만' 이라고 각자의 미래 소개를 하고는 조금 웃었다. 어항 속 물고기처럼 유영하듯 가만히 앉아 시간의 흐름을 보내던 여름 날.
책과 빛으로 빼곡했던 북파크. 다음에는 이 곳에서 하루종일 있자며 밥을 먹으러 나섰다. 라페름에서는 쿠스쿠스 치킨 샐러드와 아보카도 샐러드를 먹었다. 곡류를 좋아하는 까닭인지 아보카드 샐러드보다는 병아리콩 샐러드가 내 입 맛에 더 맞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맛있는 음식들. 배부르게 먹고는 얼마 전 봤던 전시회가 기억나 한남동에 온 김에 디뮤지엄을 가보자며 찬찬히 걸어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한다 평일 낮인데도 젊은이들로 빼곡했던 Youth : 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전. 길게 늘어선 줄에 서있다가, 스페셜 티켓을 사면 바로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길래 냉큼 스태프를 따라 들어가 바로 스페셜 티켓을 사고 입장했다. 어둑 어둑한 지하에는 이런저런 레이아웃에 영상과 사진들이 있었고 사람들도 많아 열심히 사진..
급 결정 된 제주 행이라 출발하기 삼일 전에 나나 언니에게 밤 약속이 있는지 물었더랬다. 부산에서 엄마와 막내를 기차에 태워 올려보내고 바로 김해 공항으로 이동해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향했다. 언니 출근 길에 같이 길을 나서면서, 언니가 곧 이사라 이제 다시 만날 일 없을 것 같은 파란 대문에게 안녕 하고 인사를 하고는 짧은 제주 여행 시작. 언니 회사가 바로 함덕 근처라 아침 먹고 가라며 내려 준 해장국집에서 든든히 속을 채우고 바다도 보고 출발하려고 잠깐 들렀다. 물이 빠져서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했지만 여전히 파랗고 예쁜 함덕.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하고 물을 들여다보다 걸음을 옮긴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그저 동백. 전 날까지 카멜리아힐과 위미리 동백 군락지 사이에서 고민하다 위미리로 마음을 정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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