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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안

_e 2016. 6. 10. 16:38

이른 시간 출근 준비는 언제나 시간이 빠듯해 이따금 눈썹은 버스에 올라타고서야 그리고는 한다. 회사에는 예쁘게 보일 사람도 없거니와 날이 갈수록 건조해지는 눈에 안경을 쓰고 다니는데, 안경을 쓴채로 눈썹을 그릴수는 없는 노릇이니 당연히 안경을 빼둔다. 오늘도 버스에 자리를 잡고 눈썹을 그리고 목베개를 목에 걸고 잘 준비를 모두 마치고 나니 눈 앞이 뿌연 것이 안경을 쓰지 않은 것 같더라. 여기서 같더라는 아무래도 이른 새벽이라 잠이 덜 깬 까닭도 있고 혈압도 떨어져있는 2차 수면 직전의 가물가물한 상태이기 때문인데, 아무리 안경을 찾아도 보이지가 않는거라. 분명 집에서 나올 땐 온 세상이 선명했는데, 제 3의 눈이라도 개안했던 것인가라며 별 이상한 생각을 다 해가며 가방 안쪽 깊숙한 곳에서 안경을 찾았다. 제 3의 눈의 개안으로 선명해지는 시야라니, 잠이 깨서 되새겨보니 그것 참 생각만으로 탐이 난다.

핸드폰은 하루 두번의 초기화로도 나아지지 않았고, 오전 근무를 땡땡이 치고 왕복 한시간 반 거리의 서비스 센터에 찾아갔건만 외형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아 확실히는 알수가 없지만 메인보드가 망가진 것 '같으니' 교체 해보자는 말에 됐다 하고 초기화만 한 번 더 하고 나왔다. 그리고는 에어컨도 틀어주지 않는, 동네를 뱅뱅 도는 시내버스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와다다 카톡을 날렸더니 회의중이지만 분노에 찬 것 같아 답한다는 j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맞춰보고 sd카드를 빼버리기로 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멈춤이 없는 걸 보니 원인은 찾아 낸 것 같고, 결과는 메인보드 교체가 아마도 맞을텐데 서비스센터에 다시 가기는 버스도 싫고, 귀찮은 것도 싫다. 일단 이대로 써봐야지. 이렇게 커져가는 삼성에 대한 불신(...)

일의 양이 매번 랜덤이라 한가할 때면 웹을 한없이 떠돌곤 하는데, 오늘부턴 나무 위키의 '유적'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다. 페이지 단위로 잠깐씩 보는 잡다한 것들은 이렇게나 좋아하면서 왜 그걸 모아 놓은 책을 읽자면 괴로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리저리 읽고 있자니 불현듯 경주에 가고 싶어졌지만, 아버님 생신이 머잖았으니 속초가는 버스표나 끊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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