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세트를 만들어 보겠다며 특가 원단 1롤을 사서 쟁여둔게 대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해야지 해야지 하고 시간만 보내다 드디어 김크림의 이빨 자국이 가득한 비닐을 꺼내 열었다. 원래 쓰던 이불 커버가 부드러워 좋았지만 얇은 까닭에 김크림의 열렬한 꾹꾹이로 구멍이 나고, 자면서 이불을 얌전히 쓰지 않는 내가 뒤척이며 점점 구멍을 키우고 나니 어느덧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만한 구멍이 생겨서 안되겠다 하고 대충 기워두긴 했는데 안되겠다 싶어서 시작했다. 주말 하루만 꼬박 쓰면 되는 걸 뭐 그렇게 귀찮다고 열심히 미뤘는지. 베개 커버까지 세트로, 사진으로는 회색으로 보이지만 잔 스트라이프 린넨+코튼. 원단 자체가 묵직한게 들뜨는 것 없이 잘 덮여서 좋다. 기대거나 발 받침용으로 쓰느라 부피가 반으로 줄어..
아침 버스와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길에는 마스크를 낀 직원들이 이마 온도를 잰다. 매일 아침 꼬박꼬박 36.2도, 무사통과다. 밤중에 열이 올라 얼굴이 시뻘겋던 아픈 날에도 아침이면 열이 내린 희여멀건한 얼굴로 일어나지던 평소의 것이 몸에 밴 덕분인가 싶다. 항상 그랬다. 마음이 안 좋아 잠을 못 이루던 날도 빛도 없고 소리도 없는 이불 속에서 얌전히 있자면 결국 잠이 들었고, 몸이 안 좋아 비틀거리는 날에는 다른 것 다 제쳐두고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난 아침이면 웬만한 것들은 괜찮아져 있었다. 비록 일어난 지 십 분만에 다시 그걸로 고민할지언정 전 날의 것보다 부피는 줄어있었고, 그때 그 순간이 아니어서 조금 더 나았다. 너무 아픈 날에는 떨어지지 않는 열에 일어나질 못했지만, 그런 날은 몇 없었다...
인스타에 올려둔 블루머 사진을 보고 판매 문의를 주셔서 주문 제작 판매하게 된 블루머. 매일 장사하자며 노래만 부르지 게을러서 홍보도 플리마켓 판매도 못하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직접 찾아주셨다. 멋져. 아이에게 마린룩을 입히고 싶다며 케이프도 가능한지 물어보시길래 한번 만들어보겠다며 얼마전 만든 턱받이 사이즈 기준으로 케이프 도안을 그리고 샘플을 만들어 친구네 꼬-꼬꼬마에게 입혀보니 잘 맞고 귀여운게 괜찮은듯 해 새로 만들어 배송완료. 마린룩에는 닻 모양이 제격인데, 9960의 패턴에는 닻이 없어서 배로 대체했다. 네이비 무지 천 위에 흰 실로 그냥 상침만 하려다 자수를 두었는데 멀리서는 잘 안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귀염 귀염하니 실물로 본 친구들도 모두 대 만족. 원래 만든 케이프는 고리를 만들어 거기..
항상 사람이 많다던 요즘의 '핫 플레이스' 경리단은 메르스의 여파인지 오랫만의 폭우 덕분인지 사람이 적어 한산했다. 얼마전에서야 예전 기억속의 그 길이 경리단 길이라는 것을 알았고, 대체 그 오르막길에 뭐 볼 것 있다고 사람들은 그리고 그 길을 걷는가 생각했다. 아직도 남아있는 몇개의 풍경들을 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면서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움직일때마다 적게 오던 비가, 가게에 앉아있자면 마구 쏟아져내린다며 온갖데 자랑을 했고, 비오는 날이라며 핑계삼아 오랫만에 커피도 한잔 마셨다. 덕분에 즐거운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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