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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버스와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길에는 마스크를 낀 직원들이 이마 온도를 잰다. 매일 아침 꼬박꼬박 36.2도, 무사통과다. 밤중에 열이 올라 얼굴이 시뻘겋던 아픈 날에도 아침이면 열이 내린 희여멀건한 얼굴로 일어나지던 평소의 것이 몸에 밴 덕분인가 싶다. 항상 그랬다. 마음이 안 좋아 잠을 못 이루던 날도 빛도 없고 소리도 없는 이불 속에서 얌전히 있자면 결국 잠이 들었고, 몸이 안 좋아 비틀거리는 날에는 다른 것 다 제쳐두고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난 아침이면 웬만한 것들은 괜찮아져 있었다. 비록 일어난 지 십 분만에 다시 그걸로 고민할지언정 전 날의 것보다 부피는 줄어있었고, 그때 그 순간이 아니어서 조금 더 나았다. 너무 아픈 날에는 떨어지지 않는 열에 일어나질 못했지만, 그런 날은 몇 없었다. 당장 죽을 것 같은 고통도 그때 그 순간을 지나고 나면 조금 더 나아져 있었다. 매일을 0.3도 정도 낮은 온도처럼 지낸다. 아무런 티도 나지 않게 보통 날로 지낸다는 이야기다.
넓은 프로젝트 룸은 파티션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반 정도 되는 인원이 층수를 옮겼다. 꽤 많은 인원이 빠져나간 텅 빈 공간을 어제 그제 청소를 하더니 오늘은 공사를 시작했는데, 소음에 취약한 나의 귀는 공사음을 견디지 못하고 이어폰을 찾았다. 하지만 이어폰 볼륨도 크게 못 듣는 덕분에 공사음이 다 들리는 것이 함정이라 아이고 살려주세요 상태. 엉엉.
일요일 오후에는 젊게 입고 홍대를 나섰다. 오랜만의 허니브래드는 맛있었지만, 역시 오랜만의 그루나루 음료는 맛이 없었다. 이것이 바로 명불허전. 꽤 오래전 대학로에 있을 때부터 음료는 꽝이었다. 3시간의 스탠딩 공연을 마치고 나오면서는 허재와 둘이 각자의 스키니진을 탓했고, 오랜만의 공연이라 매우 신나서 세 시간 동안 흔들어댔으니 별수 없다며 다음 달에 있을 공연에 대비해 한 달이라도 바싹 운동을 해야겠다 다짐을 했다. 물론 다음날의 티켓팅에서 스탠딩이 아닌 좌석 공연이라는 것을 알게 돼서 각오가 살짝 흐려지긴 했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지난 목요일엔 김사랑 공연 공지가 떴었고, 5번의 공연 중에 2번 정도만 갈까 한다 했더니 j 씨는 같은 공연을 두 번씩이나 가느냐며 의아해했다. 같지만 다르다며, 두 번씩이 아니라 두 번밖에라며 찬란한 덕력을 뽐내고 몇몇 덕덕 동지들에게 티켓팅을 부탁하고 다녔다. 덕의 마음은 덕이 아는 법이라 다들 팔 걷어부치고 도와준 덕분에 원하는 공연 날짜에 앞자리들 예매 성공. 팬미팅 수준의 작은 공연장이라서 왠지 너무 가까이 있는 오빠에 부끄러울 예정이지만 왜 갑자기 잘해주냐며, 옛다 먹어라 하고 또 몇 년 안 나올 거냐며 은연중 불안해하는 중이니 줄때 열심히 받아먹는 게 좋을 것 같달까.
오래전에 만들고 한참을 안 썼던 통장을 다시 쓰러 갔더니 대포 통장의 위험이 있다고 재 발급을 해주지 않겠다고 한다. 나는 소속 회사도 없는 한낱 프리랜서 나부랭이일 뿐인데 자꾸 무언가를 증명하라길래 됐다 하고 나왔다. 하여간 몇몇 놈들 때문에 전체가 불편을 겪어야 하는 게 어디 말이 되느냐-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아무도 듣는 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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