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강원도는 새로 개통한 양양 고속도로에 힘 입어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모였다고 한다. 밀리고 또 밀리는 그 도로 위 주차장에 바로 내가 있었다. 그 많은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당장에라도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비행기 타고 홍콩은 충분히 다녀올 수 있을만한 시간의 여정을 보냈다. 맙소사, 나는 성수기 휴일에는 집 밖에 나가는 것도 동네가 최대인 사람인데. 자고 자고 또 자도 도착하지 않아서 당장에라도 소리를 지르며 뛰쳐 나갈거라며 옆 사람을 협박하며 보냈던 버스 안에서의 아침과 저녁. 덕분에 잠깐 들르려던 바다도 버스 안에서만, 시댁에서도 몇시간 앉아있지 못하고 돌아와야했으니 부디 추석 전에는 갈 사람은 다 다녀오고 한가해지길 바라는 수 밖에. 수고했다, 정말 많이 수고했어,..
마음에 파도가 몰아칠때면 뱃멀미를 하는 듯 울렁거린다. 며칠을 수시로 멀미가 나 길을 걷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누워도 울렁이는 느낌에 잠이 늦게 들었다. 이번 일은 전혀 다른 부서의 3개의 프로젝트에서 공수를 조각조각 나눠가 나를 공유하는 방식이라 디자이너가 한 명인 회사에 다니는 기분이 오랜만에 들었다. 회의도 3번, 회식도 3번인건 전혀 반갑지 않지만 개발자들은 벌써부터 야근 모드인데 나만은 퇴근 시간에 맞춰 사무실을 뛰쳐나가고 있으니 회의쯤이야 라고 생각 중이다. 회식은 뭘 어떻게 생각해도 별로인 그저 한마리의 해파리가 되어 상관없이 떠다니고 싶은 영혼이지만. 프리생활이 벌써 7년차다보니 회식이니 유대니 친목 같은 것들은 죄다 내다 버린지 오래라 매번 회식때마다 8시 반이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9시..
시즌과 상관없이 애용할 수 있는 플라워 패턴과 컬러가 마음에 드는 원단으로 앞치마와 패브릭액자를 만든다. 어두운 남색바탕이지만 답답하거나 더운 느낌은 전혀 없고, 작지않은 꽃이 포인트가 되어 화사한 느낌을 주는 원단이라 활용도가 높다. 앞치마 끈은 아일렛을 달아 스트링으로 만들어주었다. 끈을 따로 만들기 번거로울때 잘 쓰는 방법이긴 하지만, 색다른 디자인이라 좋고 끈 조절도 훨씬 쉬워지는 장점이 있어서 좋지. 그리고 패브릭 액자에 네온 사인을 더해서 셀프 네온 액자. 보통 셀프 네온 사인은 투명 아크릴판이나 흰색 캔버스에 만들던데 재료를 주문할때 흰색 캔버스를 주문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패브릭 액자로 리폼을 하는게 훨씬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업을 시작했다. 타카가 없어도 괜찮지. 스탬..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사각 가방과 벙거지 모자를 만든다. 화사한 플라워 무늬가 더 설레이는 가방과 모자세트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가방에는 4온스 접착솜을 대어주었지만 살짝 힘이 없어 온 사방에 상침을 해 각을 잘 잡았다. 진한 갈색의 웨이빙으로 더 튼튼하게 끈을 달아주고, 손잡이 부분은 들고다니기 좋게 반으로 접어 고정시킨다. 바닥은 좀더 튼튼하라며 웨이빙을 한줄 지나가게 해두었다. 앞뒤의 주머니에는 단추를 달아 간단한 소지품을 수납할 수 있게. 두가지 종류의 모자는 두껍지 않게 만들어 살짝 힘이 없지만, 봄여름 햇볕일 피하기에 딱 좋다. 자외선 차단은 중요하니까. 가방을 들고 모자를 쓰고 여행을 가는 날이 어서 오면 좋겠고나.
아사 원단 정도의 얇기의 부드러운 60수 원단을 받았다. 평소 발랄하고 귀여운 원단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원단이라 여성스러운 5부 블라우스를 만들었다. 가끔은 여성스러운 옷도 입어봐야지. 앞은 차곡차곡 접어 주름을 잡아준다. 앞쪽 주름은 배가 나와보일수도 있으니 최대한 손으로 꾹꾹 눌러접어 만드는게 좋다. 목칼라와 소매는 바이어스형식으로 커프스를 대어준다. 뒷잠금 단추도 색을 맞춰 연보라색으로 골랐다. 지퍼와 함께 단추도 색색깔로 점점 늘어나는 느낌. 치마에도 바지에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 허리가 긴 편이라 원래 패턴보다 아랫단을 10cm정도 늘렸다. 직접 만들어입는 옷의 장점.
초록초록한 무늬가 시원해보이는 로브 가디건을 여름 맞이로 준비한다. 얇고 촉감이 부드러운 코튼 60수, 보태니컬 느낌의 여름 시즌 패브릭. 옷이 무거워지거나 몸에 들러붙지 않도록 가벼운 원단이라 여름옷 만들기 딱. 옷의 무늬가 화려하긴해도 채도가 높지 않고 밝은편이라 데일리 아이템으로도 좋다. 에어컨이나 바닷바람, 뜨거운 햇볕에 대비해 가볍게 걸칠 수 있는 가운 형식의 가디건이라 언뜻 보면 연구복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사무실에서도 여름 여행에서도 간단한 집 앞 외출에서도 든든.
아침은 출근길에 가방에 넣어 온 두유와 사과. 전날 씻어 잘라 호일로 감싸 비닐에 넣은 사과를 j씨가 챙겨줄 때면 매듭이 내가 묶을 때와 달라서 왠지 귀엽다. 요새는 매일 밤 침대로 들어가면서 j씨에게 '사과 해줘'라고 요구한다. 일은 둘 다 하지만 좀 더 멀리 다니는 게 벼슬이라 괜한 투정이다. 상시 출입증이 계속 나오지 않아 2주를 시외버스를 타고 퇴근을 했더니 시간상으로는 얼마 차이 나지도 않는데 왠지 지쳐있다.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꺄르륵 웃어대면 참 좋으련만 어쩔 줄을 모르고 짜증이 몰려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닿지 않을 수 있게 노력하며 얌전히 지낸다. 짜증은 뾰루지 같아서 급작스럽게 톡 튀어나오는데 손을 대면 더 커지고 아프니까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게 제일이라서. 그냥 두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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