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왠지 싸한 느낌에 후다닥 일어나보니 핸드폰이 안녕하새오 알람이애오 주인님 주무새오 내가 꺼질게오 라고 메시지를 띄웠다. 눈 온다고 많이 자라는 배려인가 하노라. 시외버스를 타러 동서울 터미널로 가는데 출발할 때는 잠잠했던 눈이 전철이 밖으로 나오자 펑펑 쏟아지기 시작하더라. 달리는 버스에서까지 열심히 눈구경. 그리고 내려 걷기 시작하는데 나는 분명 우산을 썼는데 왜 온 몸이 젖은걸까. 비처럼 마구 내리던 눈보라. 옷을 꽁꽁 여몄다. 겨울의 시작이 얼마 안된 것 같은데 껑충 뛰어 한 중간에 있는 듯 하다.
바람과는 달리 h는 로마로 떠나고, 나는 여전히 서울과 이천에서 지내겠지만, 같이 대만이나 놀러가면 좋겠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변해가지만 쌓아온 세월이 커 여전히 애정으로 함께하는 어릴적의 친구들과는 달리 나이를 먹고 만난 친구들은 무엇이든 경중에 상관없이 하나쯤은 맞는 것을 계기로 시작되었던 관계라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더 뚜렷한 장점이 있다. 어느것이 더 좋다는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연남동 대만 야시장. 메뉴에는 있지만 시킬 수 없는 것들이 많은 점심 주문이었지만, 나온 것들은 맛이 괜찮아 화가 사그라들었다고 한다. 제목은 요새 치즈인터트랩을 읽고있어서.
일요일이라 문을 닫은 레코드 점 앞을 지나다 '어, 마샤다'하니 눈 한짝만 보이는 사진을 지나가면서 흘낏 보고 용케도 알아본다며 ck가 놀란다. 그러게, 나도 놀랐다. 싱글 나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좌상단에 나를 보고 오빠가 있더라고. 우리 나라 오빠도 아니고 남의 나라 오빠를, 먼 길 떠나 여행지에서 마냥 걸어다니며 휘휘 둘러보다가 처음 본 사진, 심지어 얼굴을 다 가린 사진을 보고도 오빠인 것을 알아채다니. 이것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덕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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