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제주도 사진 정리를 끝냈다. 3-4월의 여행들은 예쁘고 재밌고 즐거운 건 사람 사진이 훨씬 많아 그 중에서 골라내려니 한 오백년이었고, 골라내서 업로드는 했는데 별 거 아닌 코멘트를 다는데도 한참이었다. 이제 오키나와 사진들도 포스팅을 해야하는데, 언젠가는 하겠지. 나에겐 시간이 많으니까. 사진 정리의 맛이야 다녀온 추억에 잠기는데에 있으니 다녀오고 두세달 뒤에 올리는 사진은 그때의 맛이 있을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벌써 10월의 여행 계획이 하나 잡혔는데, 날짜 말고는 어딜 갈지 누가 갈지 오락가락 왔다갔다하는 중이다. 그저 프로젝트를 모두 끝내고 노는 게 중요한거니 마음을 비우고 예약과 계획에 조바심 내지 않기로 하자. 한 주 열심히 놀았으니 이번 주는 열심히 일을 해야한다. 작업은 언제나 시..
얼마 남지 않은 제주다. 이른 저녁으로는 고기 국수를 먹기로 했다. 어쩌다 보니 국수로 두끼를 떼운 날. 유명하다는 자매국수에 갔더니 이른 시간인데도 줄이 길어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옆 집으로 들어갔다. 국수 마당이 매장도 넓어서 기다리는 것도 적을 것 같고, 맛도 좋아 다음에도 굳이 자매국수를 갈 것 같지는 않다. 잔치 국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국물 국수를 맛있게 먹은 이유는 고기 국물이라서겠지. 고기 만세. 국수를 먹으면서 큰 길을 내다보고 있자니 건너편에 벚꽃이 가득한 공원이 보인다. 녹산로에서 대 실망을 하고 나온터라 벚꽃을 못보려나 싶었는데 저기다 싶어 먹고 나오자마자 입구를 찾았다. 들어가고 얼마 걷지 않아 만난 동백. 이번 제주는 바다들을 다니느라 비자림과 카멜리아힐도 가지 못했는데 이..
공항 쪽으로 향하는 중에도 바다를 따라 난 길을 달린다. 다음은 월정리. 시간이 모자라 카페에 앉아 바다를 내다보지는 못했고 파란 하늘은 못 봤지만 작년 여름의 월정리보다는 훨씬 잘 보이고 훨씬 파란 바다니 그걸로 만족할테다. 바람개비가 예뻐 보여 차를 세운 푸른도 해변에는 투명 카약을 타는 곳이 한켠에 있었다. 물도 밑이 다 들여다보일정도로 맑은 곳이라 타면 어떨까 잠시 궁금했지만 너무 맑아 살짝 겁이 나기도 하고, 노를 저으며 신날만큼 힘도 없고, 그냥 살랑살랑 그 앞을 구경만 한다. 여기도 다음에 오자며 이번에도 다음, 다음, 다음. 여기는 아마 김녕. 비슷한 거리에 붙어있는 해변들은 비슷비슷 다르게 생겨서 처음 가본 걸로는 기억을 구분해내기가 애매하다. 쉬는 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나니 gps가..
숙소에서 좀 더 동쪽으로 넘어 가 아침의 시작을 세화로 시작한다. 하늘은 여전히 뿌옇다. 그래도 마지막 날이라고 바다는 파래서, 그래 그거면 됐다 하고. 돌아오는 걸 비행기를 저녁에 끊어뒀더니 한결 마음이 여유롭다. 남쪽 제주는 이번에는 포기하고, 다음 여행으로 미룬다. 이렇게 미뤄두는게 있어야 또 마음먹고 쉽게 훌쩍 떠나올 수 있겠지. 바다 근처에 들어서있는 카페들을 보며 헌이에게 게스트하우스라도 하나 차리라고 했다. 나는 이번 생에는 글른 것 같으니 너라도 힘내보라며, 제주에 올 때마다 숙식만 제공해준다면야 온라인쪽은 내게 맡기라며.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내가 좋은 건 남들도 다 좋은거라 이미 제주의 포화 상태가 더 먼저 보인다. 그리고 놀러오고 쉬러오니까 좋아보이지 내가 살려고 하면 또 나름의..
화재 대피 훈련을 한다고 우르르 건물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운동장에 모였다. 그렇게 큰 것 같지도 않은 건물 하나에 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 있는지 운동장으로 향하는 길이 가득가득 들어찬다. 화재 대피 훈련이니 당연히 양산도 안 챙겨 나왔는데 다 큰 어른들을 운동장에 앉혀놓고 이것저것 교육을 한다. 좀 더 어린 나이들이면 부끄럽고 민망한 마음에 소화기나 소화전 체험에 먼저 나서는 사람들이 없을텐데 다들 얼른 훈련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 빠르게 자진해서 훈련을 끝낸다. 더운거야 여름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밤에 자려고 누우니 온 얼굴이 간지러운게 알러지가 올라오려나 싶어 피하던 선풍기 바람에 얼굴을 맡기고 이불을 목까지 올려덮었다. 대체 이 덥고 뿌연날 화재 훈련이라니. 요새는 너무 뜨거워서 마스크도..
쏠씨랑 만나면 항상 가던 스시집을 안가고, 무한 리필 연어를 먹어보겠다며 강남역에서 만났다. 처음 생각했던 곳은 문을 닫았고, 다른 곳으로 갔더니 줄이 너무 길어 쉽게 포기하고 근처 이자까야에 들어갔다. 연어 사시미를 시켰는데 원래 다니던 스시집의 반절이 나왔다. 심지어 그 스시집은 뭔가 줄줄 이어 나왔는데 여기서 주는거라고는 단무지와 양배추 뿐. 허탈하게 웃으며 무한은 무슨 무한이냐며 다음엔 꼭 다시 교대에서 만나자고 다짐에 다짐을 했다. 야끼소바가 가성비가 3배는 더 좋아보임. 끙. 쏠씨는 연애를 시작했다. 쏠씨를 알고 지낸지 벌써 어언... 몇 년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알고 지내던 중에 별로 못 봤던 '내가 좋아 죽는' 연애를 하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만난 덕분에 연애 시작 전의 우여곡절도 잔뜩 ..
이른 시간 출근 준비는 언제나 시간이 빠듯해 이따금 눈썹은 버스에 올라타고서야 그리고는 한다. 회사에는 예쁘게 보일 사람도 없거니와 날이 갈수록 건조해지는 눈에 안경을 쓰고 다니는데, 안경을 쓴채로 눈썹을 그릴수는 없는 노릇이니 당연히 안경을 빼둔다. 오늘도 버스에 자리를 잡고 눈썹을 그리고 목베개를 목에 걸고 잘 준비를 모두 마치고 나니 눈 앞이 뿌연 것이 안경을 쓰지 않은 것 같더라. 여기서 같더라는 아무래도 이른 새벽이라 잠이 덜 깬 까닭도 있고 혈압도 떨어져있는 2차 수면 직전의 가물가물한 상태이기 때문인데, 아무리 안경을 찾아도 보이지가 않는거라. 분명 집에서 나올 땐 온 세상이 선명했는데, 제 3의 눈이라도 개안했던 것인가라며 별 이상한 생각을 다 해가며 가방 안쪽 깊숙한 곳에서 안경을 찾았다..
읽히지 않는 책을 억지로 읽고 나니, 아무 생각없이 재밌게 읽을 책이 필요해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읽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사 둔 핑거 스미스를 읽고 싶지만 왠지 집중해서 읽어야 할 것 같아 병렬 독서의 엄두가 안난다. 전자책이 생기고 나서는 종종 병렬 독서를 하고는 하는데, 대체로 재미가 없는 책인데도 끝까지 읽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벌어지는 일이다. 미드는 데어데블을 한동안 보다 저 뒤로 던지고 센세이트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닥터후도 마저 봐야하는데 클라라의 끝을 앞두고 또 미뤄두었다. 이것저것 하려던 것들은 많은 것 같은데 한동안은 앓느라 잊고 살았고, 한동안은 모두 번거롭다 잊고 살았다.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잘 가니 별 다른 것 없이 빈둥빈둥 연휴도 보낸것 같고. 아마 한동안은 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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